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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3 09:35
  • 수정 2017.01.16 11:40

'추적60분' PD가 밝힌 깨어있는 국민과 시사 프로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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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국민이 가만두지 않을 것"

지난 가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온 국민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됐다. 매주 토요일마다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그 현장을 취재하던 KBS와 MBC의 기자들에게 시민들은 ‘너희도 공범’이라며, 그동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외면하고 침묵하던 공영방송에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

이후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KBS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보도부문은 그대로였으나,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주춤했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추적 60분>,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3일>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첫 탐사 보도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에서는 지난 11월 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총 여섯 편에 걸쳐 국정농단 사태를 파헤쳤다. <PD저널>은 지난 9월부터 <추적 60분>의 팀장을 맡으며 이번 시리즈를 기획한 KBS 이후락 PD를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나 이번 시리즈의 기획 의도와 앞으로의 <추적 60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KBS ‘추적 60분’ ⓒKBS

“시사 프로그램은 그 시대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해외 특파원을 맡았던 이후락 PD는 지난해 9월 초 한국에 들어온 뒤, <추적 60분>의 팀장을 맡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 10월 12일에 방송한 ‘지진 한 달, 긴급 원전 안전점검’을 시작으로 <추적 60분>은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북한 마약 등의 아이템을 다뤘다.

그리고 <추적 60분>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JTBC의 ‘태블릿 PC’ 단독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취재하기 시작해 11월 2일 첫 방송을 했다. 이제까지 정치권력을 다루던 시사 영역이 위축되었던 KBS의 제작 환경에서, 그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이후락 PD는 “시사 프로그램은 그 시대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추적 60분>이 시사 프로그램이 본령으로 돌아가, 중요한 이슈를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PD는 “해외에 특파원으로 있다가 3년 만에 들어와선지 아무래도 KBS에서 시사를 덜 다루는 분위기에서 잠시 떨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후락 PD는 “이제까지 <추적 60분>이 중요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며 억울한 약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했었다. 그런데 팀장으로 왔던 그때는 가장 큰 이슈였던 최순실 게이트를 직접 꺼내고 싶었다”며 “우리가 결코 빨랐던 건 아니다. 이미 9월, 10월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서 해당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가 국정 개입에서 농단까지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다. 부장님과 국장님에게 해당 아이템 취재에 대해 설득했고, 바로 취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추적 60분>만의 차별성을 살려 ‘최순실 게이트’를 보여주려 했다”

제일 먼저 11월 2일, ‘최순실의 국정농단, 대한민국을 삼키다’(나 영·강민채·김영우·조나은)편에서 국정 농단 사태를 알리기 시작하며, 11월 16일, ‘최순실 게이트, 위기의 검찰(정현덕·나 영·김영우·강민채·조나은)편에서는 검찰이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며 사태를 키운 주범임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후락 PD는 “아무래도 <추적 60분>이 JTBC, TV조선 또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비하면 이니셔티브(주도)를 놓치는 상황에서.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민했다”며 “이 사태에서 중요한 축인 검찰의 성역화된 부분에 대해서 다뤘다. 검찰 아이템에 대해 자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4년 전인 2013년 <KBS 스페셜> ‘검찰, 개혁 앞에 서다’(2월 3일 방송)에서 검사의 부패와 권한남용에서부터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검찰 개혁과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 KBS <추적 60분> ‘최순실 게이트, 위기의 검찰(정현덕·나 영·김영우·강민채·조나은)편(11월 16일 방송) ⓒKBS 화면캡처

두 편이 방송된 이후에도 <추적 60분>의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추적은 계속됐다. 11월 30일, ‘탄핵정국 긴급여론 조사,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이내규·나영·강민채)편에 이어 12월 7일에는 ‘늦어지는 세월호 인양, 그리고 감춰진 진실(연출 홍진표·유재우·조나은)’편을 통해 언론을 통해 공개된 故 ‘김영한 비망록’을 통해서 밝혀진 정황들, 청와대와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특조위를 방해한 사례들을 추적하며 연결고리를 드러냈다.

이 PD는 “2016년 초부터 유재우 PD가 세월호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확실한 정황을 잡기 위해, 방송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당시에 새로운 정황들도 많이 밝혀져서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세월호의 인양 문제를 바라보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추적 60분>은 12월 14일 ‘최순실 일가 수천억 재산의 비밀’(지우진·김영우·유경현)편에서는 앞서 프로그램 네 편을 연출하며 만났던 故 최태민의 아들 최재석 씨 등의 핵심 인터뷰이(면담자)들로부터 알게 된 정보들과 취재 노하우가 축적된 상태였기에 최순실 일가의 재산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적해서 밝혀낼 수 있었다. 그리고 12월 21일 ‘대통령 탄핵안 가결, 두 달간의 기록’(나영·강민채)편을 끝으로 지난 두 달간의 기록을 마무리했다.

