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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라디오로 대선만 네 번…이런 경우 처음”

[PD VS PD] CBS <김현정의 뉴스쇼> 손근필PD &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정혜윤PD 구보라·이혜승 기자l승인2016.12.30 11: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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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오후 CBS에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손근필PD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정혜윤PD를 만났다. ⓒ김성헌

매일 상상 그 이상의 뉴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어떤 게 잘못됐는지, 진실이 무엇인지조차 따라가기 버거운 날들이었다. TV 시사프로그램들이 미처 매일의 이슈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때, 시사라디오의 역할이 빛났다. 매일 중심에 선 이슈와 그 당사자를 비출 뿐 아니라, 한편으론 이슈가 너무 많아 자칫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담아냈다.

그 뒤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국을 포착해내는 시사라디오PD들이 있었다. <PD저널>은 지난 23일 오후 CBS에서 오랜 기간 정통 시사라디오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연출:손근필·박철·권민철·유창수·문효선·민경남, 이하 <뉴스쇼>) 손근필PD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연출:지웅·정혜윤·박선영·김다은, 이하 <시사자키>) 정혜윤PD를 만났다.

<뉴스쇼> 손근필PD는 1989년에 입사한 이후 15년 이상 시사라디오에 몸담아왔다. <시사자키> 정혜윤PD 역시 줄곧 시사교양PD로 활동하며 현재는 팟캐스트 <파라다이스 조선 정치 옹알이>도 함께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정국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이 시기를 지나야 할지와 더불어 시사라디오 전반에 대한 생각을 전해 들었다. <편집자주>

“시사라디오로 대선만 네 번…이런 경우 처음”

사회 이번 정국은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지나 오셨나.

▲ 지난 23일 오후 CBS에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손근필PD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정혜윤PD를 만났다. ⓒ김성헌

손근필 제가 아마 시사 프로그램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최고참으로 꾸준히 해오던 사람일 거다. 시사라디오만 계속 하면서 대선을 네 번 치렀다. 그래서 대충은 물줄기가 다 보인다. 어떻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게. 그런데 이번만큼 안 보이는 건 처음이다. 제가 당황했을 정도면 다른 PD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가장 큰 어려움이 하루에도 두 번 뉴스가 바뀐다. 밤 10시에도 바뀌고 그런 일이 계속됐다. 그러면 전날 준비한 걸 방송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고, 다 바꿔야 한다. 이 전쟁 같은 생활이 2개월 되니 마치 내무반에서 군화를 풀지 못 하고 자는 느낌이었다. 꿈에서도 이슈 관련된 일들이 반복됐다.

정혜윤 1차 촛불집회 때만 해도 사람들이 떨면서 나갔다. 백남기 농민 사건도 있었다보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닌지 긴장하고 나갔다. 그때까지는 두려움이 사람들 마음에 있었던 것 같다. 그 후에 청취자 전화를 받는데 탄핵, 하아랴는 말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진행자도 그런 말을 하더라. 이렇게 많이 쏟아져 나온 건 처음이었다고. 그때, 사람들이 정말 노도와 같이 화가 났구나 하는 그 분노를 느꼈다.

손근필 우리는 그 현장을 계속 지켜야했던 건데, 한 가지 생각은 그거였다. 과거의 사관이라고 해야 하나, 이 시기에 역사를 기록하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 아닌가. 2020년이 되어도 이 시대가 기록돼있을 텐데 방송인으로서, 기록인으로서, 우린 어떤 역할을 했을까. 그 험난했던 사화, 변란 중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에 집중했다.

정혜윤 변하는 민심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렇게 바뀔 거라 기대하지 않았던, 차갑고 무관심하고, 세상은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생각하지 않을까 했던 사람들 마음이 시시각각 커지고 마음의 행로가 변했다. 우리한테는 기본적으로 조심성이 있다. 오랫동안 시사PD를 한 사람들은 하루 잠깐 단 시간 내에 바뀌지 않는다는 걸, 우리가 이렇게 해도 큰 의미가 없다는 것에 대한 조심성이 있다. 그럼에도 애를 쓰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은 저 개인한테도 의미가 컸다.

