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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 시청자들의 삶에 대답을 주었으면”

[인터뷰] EBS <다큐프라임> 이주희 PD·허성호 PD 구보라 기자l승인2017.01.18 10: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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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도곡동에 위치한 EBS 본사에서 EBS <다큐 프라임-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자백가>를 연출한 이주희 PD와 허성호 PD를 만났다. ⓒEBS

새해 첫 시작부터 6부작으로 방영된 EBS <다큐 프라임-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자백가>(연출: 이주희. 허성호, 이하 ‘제자백가’)는 난세(亂世)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인류 역사상 최악의 난세로 꼽히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살아가던 사상가들의 철학을 전했다. 

사상 최초의 정통 철학 다큐멘터리인 <제자백가>는 공자, 장자, 묵자, 한비자의 에피소드와 우화를 역사극으로 흥미롭게 재현해냈으며, 석학들의 풍부한 해설까지 더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 10일 도곡동 EBS 본사에서 만난 이주희 PD는 프로그램의 부제가 ‘절망을 이기는 철학’인 이유에 대해 “철학 개론서에나 나올 것 같은 내용이 아닌, 내 피부에 와 닿는 철학을 얘기하고 싶어서 한국사회의 키워드인 ‘절망’을 선택했다”며 “철학은 우울증에 대한 해답이 아닌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꼭 시대가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절망감에 대한 혜안을 지닌 제자백가의 이야기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대답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철학을 영상으로… 쉽지 않은 일”

EBS <다큐 프라임-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자백가>ⓒEBS 화면캡처
EBS <다큐 프라임-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자백가> ⓒEBS 화면캡처

두 PD가 원래 기획했던 건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동양 철학사였다. 그러나 제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자백가 시대로 조금 더 범위를 좁혀 구체화시켜나갔다. 그럼에도 어려운 점은 많았다. 역사와 인문학, 철학 등을 영상으로 구현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주희 PD는 “다큐멘터리는 기록인데, 역사 다큐멘터리는 기록해야할 사실이 이미 존재하지 않아서 찍을 게 없다. 찍더라도 유적지를 찾는 것 뿐”이라며 “이밖에 할 수 있는 건 필름(푸티지 영상)을 사서 재편집을 하거나(파운드 푸티지), 당시 상황을 드라마로 재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필름 재편집과 드라마로 재현하는 건 비용이 많이 들기에 어느 방송사에서도 쉽게 시도한 적이 없었다. 제작에 참고할 만한 다큐멘터리를 찾기도 힘들었다. 제작진이 겨우 찾은 영국 BBC의 철학 다큐멘터리도 결국엔 ‘강연’만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들은 제작을 준비하며 왜 다른 나라 방송사에서도 철학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지 않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시청자에게 ‘제자백가’의 사상을 시청자들의 삶에 와 닿도록 만드는 과정은 어려웠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해냈다.

제작진은 중국의 시대적 상황과 사상가들의 일화 그리고 그들의 저서에서 소개된 짧고 재미난 우화들을 재연극으로 표현했다. 시청자들에게 제자백가의 사상을 더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해서 묵자와 공자 편에서는 각각 ‘장님과 앉은뱅이’, ‘어머니와 아들’ 우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2~3분 정도의 에피소드 영상들은 프로그램 방영이 끝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SNS에서도 많이 공유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제자백가>에서는 그동안 기록으로만 볼 수 있던 묵자의 신무기들과 고대전투 장면도 생생하게 재현했다. 허성호 PD는 1편에 나왔던 묵자의 공성전을 언급하면서 ”고대 전투를 재현한 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며 ”역사 전문 PD인 이주희 선배가 자체 검증까지 가능할 정도로 디테일에 강했기 때문에, 고대 전투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또한 제자백가를 연구하는 석학들의 알기 쉬운 해설까지 더해져 시청자들과 제자백가 사상가들과의 거리감을 좁혔다.

또한 3부와 6부에서 방영한 ‘제자백가 인생여행’ 상, 하편에서는 연극배우 한명구 씨와 그의 40년 지기인 극작가 홍원기 씨가 제자백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중국 산동성에서 섬서성까지 5개성, 약 2,000km에 걸쳐 중원을 횡단했다. 중년의 두 친구는 즐겁고 유쾌한 절친 호흡을 보여주며, 솔직한 인생 이야기를 전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이처럼 현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 이주희 PD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의 느낌이 중요하고 말했다. “<다큐프라임-강대국의 비밀>(2014)을 촬영할 때 ‘칸나이 벌판’(이탈리아)에 간 적이 있어요. 아무것도 없는 그 벌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구체적으로 그당시 전투가 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는 한 사람의 삶의 근거를 하지 못 하면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상가들이 쓴 텍스트보다는 그 사람의 일생을 다룬 전기를 더 좋아해요. 이와 마찬가지로 장자나 공자, 한비자, 묵자를 이해하려면, 그들이 살았던 땅을 보는 것으로도 그 느낌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1편 <묵자, 정의 없는 세상에 분노할 때>의 한 장면. 중국 묵자학회 쟝바오창 부회장이 묵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BS 스토리 블로그

역사와 철학 등 인문학에 대한 꾸준한 관심

<제자백가>를 연출한 이주희 PD와 허성호 PD는 원래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1995년에 입사한 이주희 PD는 역사 전문 PD라 할 만큼 역사에 해박하며 <역사극장>(2003), <다큐 프라임> ‘한양의 뒷골목’(2011), ‘무원록’(2011) 등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들도 많이 제작해왔다. 취미가 ‘독립 운동가 서적 읽기’일만큼, 전문가적인 지식이 해박한 허성호 PD는 다큐프라임 <학교폭력> 6부작(2013)이 입봉작이며, 이외에도 <청소년 리얼체험 땀>(2013), <세계견문록-아틀라스> 등을 연출했다.

