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원님들, 새해엔 화 안 내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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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현장리포트] 방심위원 막말‧고성, 심지어 회의 중단까지…이대로 괜찮을까

방송·통신의 공정성·공공성·객관성 등을 추구하는 주체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최근 고성과 막말로 몸살을 앓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방심위의 A 심의위원과 B 심의위원이었다. 

총 9인으로 구성된 방심위는 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다소 민감한 사안을 심의할 때는 법정 제재 수위를 놓고 의견 대립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 가운데서도 A 심의위원(야당 추천)과 B 심의위원(여당 추천)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언성을 높이거나 서로에게 막말을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PD저널>은 지난 해 있었던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에서 나온 위원들의 발언을 되짚어 봤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PD저널

1차전(12월 7일): 그 말이 그 말이지! VS 소리 지르지 말라

지난 해 10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회고록(<빙하는 움직인다>)을 출간해 ‘지난 2007년 11월 제62차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가 사전에 북한에 의견을 물은 뒤 기권표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사실 여부는 논외로 하고라도 의혹만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만한 내용이었다. 내용이 공개되자마자 전 언론이 앞 다퉈서 이 내용을 다루고 내용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바빴다.

이 와중에 지난 해 12월 7일 방송소위에 <박종진 라이브쇼> 10월 14일 방송분과 <이봉규의 정치 옥타곤> 10월 15일 방송분 등 송 전 장관 회고록 논란을 다룬 7건의 종편 프로그램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방심위원들이 이들 안건을 심의하던 중, A 위원과 B 위원이 의견 충돌을 보였다. 두 위원이 설전을 벌인지 약 30분 이상 지난 시점부터는 급기야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B 위원이 ‘그게 국정원이 탐지 가능한 범위라고 보느냐’고 하자, A 위원이 ‘소리 지르지 말라’며 강경하게 응수했다. 다음은 이후의 대화 일부다.

A 심의위원(이하 A) 쪽지가 북한에게 물어봐서 그걸 결정한 내용이라고 송민순 장관이 주장하니 하는 이야기죠.

B 심의위원(이하 B) 국정원은 (대통령에게) 북한 동향 보고했다잖아요. 그게 주민 동향이에요? 북한 최고지도자 동향이겠죠.

A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B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죠.

A 뭐가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에요. 북한한테 (인권결의안 기권) 허락 받았어요?

B 논리적 비약 있어요, 내 말에?

A 송 장관이 말한 것은 쪽지가 북한에게 허락받은 거라고 하는 거고...

B 최고 지도자 동향 들었겠죠.

회고록에 언급된 ‘쪽지’ 내용에 대해 설전을 벌이던 두 위원들은 회고록 논란을 다뤄 방심위 안건으로 상정된 종편 프로그램들에 대한 제재 수위 결정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A 위원은 12월 7일 회고록 관련해 방송소위에 올라온 7개 종편 방송 모두에 대해 제작진 ‘의견진술’을 주장했다. 의견진술은 법정제재의 가능성이 있을 때 사전에 행하는 절차다. A 위원은 송 전 장관 회고록 논란을 다룬 종편채널 모두가 법정제재를 받을 만 하다고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A 위원은 <박종진 라이브쇼>와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두 방송에 대해선 반드시 의견진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월 15일(회고록 내용은 14일 공개)부터 문 전 대표를 비롯해 김경수, 김장수, 김만복, 이재정 등 2007년 당시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에 의해 회고록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는데도 방송에서 회고록 내용을 단정적으로 언급하며 비난조로 말한 것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명시된 객관성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본 것이다.

반면 B 위원은 7개 안건 중 일부 안건에 대해선 ‘문제없음’ 의견을 냈고, <박종진 라이브쇼>와 <이봉규의 정치옥타곤>에 대해서도 행정지도인 ‘의견제시’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 탄핵 건이 있어서 회고록 논란을 (지금 시점에) 논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고, 회고록 내용에 대해 문 전 대표가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종편을 비롯한 방송과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므로 법정제재까지 할 마난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 지난 2014년 6월 1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3층에서 제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 박효종(앞줄 가운데)) 위원 취임식 후 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재 재직 중인 방심위원들이 바로 제3기 방심위원들이며, 이들의 임기는 오는 6월까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2차전(12월 21일): 정상적 교육 받았다면 송민순 이해할 것 VS 교육 못 받았다는 것인가?

우여곡절 끝에 12월 7일 방송소위에 회부된 회고록 관련한 7개 종편방송 중 <박종진 라이브쇼>와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등 2개 방송에 대한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이후 12월 21일 열린 방송소위에 TV조선 제작진이 출석해 의견진술을 하고 두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지만, 똑같은 갈등 상황이 재현됐다. 사실상 12월 21일 방송소위는 12월 7일 방송소위의 ‘2차전’이었던 셈이다.