손근필 지금 45년 해방정국, 60년대, 80년대 민주화항쟁, 86년 등과 같은 시간을 맞고 있는데 그땐 우리가 적극 주도자가 아니였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조금 과장하면 CBS가 중심을 못 잡으면 언론이 중심을 못 잡는 걸 수도 있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치열하게. 회고해보니 국정농단에 대한 고발과 피해자들의 말을 열심히 발굴하려고 노력했고, 이런 것들이 어떤 것에 의해 일어났는지 도올 등의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재해석 해주고, 사람들이 초기에 이게 어떤 문제인지 몰랐을 때, 샤머니즘 등 비정상으로 움직였던 농단의 시대를 고발하는 인터뷰들을, 아무도 담아내지 못한 초기에 그런 걸 담아내려고 꽤 열심히 해왔다.

사회 다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손근필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혼란의 1/10도 나오지 않았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100이 된 게 아니라 10 중 1부 능선밖에 못 건넜다. 그럼 5부 능선, 9부 능선이 될 때는 상당히 가팔라질 거다. 그럼 의제가 의제를 잡아먹는 시간이 온다. 지금도 탄핵이나 대선정국에 매몰돼 AI, 경제난, 노년 빈곤 등 엄청난 문제들은 전혀 언급조차 안 되고 있다. 늘 그렇듯이 대선, 개헌, 반기문 귀국 이때 되면 정신 못 차리는 소용돌이가 올 거다. 다음 대통령이 반기문이 되든, 문재인이 되든, 이재명이 되든 이후의 혼란들은 더 준동한다. 이명박, 노무현 대통령 때도 우리 사회는 혼란이 반복됐다. 이런 상황을 전체적으로 내다보면서 참 어렵다. 사람들은 저쪽에 빠져있으니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통찰력을 가지고.

▲ 지난 23일 오후 CBS에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손근필PD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정혜윤PD를 만났다. ⓒ김성헌

정혜윤 복잡한 상황에 대해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건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자기가 속한 영역에서 얽히고설킨 문제들에 대해 한 번은 같이 풀어보려 했지 않았냐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이 이끈 게 아니라 국민이 이끌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방송이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어떤 분이 <한겨레>에 2000만원을 기부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를 주제로 글을 받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교원임용시험을 보는데 면접에서 ’철도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소신껏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시험에 떨어지고 실의에 빠져있으니 아빠가 방에 들어와 혹시 면접에서 돈을 요구 받은 적이 있냐고 물으며 “돈 달라고 하면 말해라, 아빠가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더라. 이 사람이 그때 그걸 수용해서 아빠한테 돈을 달라고 하면 그게 가만히 있는 거구나....

내 삶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 얼마든지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많아져야 세상이 바뀐다. 다음 판이 돌아갈 때 대통령의 어떤 부분을 꼽느냐에 따라 그 진폭이 크다는 걸 우린 촛불집회 때 배웠다. 정치적 이슈가 그래서 굉장히 중요하고, 또 우리도 정치적 동물임을 확인했다. 동시에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는 게 결코 추상이 아니라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방송은 이 뉴스를 나와 상관있는 뉴스로 만드는 것“

사회 그럼 이 가치들을 실질적으로 방송을 통해 어떻게 전해야 할까

손근필 아이템이나 의제의 선별기준은 언제나 그랬듯이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있어야 한다는 건 국민의 분노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에 대한 예민함을 가지고, 국민들이 어떤 것들에 대해 소통하고 싶어 하는지를 잡아내야 한다는 거다. 깨어 있지 않으면 그냥 무슨무슨 교수가 나와서 말하면 끝나버린다.

