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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PD가 밝힌 김광석의 세월호 위로와 못 다한 이야기

과학 기술과 감성의 만남이 선물한 뭉클한 감동 표재민 기자l승인2016.12.30 15: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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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김광석이 지금 살아있다면 이런 이야기와 노래를 했을 것이라고 추측이 강하게 들었다. 생동감 넘치고 세밀한 영상으로 구현한 제작진의 노고와 실험정신이 돋보인 뮤직 다큐 드라마였다. 고인의 모습과 목소리는 생전 그가 남긴 발자취에 과학 기술이 더해져 탄생됐다. ⓒ KBS

시대의 아픔을 감쌌던 가수 김광석이 2016년 대한민국을 바라본다면, 위로의 노래를 불렀을 것이라는 확신, 그리고 공감이 존재했다. KBS 1TV 다큐멘터리 <감성과학 프로젝트-환생>이 고 김광석을 소환해 가슴 아플 일 많은 우리에게 위로를 전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다큐멘터리를 넘어 과학 기술을 결합해 그를 보고 싶어하고 그리워 하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지난 28일과 29일 방송된 <환생> 김광석 편은 2부작이었다. 1부 ‘시대의 눈물을 노래하다’는 김광석을 기억하는 이들의 회한, 그리고 그리움이 담겼다. 또한 그가 2016년 대한민국에 건네는 위로가 있었다. 세월호 침몰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피해자들을 안타까워하고, 노래로 위안을 선물하는 대목이 감명 깊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2부는 그의 친구와 후배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가객 김광석 다시 무대에 서다’가 마련됐다. 음유 시인이라는 그의 별명대로 아름다우면서도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노랫말은 귓가를 강하게 울렸다.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이런 이야기와 노래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들었다. 생동감 넘치고 세밀한 영상으로 구현한 제작진의 노고와 실험정신이 돋보인 뮤직 다큐 드라마였다. 고인의 모습과 목소리는 생전 그가 남긴 발자취에 과학 기술이 더해져 탄생됐다.

 

전인태 PD가 <환생>을 기획한 출발점은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PD는 “과학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개인의 제한된 경험의 폭을 확장시켜주지만 감성을 채워주지는 않는다”라면서 “과학의 힘을 감성으로 다룰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었다. 당시에는 사정상 실현하지 못하다가 미국에 있던 시기에 홀로그램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연구 기관에 가서 확인을 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전 PD가 대학교를 다니던 시기, 김광석의 노래는 대학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386세대에게 그의 노래는 삶을 이야기하는 그 자체였다. 그래서 김광석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있었다. 전 PD가 가지고 있는 마음이 빚도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이유가 됐다.

▲ 김광석이 생전에 남긴 말들을 바탕으로 그가 살아 있으면 우리와 이 시국에 했음 직한 이야기들을 드라마로 구성했다. 시대의 아픔과 절망에 고인이 위안의 노래를 불렀을 것이라는 대중의 믿음이 있다는 것을 사전 조사를 통해 파악했기 때문. ⓒ 방송화면 캡처

그는 “과거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든 선배가 있었는데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돌아가셨다”라면서 “선배가 세상을 떠난 후 고인에게 내가 못 다한 말이 있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영상을 보면 살아 있는 것 같은데, 가끔 말도 걸고 싶은데 그러지 못 한다는 게 아쉬웠다. 그 선배에 대한 생각도 <환생>을 제작하는데 영향을 끼쳤다”라고 회상했다.

 

기존의 제작 방식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홀로그램 세트와 컴퓨터 그래픽 작업은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그 외 고인의 목소리와 남긴 말들을 분석해 문장과 화면을 만드는 일을 모두 제작진이 감당해야 했다. 어떻게 보면 공이 많이 들어가는 수작업의 연속이었다. 

더 많은 제작비가 있었다면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겠지만 그럴 환경이 아니었다. 전 PD는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도 제작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부족한 제작비는 결국 제작진의 정성으로 이어졌다. 제작진은 더 정밀한 공을 들였고, 결과적으로 과학 기술과 감성의 만남의 효과가 더 크게 다가왔다. 기계가 구현할 수 없는 따뜻한 감성을 대역 배우와 제작진의 노력이 채웠다. 만약에 더 많은 비용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채울 수 없는 감성이라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다큐멘터리가 완성됐다.

 

전 PD는 “고인과 닮은 인물을 찾기 위해 오디션을 치렀다”라면서 “그리고 특수 분장을 하고 컴퓨터 그래픽을 입히며 보정을 했다. 여기에 홀로그램까지 활용했다. 대역이 100%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 장면은 없었다. 부족한 돈 대신에 후반 작업에 더 신경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고인의 육성을 활용하되, 그 육성만 모아서 내레이션을 만들면 딱딱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네비게이션의 기계 목소리가 될 수도 있었다. 제작진은 또 발품을 팔고 세밀하게 접근했다. 김광석의 목소리와 유사한 대역을 또 찾았다.

