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일상을 의제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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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아빠의 전쟁, 결국 사회가 멈출 수 있다

▲ ‘아빠의 전쟁’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육아부담을 전가하고, 부양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제작진의 프로그램 기획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택한 이슈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 SBS

논란은 화제성과 맞닿아 있다. 대중의 관심사를 반영한 소재일수록 자주 회자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SBS <SBS 스페셜>은 일상을 의제화하는 데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종영한 SBS <SBS 스페셜-아빠의 전쟁>(이하 ‘아빠의 전쟁’)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반향을 일으켰던 <엄마의 전쟁>(3부작)의 후속작이다. ‘아빠의 전쟁’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육아부담을 전가하고, 부양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제작진의 프로그램 기획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SBS 스페셜>이 택한 이슈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특히 개인의 일상을 의제화하고, 이를 구조적 문제로 치환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SBS 스페셜>은 최근 들어 1인 가구, 거주, 청년, 고용불안, 세대갈등 등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는 이슈에 천착하고 있다. ‘신(新) 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부모세대보다 못 사는 자식세대”가 처음으로 등장한 사회 현실을 드러내고, 이와 함께 얽혀있는 거주 문제(‘우리 집에 신(新) 캥거루가 산다’)를 조명했다. 또한 대기업에 입사해놓고도 꿈을 찾아 사표를 던지고 떠나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은밀하게 과감하게-요즘 젊은것들의 사표’에서는 세태 변화를 지적했다. 27명의 실제 사연을 재구성한 인터뷰를 통해 기성세대가 회사를 다니면서 누렸던 성취감과 안정감은 더 이상 2030세대에게 유효하지 않다는 세대별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처럼 <SBS 스페셜>은 일상의 영역에서 사회 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된 화두를 끄집어낸다. 이를 풀어내는 방식 또한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구성과 재미를 더한 연출로 몰입도를 높인다.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편에서는 2030 젊은 세대 직장인의 회사 생활을 권혁수와 하상욱의 콩트 연기로 담아냈다. ‘아빠의 전쟁’편에서 배우 윤상현은 ‘일하는 아빠’, ‘뉴스 앵커’로 분했다. 마치 앵커인양 한국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하루 6분에 불과하다는 조사를 브리핑하는가 하면, 한 손에는 커피, 또 다른 손에는 유모차를 밀고 거리를 활보하는 게 익숙한 ‘라떼 파파’를 만나기 위해 직접 스웨덴 취재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육아를 장려하는 제도적 지원과 사회 분위기에 놀라는 윤상현의 모습은 평범한 아빠로서의 부러운 시선까지 엿보인다.

▲ 전작에 대한 반응을 의식한 듯 ‘아빠의 전쟁’에서는 개인보다 사회에 주목한다. ‘일하는 아빠’를 중심으로 노동시간(야근, 특근), 육아휴직, 경제적 불안 등 현실과 제도가 맞물린 지점들을 파고든다. ⓒ SBS

한편 <SBS 스페셜>은 일상의 영역을 공론화하는 만큼 제작진의 기획 방향에 따라 도마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엄마의 전쟁’이 방영됐을 당시 육아를 바라보는 관점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아이 키우랴, 살림하랴, 일하랴 동분서주하는 ‘워킹맘’의 모습을 담아냈지만, 정작 남편은 ‘육아 전쟁’에 잠시 도와주는 존재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정’과 ‘육아’를 소홀하지 않기 위해서 여성의 선택, 즉 여성에게 고스란히 육아의무를 전가하는 듯한 맥락이 읽혀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유럽 국가로 이주한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 좀 더 나은 보육 환경을 보여줬지만, 개인과 가족 관계에 대한 방점이 찍힌 방식은 한계를 드러냈다.

전작에 대한 반응을 의식한 듯 ‘아빠의 전쟁’에서는 개인보다 사회에 주목한다. ‘일하는 아빠’를 중심으로 노동시간(야근, 특근), 육아휴직, 경제적 불안 등 현실과 제도가 맞물린 지점들을 파고든다. 육아문제를 ‘육아’에 국한해 바라보지 않고, 근로시간 등 일자리 문제와 조직문화와 얽혀있다는 점을 짚어낸 것이다. 또한 윤상현이 스웨덴에서 만난 ‘라떼 파파’에 대해서도 부러움의 시선에만 머물지 않는다. 복지 천국에서도 ‘라떼 파파’가 등장한 게 불과 30년 전이라는 사실은 ‘육아 문제’가 더 이상 개인, 가정에게 전가할 문제가 아닐뿐더러 ‘본질적인 변화’를 통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던진다. 이처럼 논란과 화제 사이를 오가고 있는 <SBS 스페셜>이 앞으로 시청자에게 어떤 화두를 던질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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