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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콘텐츠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

[김교석의 티적티적] ‘썰전’ 200회가 의미하는 것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1.09 10: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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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 밤을 평정한 <썰전>의 질주는 방송계에 몇 가지 시사점을 선사한다. 그 첫 번째는 시사 콘텐츠가 싹틀 수 있는 토양이다. <썰전>의 성공 덕분에 정치 담론과 견해를 소비하려는 성숙된 시청자들의 존재와 수요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 JTBC

시사 콘텐츠가 꿈틀거린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개그콘서트> <SNL> 등의 코미디프로그램의 풍자 의지가 되살아난 것은 물론, 국정농단과 관련한 유행어는 예능프로그램 자막에 소금처럼 활용되고 있다. 종편 시사 토크쇼의 고공행진도 눈에 띈다. 2013년 초 시작한 J<썰전>은 평균 시청률 8~10%,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 2위 랭크 등 회춘 정도가 아닌 괄목상대의 전성기를 구가 중이고, TV조선의 간판 <강적들>은 4%대에서 5~6%대로 한 단계 올라섰다. 이에 질세라 채널A는 정봉주, 진중권 등 인지도 높은 진보 성향 선수를 데려와 <외부자들>이란 <썰전>의 대항마를 성공리에 런칭했다. 또한 MBN은 간판예능 <아궁이>에 청문회 활약 국회의원들을 초대해 5.8%라는 지난 3개월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썰전>의 200회를 기념해 숫자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목요일은 MBC에겐 통곡의 밤이지만 전통의 장수 예능인 KBS2의 <해피투게더>와 SBS <백년손님-자기야>가 포진한 예능 텃밭이다. 그런데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해투>는 11월 이후 4%초반 이하로 점점 내려앉았고, 8%대 근방의 안정적 시청률을 거두던 <자기야>도 6%대를 오가는 등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MBC <닥터고>는 2%대마저도 함락될 위기에 임박했고, 채널A의 복고 가창 예능 <싱데렐라>는 1% 미만의 저조한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vN의 야심작 <인생술집>은 더 심한데 지난 연말 1.2%로 시작해 0.6%로 반토막나기까지 했다. 이 모든 흐름은 <썰전>이 판을 엎은 결과다.

목요일 밤을 평정한 <썰전>의 질주는 방송계에 몇 가지 시사점을 선사한다. 그 첫 번째는 시사 콘텐츠가 싹틀 수 있는 토양이다. <썰전>의 성공 덕분에 정치 담론과 견해를 소비하려는 성숙된 시청자들의 존재와 수요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다른 현상으로도 확인된다. 지난 몇 년간 예능인들이 신비주의를 버리고 대중의 곁으로 다가오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정치인, 국회의원들도 점잖고 높으신 분들이란 권위를 내려놓고 예능인 못지않게 대중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정치인이 실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관심 갖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획기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나타난 변화다. 정치인 입장에서도 전국구 스타 정치인으로 단숨에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다. 덕분에 방송 인재 풀이 넓어졌다.

 

두 번째는 컨트롤 되지 않는 폭탄의 필요성이다. 더군다나 <썰전>에서는 이 폭탄이 럭비공이다. 언제 어떻게 누구를 향해 터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예능의 가치가 생성되는 것이다. 때로는 대통령이나 정부의 실기를 강력하게 비판해 가슴이 뻥 뚫리게 터트리기도 하고, 때로는 무수한 비난을 몰고 올 것을 알면서도 자폭을 감행한다. 생방송 토론에 나섰다가 지탄을 받은 <썰전>의 전원책, <강적들>의 이봉규 같은 인물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 이들은 시청자들을 ‘열불’과 ‘사이다’의 양 극단을 오가게 만드는 감정적 흡입 요인인 동시에 진영 논리의 양측 입장을 고루 살펴볼 수 있는 균형추 역할을 수행한다. 말이 통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카운터파트너의 존재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폭탄이 없다면 예전 <나는 꼼수다>의 정봉주 전 의원 수준의 코믹 캐릭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자의든 타의든 나서서 망가지는 출연자 없이 모두가 엄호사격만 맡으려는 시사 토크쇼는 전문가들이 대담하는 YTN 뉴스와 다를 바가 없다.

▲ 안희정 지사가 말한 해박한 지식으로 새로운 시야를 제공해주는 유시민과 확률 높은 예언을 하는 전원책의 존재는 시청자들이 이 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다. 희망을 엿보며 위안을 얻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시장의 말대로 정치를 재미있는 일상의 소재로 가져오기 위해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 JTBC

세 번째는 예능에서 이뤄지는 미래를 향한 희망 혹은 나아질 수 있다는 대안의 제시다. 이는 종편의 다른 시사 정치 토론 프로그램과 다른 <썰전>의 가장 큰 미덕이다. 시국이 혼란스러워지고, 더 나아질 수 없다는 불안이 엄습할 때 시사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진다. 이는 과거 춘추전국 시대에 제자백가가 우후죽순 일어선 이후 반복되는 역사다. 따라서 시사 콘텐츠와 예능 형식이 결합된 프로그램인 <썰전>이 최근 시청률 상승을 이룬 것도 결국 현실의 답답함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모여든 현상이라 해석할 수 있다. 안희정 지사가 말한 해박한 지식으로 새로운 시야를 제공해주는 유시민과 확률 높은 예언을 하는 전원책의 존재는 시청자들이 이 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다. 희망을 엿보며 위안을 얻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시장의 말대로 정치를 재미있는 일상의 소재로 가져오기 위해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여기에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뉴스룸>까지 희망의 순도를 높이며 <썰전>이 더 높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날개를 더 달아줬다. 단 2회 만에 화제성이 사라진 <외부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뼈아픈 부분이다.

▲ 사람에 대한 희망보다는 시스템에 대한 점검, 시끄럽고 복잡하긴 하지만 함께 더 나은 사회, 공정한 사회를 위한 고민이 시사 콘텐츠에서 말하는 재미의 영역이다. 변화할 수 있다는 열망은, 오늘날 예능의 성장 스토리와 같다. ⓒ TV조선

최근 시사 콘텐츠에 유입된 시청자들은 우리가 맞고 네가 틀렸다는 진영 논리를 벗어나 보다 공평하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 지금보다는 한 단계 더 나은 미래를 보고 싶어 한다. 이미 시사 콘텐츠가 자리 잡을 발판은 마련됐고, 수요는 여전히 성장세라 판단한다. 사람에 대한 희망보다는 시스템에 대한 점검, 시끄럽고 복잡하긴 하지만 함께 더 나은 사회, 공정한 사회를 위한 고민이 시사 콘텐츠에서 말하는 재미의 영역이다. 변화할 수 있다는 열망은, 오늘날 예능의 성장 스토리와 같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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