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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있었다면 어쩌면 없었을 최순실, ‘그들이 없는 언론’

[리뷰]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지금 이 시국 말하고자 하는 것 표재민 기자l승인2017.01.04 17: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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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직을 바라는 게 아니라 22년 기자 생활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7년을 버텼다는 YTN 기자의 말 한 마디, 노조를 탄압하는 사측의 정직 남발이 오히려 훈장처럼 고맙다는 MBC 아나운서의 말 한 마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MBC와 YTN을 정말 사랑하는 구성원들의 말 한 마디는 뭉클했다. ⓒ 영화 스틸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감독 김진혁 | 제작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은 공정 보도의 목소리를 높이다가 해직된 언론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다큐멘터리다. 언론인들의 이야기지만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없었던 7년, 언론의 자유는 퇴보했고 민주주의 역시 후퇴했다. 어떻게 이뤄낸 민주주의인데 이토록 무참히 짓밟을 수 있냐며 분노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심판의 촛불을 들어올렸다. 때마침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관객을 만난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 해직된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보 출신인 구본홍의 사장 선임 반대 투쟁으로 해고된 YTN 기자들, 2012년 공정 방송 사수를 위한 노조 파업 중 해고된 MBC PD와 기자들의 투쟁기가 녹아 있다.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YTN 전 기자, 최승호 MBC 전 PD와 이용마 박성제 기자 등 언론인 대량 해고 사태의 배경과 그 속에서 언론인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자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한 이들의 노력이 담겼다.

 

역사가 기억할 이들의 목소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동을 안긴다.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겠다고 기록한 영상이 아니기에 균등한 화질을 자랑하거나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급하게 손에 잡히는 영상 장비로 촬영해서 겨우 남긴 언론의 자유가 훼손된 절망스러운 역사의 순간들이 이어진다.

 

누군가의 평범한 아빠이자 어떻게 보면 나약한 하나의 개인의 울부짖음은 강렬했다. 언론이 바로 서야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아등바등 버틴 이들의 노력은 ‘7년-그들이 없는 언론’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굳이 별다른 부가 해설 없이도 시간순으로 사건의 흐름을 나열해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EBS PD 출신인 김진혁 감독은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화려한 포장도 없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기만 해도 드라마가 되는 씁쓸하고 슬픈 현실이 지난 7년이었다. 언론 장악으로 권력을 움켜쥐려는 검은 세력들의 농간은 대량 해고 사태를 잘 모르는 일반 관객이 봐도 공분을 일으킬 만 하다.

 

복직을 바라는 게 아니라 22년 기자 생활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7년을 버텼다는 YTN 기자의 말 한 마디, 노조를 탄압하는 사측의 정직 남발이 오히려 훈장처럼 고맙다는 MBC 아나운서의 말 한 마디, 언론인으로서의 가시밭길 사명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MBC와 YTN을 정말 사랑하는 구성원들의 말 한 마디는 뭉클했다.

이들은 미사여구나 교과서에 있을 법한 계몽적이고 선동적인 구호를 외치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한 언론의 책임감을 토로만 해도 뜨거운 눈물로 이어지는 말도 안 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준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사측의 뻔뻔한 행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 없이 드러나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예고와 다름이 없었다.

▲ 이토록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미라는 이토록 늦게 알려지게 되는 이유가 된 것은 아닐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 켠을 짓누르는 무거운 감정이 언론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터다. 이 이야기가 언론인이라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공동체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권력을 감시하고자 하는 기자와 PD를 내쫓았던 언론이다. 권력에 기댄 부역자들만 있었던 언론이다. 진짜 언론인이 없었던 지난 7년의 시간은 결코 언론인들에게만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었다. 진짜 언론인들이 해고된 빈 자리를 채운 언론인의 가면을 쓴 선무당 언론인, 공정한 보도가 사라진 후 자리를 차지한 편파와 왜곡이라는 유사 보도는 우리 사회를 시퍼렇게 멍들게 했다.

 

최승호 MBC 전 PD가 지난 3일 언론 시사회 직후 말했듯이 해고된 이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면서 자기 검열을 하게 된 분위기다. 억압과 핍박보다 진짜 무서운 진실이다. 세상의 빛과 어둠을 바로 보지 못하는 언론인을 대거 양산한 사회. '참 나쁜' 정부의 언론 탄압이 일으킨 결과물이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국이다. 최순실의 전횡이 이토록 마음껏 벌어지고 심지어 대통령 임기 말미라는 너무도 늦게 알려지게 된 원흉이 된 시발점이 언론 탄압은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불현듯 드는 생각이다. 이 같이 가슴 한 켠을 짓누르는 무거운 감정이 비단 언론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터다. 언론인이라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공동체적인 문제다.

 

언론인들의 해직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쩌다 보니 영화 주인공이 된 언론인들은 공영 방송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몸담았던 공영 방송은 국민의 방송이 아닌 권력의 방송이라는 조롱 속에 성난 촛불 민심에 반하는 보도로 외면을 받았고, 공영 방송의 빈자리는 손석희의 JTBC가 채웠다.

쉽게들 그렇게 말한다. 나락으로 떨어진 공영 방송이 없어도 손석희와 JTBC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상관 없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망가진 공영 방송에 대한 실망감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민심이다. 이 영화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이 대의를 위해 싸워온 언론인들은 소망한다. 국민을 위한 진짜 공영 방송을 되찾기 위해 지난 7년간 힘써왔고 앞으로도 힘차게 달려갈테니 모두를 ‘기레기’로 치부하지 말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고.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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