예를 들어 트랙터를 그 추운 날 어떻게 몰고 올 수 있었을까? 내가 농부라면 안 온다. 그런데 농민들이 얼마나 분노가 있었으면 그랬을까. 하지만 아무도 연결하지 않는다. 당시 아이템 중 그분들이 없었다. 그때 그분들을 연결하면 뜨거운 분노들이 나온다. 그럼 이걸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진실은 뭔지, 분노의 지점과 소통의 지점을 계속 봐야 한다. 우리 아이템이 다른 방송에 비해 비중 면에서 혹시 진다하더라도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감각이나 촉감에 있어서는 절대 2등하지 않는다. (▷관련링크 <뉴스쇼> 11월 25일 '포인트 인터뷰-트랙터 상경 농민 최형권 씨')

정혜윤 <시사자키>는 뉴스를 추상으로 만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의역 사고가 났을 당시 그 청년의 그날 하루치 노동이 어땠는지,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어떤 역에 있었는지를 본다. 또 <조선일보>에서는 통화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보도했는데, 우리는 그 통화내용을 다 찾았다. 친구랑 한 통화였다. 힘들다고, 먼저 도착하면 전화하자고, 열심히 일하자는 거였다. 구체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걸 추상으로 만들지 않고 계속 보는 거다.

이 19살 아이가 민주노총에 스스로 가입을 했었다. 사는 게 힘들었던 거다. 그럼 이 아이가 만약 살아있었을 때 펼쳐질 인생을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하다. 노조에 가입한 것부터 싸워야 한다. 애도한다는 걸 저의 기준으로 보면, 그 친구가 살아 돌아왔을 때 과연 살만한 세상인가이다.

손근필 <뉴스쇼>의 차별점은 이거다. 우린 호흡이 짧아 길게 갈 수가 없다. 하지만 '구의역에서 어떤 청년이 죽었다' 이렇게만 해버리면 나와 아무 상관없는 뉴스가 돼버린다. 그런데 그걸 나와 상관있는 뉴스로 만드는 게 포인트다. 10~15분 인터뷰를 통해 이 뉴스가 나랑 상관이 있는 뉴스구나, 19살 노동자가 나와 관련 있는 사람이구나 하도록.

정혜윤 지옥의 핵심은 너랑 나는 상관이 없다고 하는 것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사는 거다. ‘헬조선’이라고 하지만 그걸 피하는 방법은 이 뉴스랑 나랑 상관있고, 내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이게 대통령 대선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손근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식이 어머니에게 "어머니 이번에 어떤 후보를 뽑지 않으면 자식이 해고될 겁니다"라고 말하면 어머니의 태도가 확 바뀌는 거다. (웃음)

<뉴스쇼>와 <시사자키>가 지향하는 ‘당사자주의’

▲ 지난 23일 오후 CBS에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손근필PD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정혜윤PD를 만났다. ⓒ김성헌

사회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뉴스쇼>와 <시사자키>는 아무래도 다르지 않나. 각자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또 어떤 점이 다른지 제작진 입장에서 듣고 싶다.

손근필 지향하는 가치는 같지 않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공감, 그리고 남들이, 또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 중 소중한 가치들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 그걸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통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지루하다. 이걸 어떤 장치를 통해 전달할 수 있을까가 가장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뉴스쇼>는 그런 점에서 당사자주의다. 대체적으로 당사자를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주목한다. 비참한 현장을 직접 보여주는 것. 간접적인 창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를 통해 보여주는 소통 등의 제작 방식을 통해 우리 사회와 교감한다.

정혜윤 당사자주의는 일하는 PD들 입장으로는 정말 힘든 일이다. 찾아내기도 힘들고, 설득하기도 힘들고. 당사자 반대편에 있을 수 있는 건 코멘트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코멘트만 늘어놓는 방송을 했다.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볼까요, 마치 우리가 사안에 대해 잘 알려는 것보다는 급속히 알고 넘어가려는 듯이. <뉴스쇼>는 그 지점에서 이 세계에 대한 반대이고 저항인 거다. 코멘트보다도 당사자가 제일 많이 나오고, 그래서 알면 알수록 우리 생각이 편견이나 선입견에 갇혀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깨져가면서 방송을 만든다. 그래서 <뉴스쇼>의 방식을 지지한다.

