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되지 않은 팟캐스트 음악 방송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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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미션 임파서블? 파서블! ⑤] 라디오는 어디로 향해야 하나

▲ 비트가 보여줄 것만 같았고 내가 기대했던 라디오 음악방송의 새로운 장(場)은 ‘자유’였다. 형식과 내용의 자유. 팟캐스트는 자유로운 놀이터였던 것이다. 개편 때마다 라디오 PD들이 가장 답답하고 고민스러운 부분은 이것이다. ⓒ 비트패킹컴퍼니 제공

2016년 12월. 매일 쏟아지는 엄청난 뉴스들 틈으로 작은 단신이 눈에 띄었다. 비트(BEAT)가 폐업한다는 소식이었다. 비트는 광고를 보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으로 한국의 스포티파이를 꿈꾸던 스타트업 기업이었다. 2014년 3월 론칭 후 승승장구를 했다. 2015년에는 비트의 창업자 박수만 대표가 <넥스트라디오 포럼>에 초대받아 강연을 하기도 했다. ‘비트 라디오’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라디오의 앞날을 걱정하던 전국의 PD들은 그가 정체된 라디오의 뭔가 새로운 장(場)을 열어 주리라 은근한 기대와 걱정으로 귀를 기울였었다. 그래서 비트의 폐업 소식은 더 없이 안타깝다.

 

내가 비트에서 기대한 것은 자유로운 라디오 음악 방송이었다. 팟캐스트가 내게 놀라웠던 지점은 라디오로부터 말-담화의 기능을 특화시켜 비방송전문가인 대중이 그것을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는 장(場)이 되었다는 점이다. 팟캐스트의 활성화 덕에 현재 지상파 라디오도 토크 형식의 콘텐츠가 풍성해졌다. 시장이 넓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 방송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음원저작권 문제로 팟캐스트에서 음악을 향유할 수 없었지만, 무료 음원 서비스인 비트를 잘 활용하면 라디오의 또 하나의 기능, 즉 음악 감성의 공유도 자유로워지리라. 재미있는 라디오 음악 콘텐츠가 팟캐스트처럼 비방송 전문가들로부터 만개할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기존 라디오 음악방송의 뻔한 음악들과 뻔한 포맷들을 비전문가들이 어떻게 격파해 나갈지 궁금해졌다.

 

비트 라디오는 기존 지상파 라디오 콘텐츠를 음악 편집 없이 탑재했고 자체 라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당시 인기드라마 <미생>의 출연자들이 비트를 통해 라디오 DJ로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또한 DJ 멘트가 듣기 싫으면 음악만 들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멘트 삭제 기능’도 추가해서, ‘인터넷이니까 별게 다 가능하구나’ 감탄과 한숨을 동시에 내뱉게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기대했던 애플리케이션 유저들이 마음대로 라디오 음악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까지 서비스가 이뤄지는 못했다. 고작해야 ‘내 선곡 리스트’를 만들거나 기분에 따라 음악을 알아서 들려주는 것이 비트를 비롯해 멜론, 벅스 등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생각하는 ‘라디오’의 수준인 것이다. 팟캐스트 콘텐츠처럼 음악 방송에서도 핵심은 ‘노래’가 아니라 ‘체온이 있는 목소리’이다. 비트에 찾아가 개인 음악 팟캐스트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고픈 심정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무료 서비스는 여기서 멈췄다. 사용자들이 음악을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지불해야할 저작권료가 그만큼 커지는 것이 비트의 약점이었다.

 

비트가 보여줄 것만 같았고 내가 기대했던 라디오 음악방송의 새로운 장(場)은 ‘자유’였다. 형식과 내용의 자유. 팟캐스트는 자유로운 놀이터였던 것이다. 개편 때마다 라디오 PD들이 가장 답답하고 고민스러운 부분은 이것이다. 해가 갈수록 대중은 라디오를 듣지 않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지만 방송 심의 때문에 대중 매체라는 이유로 또 이런저런 제약들을 따지다보면 이전에 해왔던 것들을 사람만 바꾸어 답습하고 마는 것이 라디오 개편의 현실이다.

 

뭔가 라디오의 새로운 장을 열 가능성이 있었던 비트의 폐업은 그래서 아쉬움이 크다. 비트의 폐업은 한국식 스포티파이의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라디오 음악 팟캐스트의 (시도되지 않은) 실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2017년 새로운 해가 밝았고 또 다른 시도는 늘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니 말이다. Radio is a 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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