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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시사판 갈아엎고 싶었다”

[인터뷰]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정경훈PD 이혜승 기자l승인2016.12.31 07: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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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생방송 현장을 찾아 정경훈PD를 만났다. 왼쪽부터 김우광PD, 김어준 진행자, 정경훈PD ⓒPD저널

말 그대로 뉴스‘공장’이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연출:정경훈, 김우광, 작가:이미지, 이유정, 김형모)에서 연일 ‘단독보도’와도 같은 발언과 제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최순실의 뒤를 밟아온 진행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기자들, 그리고 그 뒤에서 수많은 제보에 대한 팩트체크와 연출을 맡고 있는 정경훈PD 이하 제작진이 노력 끝에 얻어낸 결과다.

주로 정제된 표현을 쓰는 아침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김어준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비롯해 한겨레TV <파파이스>, 그외 여러 프로그램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뽐내던 그였기 때문이다.

김어준을 과감히 양지의 세계로 불러온 PD는 누구였을까. 또 어떤 마음으로 김어준과 함께 이번 정국을 지나왔을까. 최근 <뉴스공장> 생방송 현장을 찾아 <뉴스공장>을 총 책임지고 있는 정경훈PD를 만나 김어준의 섭외 과정부터, 지난 기간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단 사태를 밝혀온 내막 등을 들어봤다.

▲ 지난 20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생방송 현장을 찾아 정경훈PD를 만났다. ⓒPD저널

“‘시선집중식’ 시사 벗어난 ‘개콘식’ 시사”

정경훈PD는 15년 동안 예능만 해왔다. 그러다 덜컥 지난해 예능팀장에서 시사팀장을 맡게 됐다. 그때 그는 아침 시사라디오가 경쟁이 치열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패턴과 형식이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시사라디오 DJ로 섣불리 섭외하지 않는 김어준과 함께 예능을 가미해 단박에 판을 갈아엎는 시사를 해보기로 했다.

정PD는 “지금 대부분의 시사라디오 프로그램들은 사실 MBC <시선집중>을 따라한 거다. 이전의 시사라디오는 <시선집중>과 달랐다”며 “‘시선집중식’ 시사에서 ‘개콘식’ 시사로 바꿔 판을 갈아엎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어준의 ‘거친 색’을 훼손하지 않는 게스트진을 구성해 틀에 얽매이지 않는 변칙적 운영을 하고, 정치인을 불러놓고도 친근한 화법을 구사하는 등 과감한 방식을 취했다.

그럼에도 ‘색이 뚜렷한’ 사람을 시사라디오의 진행자로 내세운다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정PD는 "나름대로 많이 고민했다. (김어준이) 지상파를 한 적도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시사를 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본격 시사에 맞을까 생각해봤다”며 “결론은 팟캐스트도 실력 없이 보여주진 못했을 거란 것이었다. 느낌에 잘할 것 같았다”고 웃어보였다.

더 큰 문제는 ‘윗선’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설득보다도 그들의 ‘결단’이 필요했다. 정PD는 “김어준을 섭외하는데 한 달, 회사의 결단을 기다리는 데 세 달 걸렸다”며 “간부들은 대체로 다 반대였다. 그런데 사장님이 정말 고민에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 지난 20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생방송 현장을 찾아 정경훈PD를 만났다. ⓒPD저널

“우린 처음부터 최순실만 애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9월 26일 tbs 가을개편 때부터 <뉴스공장>이 시작됐다. 김어준 진행자와 게스트, 그리고 제작진은 10월 24일 JTBC '태블릿PC 보도'가 터지기 전부터 최순실을 파고들었다.

정PD는 “솔직히 ‘태블릿PC’ 빼고는 다 우리가 먼저 했다. JTBC한테 결정적인 걸 빼앗긴 느낌”이라고 웃어보였다. 그는 “처음에는 사실 나 역시 최순실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김어준의 감에 맡겼다”며 “김어준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더라. 주진우 기자를 비롯해 2년 전부터 함께 취재해왔다고 한다. K재단 이사장이 한다는 마사지집에도 가보고, 1년 전에 이미 다 했더라”라고 전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최순실 아이템을 해온 덕분에 '태블릿PC 보도'가 터진 후 <뉴스공장>을 듣는 사람들도 크게 증가했다. 이전에는 팟캐스트를 통해 듣는 사람들이 200만 명이었다면 그날 이후 바로 300만 명을 돌파해 지금은 1일 다운로드 수가 500만이 넘는다.