<시사자키>도 마찬가지다. 남미 라디오의 전통은 마이크가 누구에게 덜 갔는지를 본다. 우리는 보통 대세, '핫'한 사람에게만 마이크를 주는데 남미는 이 사람의 목소리가 더 들려야 하는데 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주목하지 않은 것을 주목하는 것. 당사자라는 건 너무 잘 나가는 당사자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상황 속에 구체적인 삶이 파괴되거나 침해된 사람이 많다. 기습적으로 닥친 일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당신에게 드릴 때, 그때 듣겠다는 거다. 다 알고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손근필 차이가 있다면 아이템을 선정할 때 <뉴스쇼>는 출근하면서 듣는 프로그램이어서 세상이 돌아가는,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에 집중된다. 그래서 새로운 것이 업데이트되는 것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이번 이랜드 사태와 대한항공 난동 사태가 있을 때 기내난동은 없던 게 일어난 거고 이랜드는 지속적으로 일어나던 일이다. 대한항공 사태를 다루지 않는 게 아니라, 방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관련링크 <뉴스쇼> 12월 22일 '[인터뷰] "기내 난동, 리차드 막스 불안에 떨었던 4시간"')

정혜윤 <뉴스쇼>는 판단력이 굉장히 빨라야 한다. 그런데 <시사자키>는 속보성보다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랜드 사태를 예를 들자면, <시사자키>는 노동관련 기획 코너를 가지고 있다. IMF 이후 노조가 많이 위축되고 잃어버린 게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연대의식과 안도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위축감, 불안감 등은 집요하게 파고 들 필요가 있다. <뉴스쇼>는 그날 바로 해야 하지만, <시사자키>는 조금 늦더라도 이렇게 저렇게 길게 분석하고, 그때는 왜 <송곳> 같은 드라마가 배경이 될 수밖에 없었나 등등 긴 안목으로 본다. (▷관련링크 <시사자키> 12월 21일 '은수미 안진걸의 외부자들-알바비 미지급 논란 이랜드')

손근필 아이템 선별에 있어 제1요건은 <시사자키>가 선정한 건 우리가 가져가지 못한다는 거다. 이분들이 하는 건 손대지 않는 것. 의무라기 보단 배려다.

정혜윤 (웃음) 두 개의 프로그램이지만 연결돼있다고 느낀다. <뉴스쇼>는 출근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할 때 가장 최적화된 형식을 찾는다면, <시사자키>는 뉴스를 웬만큼 아는 사람들이 수많은 정보들 속에 흘러가는 것 중 잡을 나무가 되어주는 거다.

시사라디오PD로 산다는 것

▲ 지난 23일 오후 CBS에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손근필PD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정혜윤PD를 만났다. ⓒ김성헌

사회 개인적인 질문을 좀 드리고 싶다. 두 분은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PD를 꿈꾸었는지, 또 어떤 계기로 시사라디오PD가 됐는지 궁금하다.

정혜윤 라디오PD라는 세계가 있는지도 몰랐다. 원래 문화부 기자가 꿈이었다. 그런데 언론사 시험은 로테이션해서 보지 않나. 얼떨결에 됐다. 그래서 고민했다. 라디오PD는 음악 틀어주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CBS 존재도 잘 몰랐다. 그런데 주변에서 여자에게 이런 기회가 다시없으니 다니라고 해서 다녔다. 결국 여자가 취직하기 힘들어서 다닌 거다.

그래서 PD가 되고 나서 더 고민했다. PD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다른 PD들은 큐시트 짜는 법을 물어볼 때 저는 ‘정파가 어떻게 송출되는 거냐’ 이런 걸 물었다. 본질적인 근원, 작동원리를 궁금해 한 거다. 이게 PD 생활 내내 저를 관통했던 것 같다.

손근필 원래 음악PD가 꿈이었다. 1년에 음악쇼만 52회를 했다. 그땐 KBS <열린음악회>도 없던 시절이니 사람들에게 음악적 감동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건 모두 거절했다. 95년도인가 94년도에 <시사자키>를 하라 그래서 사표를 낸 적도 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시사 비슷한 것들을 하면서 여기도 똑같은 감동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때가 2002년도.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 처음으로 좀 더 시사 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시사와 음악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뉴스쇼>에서 지금 하는 ‘오늘의 노래’도 제가 처음 시작했다. 배칠수와 같이 했던 <시사만평>도 제가 만들었던 거다. 예능적인 시사가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PD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느끼는 건, 음악이나 인생이나 다큐나 영화나 시사나 다 같은 예술이라는 거다. 사람들을 공감시키는 같은 예술. 융합하는 게 더 힘이 있다는 걸 깨닫고 2002년 이후로 쭉 시사를 했다.

