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영화만의 시상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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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시상식의 특징은 첫째, 영화 《라 라 랜드(La La Land)》의 잔치였다.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 여우 주연상(엠마 스톤), 남우 주연상(라이언 고슬링), 감독상(다미엔 차젤레), 각본상, 음악상, 주제가상(시티 오브 스타즈) 등 7개 부문을 석권하였다. 노미네이트된 7개 부분을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뉴시스

지난 1월 8일 제74회 골든 글로브(Golden Globe Awards) 시상식이 지난 50년 동안 열린 베버리 힐튼 호텔에서 열렸다. NBC에서 중계한 시상식은 미국 서부 시간으로 오후 5시에 시작하여 8시 조금 지나 끝났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대한 국내 뉴스는 온통 영화에 치중되어 보도 되고 있다. 그러나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영화와 TV 드라마를 망라하여 시상하고 있다.


이 상은 1944년 할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HFPA)에서 기금 조성을 위해 시작되었고, 심사는 할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원 93명이 미국내외의 훌륭한 영화, 애니메이션 및 TV 드라마 작품을 선정한다. 특히, 2월 26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릴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의 성격도 갖고 있다. 스터티스타의 통계에 따르면 아카데미 수상작은 감독상을 제외하고는 골든 글로브에서 수상한 작품의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번 시상식의 특징은 첫째, 영화 《라 라 랜드(La La Land)》의 잔치였다.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 여우 주연상(엠마 스톤), 남우 주연상(라이언 고슬링), 감독상(다미엔 차젤레), 각본상, 음악상, 주제가상(시티 오브 스타즈) 등 7개 부문을 석권하였다. 노미네이트된 7개 부분을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라라랜드》는 미국에서는 지난 해 12월 9일 개봉하였다. 한국에서는 미국 개봉일보다 앞선  12월 7일 개봉하여 300만명 정도가 관람하였으며, 한 달 이상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제목처럼 로스앤젤레스이다. ‘라라랜드’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로 로스앤젤레스의 별명이다.

《라라랜드》의 상복은 2016년 8월 31일 베니스 영화제에서 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연되고, 엠마 스톤이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으로 시작하였다. 제41회 토론토영화제 관객상, 제52회 시카고 영화제 개막작, 2016년 뉴욕비평가협회 작품상,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 8개 부문 (작품상·감독상·각본상·촬영상·편집상·미술상· 주제가상·음악상), 보스턴 비평가협회 3개 부문 (작품상·감독상·편집상), LA비평가협회 음악상 등을 수상하였다. 다음 달 열리는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많은 상을 수상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그러나 흥행은 수상과는 또다른 측면이 있다. 3천만불의 비교적 적은 제작비를 투입하여 5,200만불(세계 8,500만불)의 극장 수입밖에 못 올렸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에서는 주로 영화의 수상작만을 보도하고 있으나, 영화 13개 부문, 애니에이션 1개 부문외에도 TV 부문에도 11개의 상이 있다. 분야는 드라마, 뮤지컬/코미디, 단편(제한된 시리즈 및 TV영화) 등 3개 분야로 되어있고, 각 분야별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이 있다. 남우조연상은  부문의 구분없이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의 작품상은 드라마 부문에 넷플릭스의 <더 크라운>, 뮤지컬/코미디 분야와 단편 분야에 각각 에 FX의 <아틀란타>와 <더 피플 대 O.J. 심슨>이 수상하였다.

미국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송한 작품은 지난 10년간 드라마 부분에서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의 작품이 2006년 <그레이 아나토미> 였다. 또한 이 해는 방송사가 노미네이트 된 숫자가 케이블에게 진 첫 해이다. 올해에는 NBC의 <디스 이스 어스>가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크리시 메츠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모두 낙방하여 10년만의 수상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다. 다만, 지상파 방송사로서는 유일하게 ABC의 <블랙리쉬>의 트레이스 E. 로스가 뮤지컬/코미디 부문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셋째, 2016년에는 수상을 하지 못한 넷플릭스의 약진이다. 아마존은 <골리앗>의 빌리 밥 쏜톤이 드라마 부분 남우주연상 하나에 그친 반면, 넷플릭스가 방송한 <더 크라운>이 드라마 부분 작품상과 클레어 포이가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드라마 <스트레인저 띵스>도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2016년에는 아마존의 <모짜르트 인 더 정글>이 뮤지컬/코미디 분야에서 각각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아마존의 <트랜스페어런트>가 뮤지컬/코미디 분야에서 각각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반면, 넷플릭스는 드라마 분야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남우주연상을 받는데 그쳤다.

 

넷째, 사회자인 지미 팰론이 니콜 키드먼, 에이미 아담스 등과 라라랜드를 패러디한 오프닝에 못지 않게 기억에 남는 것이 평생공로상(세실 B. 메릴 상)을 받은 메릴 스트립의 수상 소감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던 그는 시상식장에 미국에서 가장 비난받고 있는 할리우드, 외국인, 언론 종사자가 있다. 에이미 아담스는 이탈리아의 빈센자, 나탈리 포트만은 예루살렘, 루스 네가는 이디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 라이언 고슬링은 캐나다, 데브 파텔은 케냐 출신이라고 소개하고, "이들을 쫓아내면 예술이 아닌 풋볼이나 격투기 같은 것 밖에 볼 것이 없다"고 하면서 트럼프의 인종 차별 발언을 비꼬았다. 한편 권력을 가진 자가 지위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자유 언론이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다섯째, 아카데미상이 타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한데 비해 골든 글로브는 타인종에 대하여 관대한 편이다. 영화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여우 조연상, <블랙리쉬>의 트레이시 E. 로스는 TV  뮤지컬/코미디 분야 여우 주연상, <아틀란타>의 도널드 글로버가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 지난 해 아카데미 수상자가 백인 일색이어서 많은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과연 다음 달 열리는 89회는 어떨지 관심이 간다.

여섯째, 모든 연기자가 참석하여 축제의 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카메라가 노미네이트된 모든 배우의 얼굴을 카메라가 현장에서 비추어 주는 것을 보면서 이 상의 공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상을 하지 못하더라도 배우가 참석하여 수상식을 축제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지난 연말 연기대상에서 일부 배우가 참석하지 않는다고 하여 수상자가 변경되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정말로 시상식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 부문별 수상자가 전부 한 작품이나 한 명이라는 것이다. 한국 방송사의 연기대상이 2명, 심지어 3명을 선정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만큼 수상자가 명예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이전의 수상 기록을 보아도 그렇다.

여섯째, 반면, 시상식 중계가 너무 밋밋하였다. 한국 방송사의 연기대상, 방송대상, 백상예술대상, 서울드라마어워즈 등의 중계방송이 훨씬 다채롭고 퀄리티가 높다고 생각이 든다. 수상 후보를 발표할 때도 자료 화면이 거의 없다는 것은 중계가 단순하고 시청자에 대한 친절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74호 골든 글로브 시상을 보면서 방송사 소속 직원으로서 영화외에 TV 부문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같은 방송사가 아닌 온라인 서비스 업체의 작품이 수상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한국 방송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현재  <미생>이나 <도깨비> 같은 케이블 드라마가 조명을 받고 있지만, 멀지 않아 온라인 업체가 제작한 드라마가 이를 능가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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