입소문을 타면서 <뉴스공장>에 쏟아지는 제보도 늘어났다. 제보에 대한 팩트체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정PD는 “100% 체크가 되지 않으면 절대 내보내지 않는다”며 “그 전에 이 제보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하루 만에 결정한다. 몇 개의 사안을 크로스체크해서 이 제보가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서면 깊이 파고들어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거를 확보해 확인을 마친 사안도 아직 모두 방송에 내보내지는 못했다. 혹시라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제들이 중요한 문제를 덮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 정PD는 “확인된 건 많지만 이런 일들로 중요 사안을 덮는다면, 이거야말로 ‘저들’이 원하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 지난 20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생방송 현장을 찾아 정경훈PD를 만났다. ⓒPD저널

“뉴스‘유통사’ 아닌 뉴스‘공장’”

<뉴스공장>은 인터뷰 방식도 기존 시사라디오와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한 가지 아이템을 보다 심층적으로, 또 집요하게 파고든다.

정PD는 “기존 아침 시사 라디오 경쟁력의 척도는 섭외력이었다. 누구와 인터뷰를 잡느냐. 하지만 그건 시사만을 계속 해온 CBS나 거대 방송사의 무대였다”며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아이템을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것으로. 예를 들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인터뷰라 하더라도 약속된 것보다 훨씬 깊이,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 뭔가 하나 캐내는 식”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뉴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PD는 “현재 대부분의 시사 방송은 뉴스유통사다.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 제목이 ‘뉴스공장’ 아닌가. 인터뷰 대상자로부터 새로운 뉴스를 뽑아내는 등 뉴스를 만들어내는 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질문구성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김어준 진행자의 몫이 크다. 정PD는 “제작진은 기본적인 현안에 대한 질문을 뽑아 판을 깔아준다. 심층적인 건 전적으로 김어준 본인이 구성한다. 왜냐하면 남이 해놓은 질문은 깊이 못 들어간다. 진행자가 의도해야지만 깊이 파고들 수 있다”며 “진행자가 넓은 걸 다 알 수는 없으니 넓은 건 제작진이 담당한다. 물론 김어준은 자신이 넓은 것도 다 안다고 주장은 하지만 내가 볼 때 그건 아니다”라고 웃어보였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입장으로서 그는 어떤 심정을 느꼈을까. 정PD는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본 죄악은 이만큼인데 밝힐 수 있고 알릴 수 있는 양은 얼마 안 된다는 게 가슴 아프다”며 “아직도 밝혀져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천천히 다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어버리지 말고 제대로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 지난 20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생방송 현장을 찾아 정경훈PD를 만났다. ⓒPD저널

“편향성을 말하면 웃긴 매체들이 꼭 편향성을 말한다”

이쯤 되니 <뉴스공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아졌다. 청취자들은 과거 많은 매체들이 부당하게 고소, 고발, 심의제재 등을 받아온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정PD는 “다행히 아직은 법적으로 걸린 일이나 꼬투리 잡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곧 있을 것 같다”고 웃어보이며 오히려 <뉴스공장> 초기에 회사나 정PD 개인에게 항의와 욕설 전화, 문자가 많이 왔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방송이 나가면 편성부에 항의전화가 많이 와 오전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 외에는 의회나 종편, 성향이 다른 신문 매체 등에서 시비성 기사가 종종 있었다. 정PD는 “특히 <TV조선>에서 그런 보도를 냈다. tbs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방송사인데 김어준, 김종배. 김미화, 배칠수 이런 사람들이 진행하니 너무 편향적인 것 아니냐고.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 씨까지 지적하면서...그런데 <TV조선>에서 편향성을 얘기하니 너무 웃겼다. 편향성을 말하면 웃긴 매체들이 꼭 편향성을 말한다”며 뼈있는 말을 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외부 압력 등은 제작진보다 사장과 국장단이 감당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했다. 현재 tbs는 과거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을 연출했던 정찬형PD가 사장으로 부임해있다. 정PD는 “그 어느 때보다 제작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다”며 “그분들이 외부의 어떤 압력을 막아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분들과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지난 20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생방송 현장을 찾아 정경훈PD를 만났다. ⓒPD저널

“주안점은 ‘근원악 찾기’…당장은 ”김기춘 실체 밝히기“”

방송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세 달이 넘어가고 있다. 정PD가 바라본 진행자 김어준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정PD는 그가 결코 ‘편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PD는 “김어준은 집요한 에너지의 소유자이고 대단한 추리가다. 말하자면 시사를 보는 통찰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라며 “굳이 진보와 보수를 나누고, 좌와 우를 나누고, ‘빨갛다’ 그렇지 않다고만 나누면 김어준은 단숨에 어디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막상 같이 일해 보니 좌우의 문제, ‘빨간색’의 문제,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선과 악의 문제였다. 그는 나쁜 놈을 나쁘다고 얘기하고, 그들을 응징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걸 과감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김어준, 그리고 제작진과 함께 ‘근원악 찾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PD는 “지금 당장의 목표는 ‘김기춘 실체 밝히기’다. 김기춘이 좋다 나쁘다를 벗어나 그 사람의 모습, 정체를 밝히는 것이 ‘근원악 찾기’의 첫 번째 과제”라고 콕 집어 이야기했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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