허성호 PD와 함께한 계기에 대해 이주희 PD는 “EBS에서 역사 다큐를 하는 PD들은 있지만, 일관되게 꾸준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함께 역사와 철학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역사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열의를 지닌 허성호 PD(2010년 입사)와 하게 됐다”고 말했으며, 허성호 PD는 “2015년 겨울, 오늘처럼 추운 날이었다”며 “선배의 집 근처에 위치한 카페에서 기획회의라기보다는 ‘강의’를 들었다”고 이주희 PD와 함께 제자백가 관련 기획안을 쓰던 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허성호 PD는 “보통 ‘역사 기행’을 하면 유적지, 동상, 무덤, 사당 등이 전부다. 그래서 특히 역사물을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자본의 논리가 들어오면 더욱 그렇다”며 “그래도 많은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지는 않더라도, EBS니까 할 수 있는 역사 관련 주제를 다루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2015년 6월에는 <세계 견문록-아틀라스>에서 최태성 역사 교사와 함께 ‘일본 개항사’를 주제로 한 3부작(2015년 6월 방송)을 연출하기도 했다.

“<제자백가>, 매력적인 네비게이터가 되었으면“

▲ EBS <다큐 프라임-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자백가>를 연출한 이주희 PD ⓒEBS
EBS <다큐 프라임-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자백가>를 연출한 허성호 PD ⓒEBS

마지막으로 두 PD에게 시청자들에게 <제자백가>가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는지 질문했다. 이주희 PD는 “물론 절망감을 뚫고 나가거나 그대로 품든, 묵자, 공자, 장자, 한비자 등 누구의 삶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선택을 도와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성호 PD는 “<제자백가>는 시청자들에게 골라서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며 “이주희 선배는 공자와 맹자를 좋아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묵자를 좋아한다. 그런데 살면서 어떤 사상가든 다 필요하지 않나. 시청자들이 혜안을 지닌 사상가들의 4인 4색의 이야기를 취사선택해서 새겨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자백가>가 매력적인 내비게이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회사를 다니면서 내외적으로 불의한 일에 맞닥뜨렸을 때는, 묵자를 필요로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수업 조모임에서 일을 안 하는 조원을 만나거나 실적으로 괴롭히는 상사가 있을 때에도 ”장자는 이렇게 말씀하셨지”라며 장자적인 사고를 할 수도 있죠.”

이어서 제작진은 일상에서도 사상가들의 혜안이 와닿았던 순간에 대해서도 말했다. 허성호 PD는 <제자백가>의 편집을 끝냈던 토요일, 존경하는 선배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날을 떠올리며 “그날 밤 문상을 하러 전주를 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길에 문득 ‘죽음도 초월했던 장자가 이래서 위대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사상이 우리를 덜 슬프게 하는 거다. 결국 네 명의 사상가가 주는 위안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희 PD에게도 장자의 일화가 힘을 주었다. 프로그램 연출자로서 사상가의 이야기를 쉽게 알리기 위해서는, 때로는 일화나 이야기에 대해 과감하게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에 이주희 PD도 해석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뷰 하던 학자가 들려준 이야기가 그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보던 장자는 그의 친구인 혜시(언어논리학자)에게 ‘자유롭고 행복하게 헤엄치는 저 물고기를 보게나. 저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자, 혜시는 ‘너는 물고기가 아니면서, 물고기가 행복한 지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장자는 ‘너는 내가 아닌데, 내가 아닌데, 내가 물고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느냐’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주희 PD는 “즉, 너무 논리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결국 장자 철학은 그냥 그 사람이 읽고 느끼는 게 전부지 무엇이 옳은 해석인지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허성호 PD는 “선배님이 제게 와서 “나랑 프로그램 같이 하지 않을래?”라고 물어본 순간이 가장 인상깊다”며 “그 질문이 제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어떻게 터닝 포인트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웃음) 이제까지는 주로 출연자들을 따라가는 프로그램만 했어요. 그러다가 이번 연출을 계기로 사극과 재연의 세계에 들어온 거예요. 처음에는 재연장면을 촬영하며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기도 했는데, 이후에는 ‘드라마적인 상상력’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지만, 연출했던 다큐멘터리의 사건들을 드라마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거죠. 이주희 선배와 함께 <제자백가>를 연출한 경험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와 철학, 인문학에 관심을 지닌 이주희 PD와 허성호 PD, 그들이 시청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에 제작한 <제자백가>도 시청자들의 삶에서 하나의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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