정혜윤 대학 때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할 때 성취감을 느끼는가’, ‘어떤 일에 중요한 인생을 바칠까’ 고민하지 않나. 저에 대한 정체성은 ‘나는 참 재미없다’는 거였다. 그런데 방송을 하다 보니 가만히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는 거다. 누구는 개미, 반딧불이, 바퀴벌레를 연구하고 이러는 게 저에게는 경이로웠다.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어디까지 바칠 수 있고, 어디까지를 자기 삶과 연결시키는지가 흥미로웠고 더 알고 싶었다. 그 자극이 끝없이 들어오는 게 라디오PD다. 그냥 가서 반딧불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면 아무도 안 들려주는데 PD라고 하는 순간 얘기를 한다. 질문할 수 있다는 것. 그 기회를 절대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손근필 정말 ‘마술 라디오’(정혜윤PD가 출간한 책 제목)다. 대한민국에서 라디오PD가 어떤 장점을 지녔는지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PD들보다 정PD가 현장에 더 나간 거다. 쌍용차 현장, 희망버스, 밀양 송전탑 현장 등등. 우리는 힘들면 중단하는데 이 친구는 꾸준히 끝까지 가보고 계속 귀를 기울였다.

정혜윤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다.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면 시사PD를 5년, 10년 하다보면 뉴스가 도는 걸 알게 된다. 5년 전에 슬펐던 사람을 지금 연결하면 또 슬프다.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묻게 된다. 회의감은 아니지만 무력감은 확실하다. 돌고 돌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겨둬야 하는가. 다른 세상은 불가능하고 변화가 힘든가. 그래서 문학이 필요했다. 문학은 문제에 대한 지침을 내리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간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장르니까. 이명박 정권 이후는 효율성의 세계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지 않나. 저에게는 그 세계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채워 넣으려고 책을 읽는다.

▲ 지난 23일 오후 CBS에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손근필PD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정혜윤PD를 만났다. ⓒ김성헌

사회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시사에 대한 억압이 많지 않았나. 시사PD로서 어떻게 지나오셨나.

손근필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이후 시사라디오는 강화됐다. 이전에는 시사프로그램이 7개 정도였다면 이제 30개 이상이다. 시사의 전성시대다. 다만 현혹하는 시사가 많아졌다. 이명박 정권 이전에는 팟캐스트가 없던 시대다. 지금은 시사가 꽃을 피웠다. 그래서 오히려 시사가 많이 들어옴으로써 오는 염증이 있다. 라디오도 아침저녁으로 시사를 한다. 이렇게 시사가 많아진 적이 없다. 다만 이 시사가 과연 중심성을 가지고 있었는가, 꾸준히 같은 것을 했는가를 봐야 한다.

핍박은 있었다. 우리도 그걸 몸소 체험했다. 이번에 ‘고 김영한(청와대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서도 나왔듯이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엄청 못 살게 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투쟁들을 계속 했고, 모두 무죄를 받아냈다. 그들의 징계가 무리했고, 부당했고, 압력이었다는 걸 뒤늦게 증명해낸 거다.

정혜윤 마지막으로 CBS 자랑을 좀 하겠다. 예전에 <4.16의 목소리>라고 팟캐스트를 만든 적이 있다. 그때 회사에서 제일 큰 스튜디오를 내줬다. 당시 팟캐스트 예산이 없었는데 회사 경리 분이 조용히 찾아와 ‘유족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온다고 들었는데 그분들에게 어떤 걸 대접할 수 있을까’를 물어보면서, 본인 이름으로 돈을 마련해볼 테니 맛있는 걸 대접하라고 말했다. 또 동료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그 경험이 연결의 경험이다. 나 혼자서는 반발자국밖에 못가지만 어떤 일을 할 때 나 혼자 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더 갈 수 있게 하는 것.

한 학자의 말을 인용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답하겠다. ‘어두운 길을 걸을 때에 나를 계속 걷게 하는 것은 천사의 날개 짓이 아니라 옆에 있는 동료의 발자국 소리다’

▲ 지난 23일 오후 CBS에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손근필PD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정혜윤PD를 만났다. ⓒ김성헌

구보라·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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