이날은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TV조선 제작진들까지 ‘참전’했다. 이번에는 제작진과 방심위원들이 회고록 진위여부나 문 전 대표 측 입장 표명 여부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TV조선 제작진 중 한 명은 “(2016년 10월) 14일 아침 7시에 회고록 내용이 최초 보도 된 걸로 아는데 15일 저녁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방송을 할 때까지 문 전 대표가 ‘기다 아니다’ 해명을 내 놓지 않으셨다. 때문에 15일 아침 언론 보도, 사설 등에도 ‘사실상 그렇다(북한 측에 의사 물어보고 인권결의안 기권 결정했다)’는 식의 논조가 줄을 잇고 있던 상황이었다. 문 전 대표 측에 의하면 ‘(2007년 당시) 남북 간 여러 채널이 가동되고 있었고 인권 문제를 해결하던 입장이었다’고 하니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회고록에 대해 판단할 때 그런 식으로(사전에 북한 의사 물었던 것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지 않냐”며 “그래서 방송에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A 위원이 “<박종진 라이브쇼>에 회고록 논란 이후 나온 반론들 반영됐느냐”고 묻자 TV조선 측이 “저희가 이 문제만 가지고 방송을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A 위원은 다시 “(회고록) 이야기가 10월 24일까지 나왔는데 이후에 방송에 반영했느냐”고 물었지만, 여기에 B 위원이 “받아들이면 받아들이는 거고, 아니면 아닌 것”이라고 맞서기도 했다. 다음은 이후 나온 방심위원들과 제작진 간의 대화 내용 일부다.

A 심의위원(이하 A) 회고록이 신빙성 있다고 믿으세요?

TV조선 신빙성이 있다기보다는….

A 그거 가지고 제가 따지는 건 아니고, (제작진이) 말씀하신 대로 10월 14일에 회고록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TV조선이) 14일, 15일에 회고록 내용 방송 하셨으면 ‘이런 내용이 있다’고 단순히 소개해 주거나 ‘문 전 대표 입장이 어떤지 아실 필요가 있다’고 해 주는 정도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회고록을 읽어봤다고 읽어보셨다고 하지만, 회고록은 상당히 주관적인 거예요.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요. (회고록) 날짜에도 오류가 있어요. 2007년 11월 15일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 입장) 결정됐고, 16일에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18일에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 주재로 장관들이 모입니다. 거기에 문 전 대표(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갔고요. 또 회고록엔 16일 회의에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참석했다고 하는데 이후에 참석 안 한 걸로 나왔죠. 당시 국정원장 대신 윤병세 당시 외교안보수석이 참석했다는 게 확인됐죠. 또 책에는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이 기권을 한 걸로 나오지만, 찬성했다고 나왔죠(김 전 장관이 직접 반박했다. 편집자 주).

(중략)

B 심의위원(이하 B) 의견진술자가 답을 할 수 없는 이야기만 해요. 물어볼 걸 물어봐야지... 그게 틀렸는지 아닌지를 왜 지금 이야기해요? 저걸 진술자가 어떻게 압니까?

A 그걸 물어보려고 이야기하는 거에요. 왜 중간에 끼어들어요?

(중략)

TV조선 (문 전 대표가) 기억 못 한다고 하면 안 되죠.

A 기억 못할 수도 있죠. 자기 업무도 아닌데. 그 이후에 나온 게 ‘문 전 대표는 인권결의안 찬성했는데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이 화를 냈다’는 일화입니다. 제작진하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진 않고요.

<박종진 라이브쇼>와 <이봉규의 정치 옥타곤> 두 방송은 모두 방송심의 규정 제14조(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방심위에 회부됐다. 방송심의 규정 제14조에서는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방송에서 정확한 사실이 아닌 내용을 확정적으로 방송했다면 문제고, 방심위는 이런 방송을 제재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분명한 것은 방심위는 사실 관계를 따지는 곳은 아니다. 특히 송 전 장관 회고록처럼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방심위가 사실 관계를 가리고자 한다면 갈등이 커지거나 회의가 기약 없이 길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12월 21일 방송소위에서는 회고록 관련 심의를 하느라 1시간 이상을 소비했고 그 가운데 방심위원과 의견진술자가 서로 말을 끊거나, 회의가 중단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의견진술자들이 퇴장한 후, A 위원과 B 위원 두 위원은 또 다시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았다. B 위원이 “송 전 장관의 그 당시 입장에 대해선,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다면 그 말뜻과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대해 A 위원은 “B 위원 말을 들으면 나 같은 사람은 정상적 교육을 못 받은 사람 되는 것 같다”, “못 배운 사람이라니,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면 그렇게 생각 안 한다니, 어떻게 그런 표현을 쓰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B 위원 역시 “방심위원들이 의견진술자들에게 말할 때 태도를 지적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후에 C 심의위원이 “의문 제기만으로도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었는데 조금 섣불리 단정적으로 방송한 것에 대해 우리(방심위)가 물으면 거기에 대해 (의견진술자들이) 해명하고, 그것만 다루면 되지 거기에 대해 위원들과 의견진술자들이 토론하고 반박할 건 아니라고 본다”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상황이 일단락되지 않았다.

