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중계’를 하지 말고 ‘검증’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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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중계’를 하지 말고 ‘검증’을 하라
[민동기의 ‘톡톡’ 미디어 수다방] ‘친박’에서 ‘친반’으로 이동하는 언론?
  • 민동기 미디어평론가
  • 승인 2017.01.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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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가 표를 의식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을 근거 없이 단정적으로 규정했다면 그것 역시 언론의 검증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 뉴시스

“서민적 면모를 강조하는 반 전 총장의 행보는 전날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에서도 이어졌다. 음성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 ‘거지 성자’로 불리는 고(故) 최귀동 묘지에 분향한 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식사를 돕고 손발을 주물렀다.”

 

1월15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분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이후 나흘 동안 보인 ‘광폭행보’를 다루고 있다. 문제는 그의 ‘행보’를 중계보도 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서민적 면모를 강조하는 반 전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선 귀국 직후부터 적지 않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퍼포먼스’ 때문에 서울역 노숙자들이 쫓겨났다는 비판까지 나왔지만 이를 주목하는 언론은 놀랍게도(!) 소수에 불과했다.

 

반 전 총장이 보인 행보가 ‘서민적 면모’에 해당하는지 언론은 상식적이면서 합리적인 의문을 가져야했지만, 그냥 ‘서민적 면모를 보였다’ ‘서민적 행보를 이어갔다’는 식으로만 보도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많은 언론이 반 전 총장의 일정과 행보를 쫓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 이런 질문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일정 …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필자는 현재 반 전 총장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고 본다. 보도해야 할 것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보도할 필요가 없는 것들은 지나치게 많이 보도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단순 동정에 불과하지만 언론은 반 전 총장의 ‘홍보매체’라도 되는 듯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히 보도한다. 유력한 대선후보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보도가치’ 관점에서 보면 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검증’은 사라지고 ‘중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필자가 위에서 예로 든 <연합뉴스> 보도는 그냥 하나의 단순 사례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반 전 총장을 다룬 언론보도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주장을 단순중계 하는데 그치고 있다. ‘팩트체크’나 ‘비판적 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 뉴욕 검찰이 기소한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의 사기 행각과 관련한 사안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사안은 단시간 내에 취재해서 보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관련 의혹이 반 전 총장이 귀국하기 훨씬 전부터 불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언론의 ‘무관심’과 ‘무신경’은 놀라울 정도다. 관련해선 여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긴 호흡이 필요 없는 단순 ‘팩트체크’에서도 언론의 ‘검증 레이더’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반 전 총장이 청년실업난 해소책으로 ‘청년인턴 확대’를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3일 서울 사당동 자택 인근 식당에서 청년들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청년인턴 확대’를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언론이 이 발언 역시 단순히 중계보도만 했다. 하지만 이미 청년인턴제와 관련해선 숱한 문제점이 불거졌고 비판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불확실한 정규직 전환 등의 문제로 청년인턴제가 일자리 창출보다 비정규직을 더 양성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이를 지적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검증’은 사라지고 ‘중계’가 대부분을 차지한 반기문 보도

 

반 전 총장이 15일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한 발언 역시 ‘검증 대상’이지만 이를 ‘검증 대상’으로 삼은 언론은 거의 없었다. 그는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면서 “우리 같은 비군사적 전문가가 봐도 분명하게 폭침에 의해서 파손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선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정부는 북한에 의한 폭침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반박하는 전문가들의 주장과 논거도 적지 않다. ‘비전문가가 그냥 눈으로 보고, 폭침이라고 말할 정도로’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그의 이번 발언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했다기보다는 보수층을 의식한 ‘정치적 행보’로 해석하는 게 합당할 것이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가 표를 의식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을 근거 없이 단정적으로 규정했다면 그것 역시 언론의 검증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귀국한 지 며칠 되지 않은 반기문 전 총장의 언론보도가 이 정도라면 향후 ‘반기문 보도’가 어떻게 전개될 지 벌써부터 염려가 된다. ‘친박’에서 ‘친반’으로 이동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지 않기 바라는 건 필자의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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