 

그는 “제작진이 육성을 말뭉치로 뽑아내고 다시 재조합하면, 문장의 중간 중간 연결 고리를 대역이 해줬다”라면서 “고인 목소리와 대역 목소리, 그리고 컴퓨터로 다시 파형을 분석해서 재조합했다. 그렇게 고인이 2016년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박학기 등 고인의 지인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 “혹시 역사가 왜곡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유혹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싶다. 이 다큐멘터리는 대중문화 예술인을 다뤘으면 좋겠다. 그 사람들이 못 다한 이야기나, 그 사람들이 살아 있으면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으면 한다”(전인태 PD 인터뷰 중) ⓒ 방송화면 캡처

전 PD는 제작진의 노고를 놀라워 하는 기자의 질문에 “<환생>은 과학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단절을 과학 기술을 통해 연결하고 거기에서 감성을 느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제작 과정에서 터득한 기술은 단순히 다음 작품을 만들 때 참고하는 것이지, 그 기술에 함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기존의 추모 다큐멘터리와 달랐다. 고인의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3인칭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일반적인 구성이 아니었다. 과학 기술의 힘을 빌어, 2016년도에 살고 있는 김광석을 만들었다. 허구였지만, 실재를 바탕으로 했다. 있음 직한 이야기와 있음 직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했고 감동을 안겼다.

 

김민기, 박학기, 김창기 등 고인의 지인들을 수년 전부터 만나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이유를 설명하고 김광석이 남긴 것들을 하나 하나 찾아갔다. 지인들에게 그동안 김광석을 다룬 작품들에 대한 아쉬운 점을 듣기도 하고, 지인들의 기억 속 김광석의 유산을 다뤘다. 촬영 중간 중간에 고인의 지인들이 큰 역할을 했다. 모두가 함께 만든 작품이었다.

 

전 PD는 “김광석 선생님의 말뭉치를 일일이 취재 작가가 풀어내고 그 말뭉치를 토대로 올해 초부터 내가 대본 작업을 했다”라면서 “촬영은 여름부터 진행했다. 아무래도 기존 방식이 아니어서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없었다는 게 어려웠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전 PD는 1부에서 다큐와 음악, 그리고 드라마를 결합해 고인을 추억했다. 김광석이 생전에 남긴 말들을 바탕으로 그가 살아 있으면 우리와 이 시국에 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드라마로 구성했다. 시대의 아픔과 절망에 고인이 위안의 노래를 불렀을 것이라는 대중의 믿음이 있다는 것을 사전 조사를 통해 파악했기 때문. 음유 시인이자 시대를 감쌌던 가수였기에 가능한 합당한 추론이었다.

 

전 PD는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였다”라면서 “개인으로서의 김광석, 가수로서의 김광석, 시민으로서의 김광석을 다루고자 했다. 우리가 메시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전달만 했고,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는 “고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서 친구와의 약속도 못 지키고, 친구에게 회한의 감정을 느끼게 한 것도 있다”라면서 “그게 개인으로서의 김광석의 모습이었다. 그가 다시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바람, 그리고 고인이 살아 있다면 생전에 했던 말대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게 가수 김광석의 모습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 PD는 “방송문화연구소를 통해 설문조사를 했다”라면서 “김광석이라는 가수가 살아 있으면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노래를 했을 것이라고 결과가 나왔다. 일부러 세월호 침몰 사고를 끼워맞춘 게 아니고, 지금 이 시국에 흥미를 위해 담은 것도 아니다. 이미 대본 탈고는 7~8월에 이뤄졌다. 이 세 가지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시청자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2부 말미에는 대중이 여전히 그리워하는 대중 문화 예술인들의 모습이 담겼다. KBS 계획이 어떻든간에 시청자들로서는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예고로 여겨졌다. 최진실, 이주일 등 너무 빨리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이 스쳐지나갔고, 이들을 추억하는 또 다른 <환생>을 꿈꾸게 했다.

 

전 PD는 다음에 또 다른 인물로 <환생>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는 “꼭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PD가 만들더라도 정치나 경제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면서 “혹시 역사가 왜곡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유혹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싶다. 이 다큐멘터리는 대중문화 예술인을 다뤘으면 좋겠다. 그 사람들이 못 다한 이야기나, 그 사람들이 살아 있으면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전 PD는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 공영 방송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라면서 “그리고 이번에 만든 <환생>이 김광석 선생님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세상을 떠난 김광석 선생님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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