“시청자들…진정성 가지고 계속 만든다면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다”

취재하는 데에는 어려웠던 지점도 많았다. 특히 그는 “시청자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정보인데, 뉴스로 인해서 우리가 취재하던 정보가 낡은 게 되어버렸다”며 매일매일 달라지는 사안에 따라 주제가 변경되는 점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사 프로그램은 그 특성상 한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취재를 진행하는데, 그사이 새로운 뉴스들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쏟아지다 보면 주제에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거다.

이처럼 <추적 60분> 제작진은 적은 인원과 수없이 쏟아내는 뉴스들 속에서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KBS 대표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깊이있게 취재했다. 그러나 시청률은 2~3%에 그쳤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은 다른 시사 프로그램보다 화제성 또한 적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질문하자 이 PD는 “당연히 제작자로서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진정성을 갖고 만들었지만, 시청자들이 그걸 바로, 단기간에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추적 60분>이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하고 방송으로 보여준다면 결국엔 그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적 60분>의 정체성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해

▲ 우리나라의 첫 탐사 보도를 프로그램인 <추적 60분>(1983년~)에서는 지난 11월 2일부터 12월 21일까지 총 여섯 편에 걸쳐 국정농단 사태를 파헤쳤다. ⓒKBS 화면 캡처

최순실 게이트를 다룬 <추적 60분> 시리즈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했지만, 제작진은 꾸준히 탐사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그는 <추적 60분>의 정체성 중 하나는 “자본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따라 공영방송의 사장은 대통령이 추천을 한 사람에 대해 이사회가 결정한다. 그 이사회의 구성도 여당이 우세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KBS는 정치권력에는 정권에 따라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자본권력에는 강한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번 11일에 방송한 ‘삼성,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인가 공범인가’에서도 최순실과 삼성 그리고 청와대로 이어지는 권력의 연결고리를 <추적 60분> PD들은 샅샅이 추적하며 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많은 언론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보도를 매일매일 쏟아내고, 삼성이라는 재벌과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많은 고정 시청 층을 지니고 있는 KBS에서 해당 사안을 다룰 때, 파급력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락 PD가 <추적 60분>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서 생각하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진보적인 시청자들은 KBS 이외의 다른 채널을 시청하지만, KBS를 고정으로 보는 시청자들도 있다. 주로 중장년층이거나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도 많지만, 성향이 정해져 있지 않고, 중간 지점에 있는 시청자들도 많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추적 60분>이 정확한 진실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추적 60분>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늦거나 자극적인 정보를 줄 수 없더라도, 그렇기에 더 신뢰를 줄 수 있고 더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추적 60분>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이후락 KBS PD ⓒPD저널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사회구조를 건강하게 바꾸는 것”

1995년에 입사한 이후락 PD는 벌써 22년 차 베테랑 PD다. <추적 60분>, <소비자 고발>, <KBS 스페셜> 등의 연출 해왔다. 시사 PD로서 그가 관심 있는 주제는 ‘사소한 지점에서 맥락을 짚어서 큰 주제를 끌어내는 것’이라며 “큰 아이템을 크게 다루는 건 쉽다. 중요하고 아주 큰 건데도 작게 알려주거나 작은 걸 그저 작게만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소한 지점에서 큰 주제를 끌어내는 게 PD의 마인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연출했던 2006년 <추적60분> ‘과자의 공포 우리 아이가 위험하다>’, 2011년 <KBS 스페셜> ‘변기야 지구를 부탁해’, 2012년 <KBS 스페셜> ‘달콤한 향기의 위험한 비밀’ 등은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자, 변기, 화장품이라는 소재에서 건강과 환경 등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프로그램들은 당시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PD는 시대에 따라 시청자의 요구는 달라진다며 ”지금 가장 시급하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사회구조를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삶이 너무 팍팍하다. 지나친 경쟁에, 생존만을 추구하는 정글 자본주의다 보니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 적폐를 청산하고 곳곳에 만연한 특권을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추적 60분… “더 많은 PD와 함께 PD저널리즘 살려 취재할 것”

그럼 <추적 60분>은 앞으로는 어떤 사안에 더 집중하게 될까. 이 PD는 “<추적 60분>은 ‘PD 저널리즘’의 첫 시작이었다. 출입처는 없지만, 깊이 있게 취재하는 PD저널리즘의 특성을 살려서, 자극적인 아이템보다는 좋은 기획을 통해 본질을 꿰뚫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추적 60분>에는 변화도 생겼다. 더 많은 PD들이 팀에 들어왔고, 취재 시스템도 바뀌었다. 탄핵 국면에서 적은 인원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집중 취재하다 보니, 다른 팀의 PD들 지원을 받기도 했다면 이제는 4명의 PD가 <추적 60분>에 합류하게 되어 총 11명이 함께한다. 그리고 이제까지는 PD 한 명이 8주 동안 아이템 취재를 했다면, 이제는 두 명의 PD가 5주 동안 연출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조금 더 한 사안에 대해 더 깊이 취재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후락 PD는 “그동안 촛불집회에서 느낀 건 국민이 깨어나고 있고,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국민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이 <추적 60분>을 보고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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