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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만나고 돌아와서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전 MBC PD)l승인2017.01.11 16: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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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1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 전국언론노동조합

1월 11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514호. 오기현 한국PD연합회장, 류지열 KBS PD협회장, 김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그리고 나….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직접 보이차를 따라주며 우리 일행을 환대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다웠다. 언론장악방지법이라는 첨예한 이슈의 내용과 처리방법에 대해 이견을 확인할 게 예상되는 자리였지만, 예의를 갖춘 만남이었다.

 

오기현 회장은 “바른정당이 표방하는 따뜻한 보수, 정직한 보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바라는 가치”라며, “‘건전한 여론의 전달자, 진솔한 공감과 소통의 창구’라는 바른정당의 언론관에 PD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주 원내대표는 PD연합회가 우리나라 PD를 대변하는 유일한 단체인지, 회원은 몇 명인지 질문했다. 이 또한 정치인다운 궁금증이었다. 오 회장은 간략히 이에 답한 뒤 “방송관계법이 조속히 처리됐으면 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주 원내대표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준비된 답변을 풀어 놓았다.

 

“(여야 추천 이사를) 7:6으로 하는 건 기존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 있지만, ‘여야’가 들어가는 즉시 정치 이슈가 된다. 2/3 조항(사장 선임시 이사 2/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는, 극단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어느 한편도 원하는 사람을 뽑지 못하며, 책임경영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나도 미방위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외국 사례도 살펴보고 학계 의견도 더 들어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오 회장은 “정파와 관계없이 공영방송이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바른정당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책위원회와 의총에서 논의해 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종석 방송기술인협회장과 류지열 KBS 협회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공영방송이 보인 파행과 MBC 취재진이 현장에서 겪은 수난을 얘기하며 조속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 대표는 “영원한 숙제”라며 원칙적인 공감을 밝히면서도 “원내대표는 소속의원들의 뜻을 모으는 간사 정도일 뿐, 옛날처럼 의원들을 이끌고 가는 자리가 아니”라고 했다. 다른 의원들 핑계를 대며 자기 소신을 충분히 밝히지 않는 원내대표의 태도에 가시 돋힌 말이 기어이 나왔다. “(새누리당 미방위원장) 신 아무개처럼 말씀하시네요.” 주 원내대표는 “지금부터 대안을 생각해 보겠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그렇다면 조속히 통과하는 데 협조할 수 없다는 결론 아닌가.

 

대화가 겉돌고 있는 게 감지됐다. 방송법 등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4대 법안은 작년 7월 발의된 뒤 새누리당 신상진 미방위원장과 박대출 미방위간사의 ‘버티기’로 무려 6개월 동안 미방위에서 논의조차 못했다. 새누리당이 지난 해 보인 황당한 태도를 지적하자, 주 대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 그것도 전략이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바른정당은 새누리당과 차별화하는 게 중요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뭐든지 다 차별화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순간 불끈했지만 정치인의 태도, 역시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 회장은 “다음주 국회 공청회에서 바른정당의 입장을 밝혀달라”며 미리 준비한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주 대표는 “정책위원장은 만나 보셨냐?”고 질문했다. ‘책임 회피 하려는 건가’ 의심이 들었지만, 말을 삼갔다. 그는 “일요일 오후에 정책위에서 이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할 말은 공개서한에 다 썼으니 더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갈등 지수가 제일 높은 나라가 터키고, 한국이 두 번째라고 했다. “터키는 종교 갈등 때문이라고 치면, 우리나라가 제일 갈등이 심하다. 어떤 정책을 결정해도 한쪽에서는 욕을 먹게 돼 있다.” 조금 욕먹을 각오는 돼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아직 욕을 덜 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촛불은 구체제를 유지하며 기득권을 누린 세력들에게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 심판은 단순히 ‘욕 먹는’ 것과는 다른 차원임을 ‘바른정당’의 원내대표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야당은 어떠한가. 작년 7월 21일 공영방송 정상화 법안을 상정할 때 그들은 공영방송의 독립을 소리높여 외쳤다. 아직 최순실 사태를 아무도 예상할 수 없던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3달 뒤인 10월 하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전국을 휩쓸었다. 이제 자기들이 대선 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걸까? 그로부터 약 3달, 공영방송 정상화 법안의 통과에 전력투구해야 할 야당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그래서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 정파에 관계없이 공영방송의 독립을 염원하고 정치권을 움직여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PD들을 비롯한 방송인들,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들뿐이기 때문이다.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전 MBC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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