회의가 2시간 가까이 지속되던 시점에 결국 또 다른 심의위원(D 심의위원)이 긴급 ‘회의 중단’을 제안했다. 이미 두 차례 고성과 막말이 오갔지만,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비슷한 상황이 반복돼 논의가 진전되거나 상황이 무마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그런 이유로 D위원이 회의 중단 제안을 한 것이지만, 그 날의 종합적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D 위원이 “그만해 그만해”, “남은 안건은 내년으로 넘겨도 되죠?”, “(의견진술자) 출석 어쩔 수 없어. 진행이 안 되는데” 등의 발언을 하며 ‘긴급’ 회의 중단을 제안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D 위원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바로 그 때, TV조선 다음 순서로 의견진술을 하기 위해 MBN <기막힌 이야기 실제상황>의 제작진이 1시간 이상 대기 중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D 위원의 말대로라면 MBN 관계자들은 기약 없이 대기만 하다가 허탕을 쳐야 했다.

더욱이 이날 방송소위에는 3건의 의견진술을 포함해 총 16건의 안건이 상정돼 있었다. 지난 1월 4일 방송소위 안건이 총 8건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연말이라는 시기적 특성상 이례적으로 안건이 많이 올라온 날이었던 걸 알 수 있다. 회고록 관련 심의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바람에 회의 2시간이 다 되도록 대부분의 안건은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이 많은 안건들이 해를 넘길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때 C 위원이 “기자들도 있고, (방심위) 사무처 직원들도 고생하고 있으니 한 해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5시부터 회의를 속개하자”고 중재에 나섰고, 가까스로 회의가 재개됐다.

논의 후, <박종진 라이브쇼> 10월 14일 방송분에 대해선 전원 합의로 행정지도인 ‘권고’가,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10월 15일 방송분에 대해선 다수의견(위원 5인 중 4인지지)으로 법정제재인 ‘주의’가 결정됐다. <이봉규의 정치옥타곤>에 대해 ‘법정제재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B 위원은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주장하며 소수의견을 유지했다. (※지난 1월 5일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이봉규의 정치옥타곤>에 대한 법정제재(주의)가 최종 확정됐다. 편집자 주)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효종 위원장과 위원들이 지난 1월 2일 열린 '2017년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무식'에서 임직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민감한 사안 심의 때라도 고성‧막말은 지양해야…방심위, 새해 맞아 쇄신‧반성 필요

B 위원은 지난해 10월 20일 있었던 방심위 전체회의에서도 JTBC <밤샘토론>에 대한 법정제재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 언성을 높인 바 있다. 종편채널 출연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한 문제가 반복되자 방심위원 일부가 ‘출연자 자체에 대해 심의 및 제재를 하자’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반발하면서였다.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만 제재가 가능하지 출연자에 대해선 제재가 불가능하다’, ‘방송출연자에 대해서도 경고, 출연제한 등의 적절한 조취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방송법에 있다’ 등으로 방심위원들의 의견이 갈렸다. 이 때 B 위원은 “만약 (출연자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의결서가 통과되면 방심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고성과 함께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객관성이나 방송 제작 자율성, 모두 지켜야 하는 중요한 가치다. 방심위는 방송과 통신이 자유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정확한 사실이 아닌 것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TV조선 프로그램들과 종편 채널 출연자들에게 직접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A 위원, B 위원 두 위원이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을 마냥 부적절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중요한 가치들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고성이나 막말이어서는 안 된다. 방심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박 위원장의 인사말에서는 ‘방송과 통신이 윤리와 규범, 절제와 책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말처럼, 방심위는 가장 앞장서서 올바른 방송‧통신문화 창달을 추구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방심위와 고성‧막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2017년 새해가 밝았다. 방심위가 고성과 막말의 흔적을 지우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한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시점이다. 그런 새로운 각오와 함께 방심위가 올해도 공명정대하고 예리한 심의로 건전하면서도 유익하고, 또 공정한 방송‧통신문화 조성에 앞장서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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