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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잘못도 아냐, ‘아빠의 전쟁’ 뜨거운 불판이 곧 희망

[리뷰] 고민한다는 게 관계 회복의 시작 표재민 기자l승인2017.01.09 16: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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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작인 <아빠의 전쟁>은 치열한 경쟁이 당연한 한국 사회에서 흔히 겪는 가족간의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소모되고 소외되는 아빠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제도와 근로 문화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 방송화면 캡처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악착 같이 뛰는 아빠들, 그런 아빠와 함께 하지 못해 서운하고 결국 아빠와 멀어지는 자녀들. 이 삐걱거림은 나 혹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겪거나 들을 수 있는 현실이다. SBS 다큐멘터리 <아빠의 전쟁>이 뜨거운 공감을 일으키는 배경이다.

 

지난 8일 방송된 SBS 신년 특집 다큐멘터리 <아빠의 전쟁> 2부인 ‘아빠와 저녁을-더 디너 테이블’은 가장으로서의 경제 전선에 뛰어다니느라 가정을 돌보지 못해 가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세 가족의 특별한 시도가 펼쳐졌다.

 

1부인 ‘아빠, 오늘 일찍 와?’가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야근이 일상이 되고, 가족과의 여유로운 대화조차 힘이 드는 아빠들의 짠한 무게감을 담았다면, 2부는 어느 순간 ‘돈 버는 기계’로만 전락한 아빠들이 가족과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관계 회복을 꿈꾸는 관찰 카메라가 방송됐다.

 

3부작인 <아빠의 전쟁>은 치열한 경쟁이 당연한 한국 사회에서 흔히 겪는 가족간의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소모되고 소외되는 아빠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제도와 근로 문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1부가 정시 퇴근을 상사에게 허락받고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아빠들의 고된 현실을 흥미롭게 꼬집었다면, 2부는 그로 인한 가족간의 갈등과 아빠와 자녀들이 각각 입는 상처를 담았다. <아빠의 전쟁>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을 다루기에 무거운 접근 방식이 아니다. 출연자들의 속마음이 담긴 인터뷰, 그리고 해설자인 김연우가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귀에 쏙쏙 박힌다.

▲ 방송 후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는 불판이 마련되고 각자의 경험을 끌어다가 찬반토론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논란거리’라고 하진 않는다. 우린 방송에 출연한 가족들이 겪고 있는 부침이 누구나 마주하기에 특별한 게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 방송화면 캡처

한달간 함께 저녁을 먹어도 이미 멀어진 아빠와 딸은 여전히 서먹했다. 일 중독인 또 다른 아빠는 밥상머리에서 전화를 받으며 일터를 집으로 옮겼을 뿐이다. 김연우가 제작진의 의도를 전달했듯이 한달간 저녁을 함께 먹는다고 해서 큰 변화는 없었다. 그리 '드라마틱한' 변화가 가능했다면 애초부터 갈등은 없었을 터. 돈을 벌기 위해 가정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아빠와 그런 아빠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길 바라는 자녀들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가족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생활, 노력을 해도 쉽사리 해결책은 찾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고스란히 담겼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완벽한 해답을 찾으려고도, 그리고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시작했을 터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는 방송 직후 각양각색의 시청 소감으로 뜨겁다. 미봉책으로 마무리를 하지 않고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

서로의 가치관에 따라, 성별에 따라, 그리고 처지에 따라 <아빠의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해 엄마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팍팍한 현실을 다뤘던 <엄마의 전쟁>도 그랬다. 그만큼 쉽사리 갈등이 풀리지 않는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라는 것을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에서 알 수 있다.

 

방송 후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는 불판이 마련되고 각자의 경험을 끌어다가 찬반토론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논란거리’라고 하진 않는다. 우린 방송에 출연한 가족들이 겪고 있는 부침을 누구나 마주하기에, 이 같은 온라인상의 대립도 특별한 게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발전적인 발걸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당장 달라지지 않아도, 그 시도만으로도 좀 더 행복한 우리 가족을 위한 희망의 불씨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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