‘KBS 스페셜-앎’ PD는 왜 스스로 주인공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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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3부작 '앎'이 우리에게 남긴 것

▲ 어떻게 보면 깊은 고민과 아픔이 있었던 이 PD가 제작했기에 기존의 암 환자들과 가족이 출연하는 극도의 슬픔을 자극하는 다큐멘터리와 달랐다. ⓒ 방송 화면 캡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들을 통해 아름다운 인간애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를 다룬 KBS 1TV 다큐멘터리 <다큐스페셜-앎>이 3부작의 여정을 마쳤다. 마지막 이야기였던 3부 ‘에디냐와 함께한 4년’은 이 다큐멘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주제를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 연출자인 이호경 PD가 직접 주인공이 돼서 시청자들과의 공감대를 높였다.

 

지난 25일 종영한 <다큐스페셜-앎>은 암 환자들의 투병과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을 보여줬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 그리고 가족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극한의 슬픔이 심금을 울렸다. 여기까지는 흔하디 흔한 최루성 다큐멘터리와 같은 맥락이라고 오해할 수 있겠다. <다큐스페셜-앎>은 ‘앎’이라는 제목을 간판으로 내세운 이유가 있었다. 3부를 다 보고 나면 ‘알게 되는’ 지점이 존재했다.

▲ 다만 우리에게 고민과 생각 전환의 시간을 마련해줬다는 것만으로도 다큐멘터리가 방송의 가치를 실현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알려준 계기가 됐다. ⓒ 방송 화면 캡처

이 다큐멘터리의 시작과 다름 없는 국내 최초의 호스피스 갈바리 의원의 에디냐 수녀의 말처럼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주제가 담겼다. 연출자인 이호경 PD는 4년 전 삶과 죽음에 대한 답을 듣고자 이 의원을 찾았고, 봉사를 시작했다. 누나의 위암 4기 진단과 암환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아름다운 동행’을 알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깊게 하게 됐다. 이 PD는 3부에 직접 목소리와 얼굴 출연을 했다. 연출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공감 요소가 더욱 세밀하게 전달됐다.

 

이 PD가 바라보는 삶과 죽음, 그리고 임종을 지켜보고 남은 이들의 상심이 크지 않게 돕는 갈바리 의원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좀 더 깊숙하게 담겼다. 어떻게 보면 깊은 고민과 아픔이 있었던 이 PD가 제작했기에 기존의 암 환자들과 가족이 출연하는 극도의 슬픔을 자극하는 다큐멘터리와 달랐다. 환자와 가족들의 슬픈 속내를 전하면서도, 이들이 의연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을 통해 아름다운 이별이 무엇인지를 다뤘다. 숭고한 인간애가 곳곳에 묻어나는 다큐멘터리였다.

 

<다큐스페셜-앎>은 3부에 걸쳐 방송됐다. 젊은 암환자이자 엄마들의 모성애로 안방극장을 울린 1부 ‘엄마의 자리’,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 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을 소개한 2부 ‘서진아 엄마는’,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임종자의 벗을 자처한 에디냐 수녀의 가르침을 전한 3부 ‘에디냐와 함께 한 4년’까지.

 

이 다큐멘터리는 세상 끝자락에 있는 이들의 슬픔을 통해 눈물을 쥐어짜는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다른 궤적의 이야기를 했다. 이 PD가 고백했듯이 아직 깨달음이 부족해 ‘죽음이 누구나 겪는 순리’라는 에디냐 수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을지언정 시청자들에게도 또 다른 생각을 이끌어내는 촉발제는 됐으리라.

 

<KBS 스페셜-앎>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방송돼 아름다운 잔상을 남겼다. 안방극장은 이 PD가 3부 초반에 말한대로 수녀에게 듣고자 했던 삶과 죽음의 해답을 찾았을 수도, 혹은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만 우리에게 고민과 생각 전환의 시간을 마련해줬다는 것만으로도 다큐멘터리가 방송의 가치를 실현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알려준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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