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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드라마 드라마] 2016년 드라마, 유독 청춘들의 목소리가 쟁쟁했던 까닭

어른들에 대한 비판, 세월호는 어디서든 어른거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6.12.28 09: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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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청춘들의 단상이란 <청춘시대>의 엘포크 셰어하우스에 사는 윤진명(한예리) 같은 청춘이 보여주듯이 대부분의 시간을 아르바이트로 채워 넣으며 그 흔한 청춘의 연애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이고, <혼술남녀>의 노량진 공시생들처럼 공부를 위해 사랑은 물론이고 우정도 잠시 끊자고 말해야 하는 처지다. 물론 그것 역시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 JTBC

2016년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관망해 보면 뚜렷한 한 가지 특징이 보인다. 그건 바로 현실에 허덕이는 ‘청춘들’이 도처에 보인다는 것이고, 그들이 힘겨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른들’ 때문이라는 점이다. 드라마가 현실을 어떤 식으로든 투영한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일관된 현상이 무엇을 지목하고 있는가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지는 청춘들의 목소리, 그리고 여전히 귓가에 울리고 있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들.

“욕심이요? 왜 제가 가진 꿈만 욕심이라고 하십니까? 왕이 된 것은 아바마마의 꿈이 아니었습니다. 의안대군 역시 꿈을 꾼 적이 없을 것이나 세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런 꿈을 꾸어왔습니다. 헌데 왜 제 꿈만 욕심입니까?”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유아인)은 욕심이라며 꿈을 버리라는 아버지 이성계(천호진)에게 그렇게 울분을 토해놓는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독 젊은 이방원이 주인공이 되었던 건 그의 목소리가 지독한 현실 속에서 억눌린 청춘들의 변화에 대한 욕망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어른들이 만든 지옥 같은 세상을 깨쳐 조선이라는 새로운 대업을 꿈꾼다.

사극이 과거를 소환해 현재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올해의 사극들이 청춘의 문제들에 천착했던 건 의미심장한 일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물론이고 <구르미 그린 달빛>과 <마녀보감> 심지어 <대박> 같은 사극에서도 청춘의 주인공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힘겨워하고 그들과 싸워나간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박보검)과 홍라온(김유정)이 그토록 슬픈 사랑을 했던 이유도, <마녀보감>에서 허준(윤시윤)이 현실에서 소외되고 연희(김새론)는 마녀가 되어 세상에서 쫓겨난 것도, <대박>에서 대길(장근석)과 연잉군(여진구) 같은 청춘들이 피를 철철 흘리며 고군분투했던 것도 모두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세상 때문이었다.

지금의 청춘들의 단상이란 <청춘시대>의 엘포크 셰어하우스에 사는 윤진명(한예리) 같은 청춘이 보여주듯이 대부분의 시간을 아르바이트로 채워 넣으며 그 흔한 청춘의 연애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이고, <혼술남녀>의 노량진 공시생들처럼 공부를 위해 사랑은 물론이고 우정도 잠시 끊자고 말해야 하는 처지다. 물론 그것 역시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러한 무한경쟁 시대를 열어 놓고 공정한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어른들 탓이다.

이런 청춘들이 어른들과 싸우는 그 밑바닥 정서에는 2014년부터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세월호 참사의 기억들이 어른거린다. <청춘시대>의 강이나(류화영)가 사고로 강물에 빠져 한 아이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 트라우마는 그 아이의 아버지의 용서에 의해 극복된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살아남은 것이 결코 죄가 되지 않는다는 걸 청춘들에게 얘기하려 했다. <기억>은 뺑소니로 죽은 아들의 기억을 덮고 살아가던 변호사 박태석(이성민)이 어느날 그 뺑소니범이 자신이 일하는 로펌 사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이 결국은 기억을 지운 대가였다는 걸 깨닫는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일이 어떤 비극으로 다시 다가오는가를 섬뜩하게 드러내준 드라마였다.

▲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지는 청춘들의 목소리, 그리고 여전히 귓가에 울리고 있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들. ⓒ JTBC

최근 방영되고 있는 <솔로몬의 위증>은 본래 일본 유명작가인 미야베 미유키 원작이지만 우리 식으로 재해석되면서 세월호 참사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한 아이의 죽음과 이를 덮으려는 학교와 어른들에 맞서 아이들이 스스로 진실을 찾아나가는 이야기. 이 학교가 마치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처럼 보이는 건 드라마가 보여주는 어른과 아이들의 대결구도가 다름 아닌 우리네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청춘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부조리한 현실과 싸워왔다. 그건 현실에서도 그렇고 드라마 같은 허구 속에서도 그렇다.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청춘들의 목소리는 일관되게 울려 퍼진다. 누군가 “가만 있으라”고 했지만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그래서 결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청춘들은 광화문 광장에도 나오고, 온갖 드라마가 만들어내는 허구의 무의식 속에서도 불쑥불쑥 얼굴을 내밀고 있는 중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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