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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국, ‘한국사기’ PD들 역사에서 길을 묻다

[인터뷰] “방송 장르 무너지고 있다, 팩추얼 다큐 드라마는 큰 흐름” 표재민 기자l승인2017.01.23 14: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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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기> 기획을 맡은 김종석 CP ⓒ KBS

우리는 누구인가, 국가는 무엇인가, 지도자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역사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KBS 1TV 팩추얼 다큐 드라마 <한국사기>(기획 김종석, 연출 맹남주 이지희 박상욱 김진혁 배민수)가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40분 시청자들에게 재밌는 역사 교육의 장을 마련한다.

 

지난 1일 프롤로그 ‘우리는 누구인가’를 시작으로 8일 구석기를 다룬 ‘인간의 조건’, 15일 신석기 시대 ‘최초의 문명’이 차례대로 전파를 탔다. 문명 이전의 시대부터 통일신라까지 우리의 역사를 드라마 형식을 빌려 만든 ‘팩추얼 다큐 드라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다큐멘터리인데 드라마 형식으로 흥미를 자극하는 구성이다. 지난 해 호평을 받았던 <임진왜란 1592>로 소구력을 인정받은 장르이자 KBS만 할 수 있는 재미와 공익성을 모두 챙긴 다큐멘터리다.

 

이번에도 재밌는 역사 교과서라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 저널 그날> 등을 기획하며 역사 프로그램에 잔뼈가 굵은 김종석 CP가 기획을 맡았고, 맹남주 이지희 박상욱 김진혁 배민수 등 5명의 PD가 두 작품씩 맡았다. 총 10부작으로 우리의 역사를 훑어보고 그 속에서 지금 이 시국, 난세의 해답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획부터 촬영과 후반 작업까지 1년의 시간이 꼬박 걸렸다. <PD저널>은 3, 4부를 맡아 후반 작업에 한창인 김진혁 PD를 제외한 <한국사기>를 이끈 PD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 지금 우리가 겪는 혼란과 고민을 벗어날 명쾌한 탈출구를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결국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답을 찾는 과정이 <한국사기>가 10부 동안 펼칠 흥미로운 역사 교과서의 기획 의도다. ⓒ 방송화면 캡처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김종석 CP <역사 저널 그날>이 방송되면서 KBS에서 4~5년간 역사 다큐멘터리가 없었다. 당시 역사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들에게 소구력을 갖기 어렵다는 내부적인 목소리가 있었다. 근본적인 담론의 변화가 필요했고 토크쇼 형태인 <역사 저널 그날>을 방송하게 됐다. <역사 저널 그날>을 방송하다보니 역사 다큐멘터리도 같이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1년에 한 번씩 시즌제로 10~12부작 정도 만들고자 한다. 역사 다큐멘터리는 KBS가 비교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역사 저널 그날> 시즌 2를 준비 중이다. 또 역사 기행물도 계획 중이다. KBS가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면서, 시청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맞추고, 제작비 등의 현실적인 여력을 고려해 역사 다큐멘터리-역사 토크쇼-역사 기행물 이 세 가지를 적절하게 배합하고자 한다. 일요일 오후 9시 40분이라는 시간대가 원래 대하 사극이 방송됐던 시간대다. 그 시간대를 역사 시간대로 만들고자 한다.

 

팩추얼 다큐 드라마는 제작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김종석 CP 그 점이 한꺼번에 많은 편수를 제작하기 힘든 이유다. 편수를 줄여도 편당 제작비를 2억 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역사 다큐멘터리는 KBS만 제작하고 있다. 다른 방송사가 하지 못하는 건 결국 제작비 문제다. 시청자들의 호응이 중요하다. 방송법상 간접광고가 불가능하다. 더욱이 역사물은 편당 제작비가 많이 든다. KBS의 대하 사극이 중단된 이유다. 당위성과 명분만으로 계속 유지하기 쉽지 않다. 높은 완성도는 당연하고 시청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며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형식의 역사 프로그램을 돌아가면서 제작하는 거다. 시청자들이 더 이상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지 않는다. 공영방송의 위기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그래도 역사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 다큐에 드라마를 차용한 것도 다큐 생존을 위한 방책인 건가.

 

김종석 CP 장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더 이상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따지지 않는다. 작품이 재밌는가, 설득력이 있는가 이 문제만 생각하는 것 같다. 팩추얼 드라마는 해외에 많은 사례들이 있다. 교훈과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재밌는 드라마를 가미하는 형태를 띠게 되는 거다. 피할 수 없는 큰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해 <임진왜란 1592>가 탄생한 배경이다. 역사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팩추얼 다큐 드라마가 나왔고, 토크쇼인 <역사 저널 그날>과 역사 기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거다.

 

<한국사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김종석 CP 우선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관념과 정체성이다. 두 번째는 국가의 역할이다. 세 번째는 올바른 통치자의 길이다. 그리고 2017년 이 격변, 혼란의 시기에 시사하는 게 있을 거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강대국에 낀 약소국이다. 그런데도 살아남았다. 역사가 아니고 우리의 현재를 보는 느낌이 들 거다. 그 점이 기획의도다.

▲ <한국사기> 1부와 2부를 맡은 맹남주 PD ⓒ KBS

1부인 ‘인간의 조건’과 2부인 ‘최초의 문명’이 방송됐다.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라 제작진의 상상이 들어갔을 것 같다.

 

맹남주 PD 기록이 없기 때문에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있었다. 기록이 없기 때문에 마음껏 상상했다. 기록이 있는 부분을 촬영한 PD는 힘들었을 거다. 나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호모에렉투스는 어떤 언어를 썼을까, 역사 인류학 고고학 등 여러 서적을 읽었다. 방송에 잘 다뤄지지 않았지만 호모에렉투스를 침팬지와 고릴라에서 분화된 캐릭터로 나눴다. 그리고 개개인에게 이야기를 부여했다. 배우들에게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를 전달했지만 연기로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았다. 서사와 관계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다큐멘터리이니까 그 시대의 집기 등을 찍어야 했는데 영화 촬영을 하는 스태프라서 이 장면이 왜 필요한지 일일이 설명을 했어야 했다. 일반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다큐의 정보 제공과 드라마의 서사 촬영을 함께 한다는 게 힘들었다.

 

1, 2부를 본 일부 시청자는 드라마가 가미된 부분을 불편하게 여기기도 하더라.

 

맹남주 PD 재밌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드라마를 가져온 거다. 재미를 만들어야 하는데 역사적인 사건만 가져다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김유신이 뚱뚱할 수도 있다. 그러면 드라마적으로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이런 상상력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는 문제는 연출자의 판단이다. 정확한 해답을 내놓기는 어려운 것 같다.

 

드라마 촬영을 하던 PD가 아니니 고충이 많았을 것 같다.

 

맹남주 PD 호흡의 차이가 있더라. 감정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모든 설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생략했을 때 전달이 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또 장소를 섭외하는 데만 2달이 걸렸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동선을 최대한 줄였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 <한국사기> 5부와 6부를 책임지는 이지희 PD ⓒ KBS

3부와 4부가 국가의 형성이 다뤄지고, 5부부터 본격적인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지희 PD 5부와 6부는 고구려와 백제의 최전성기를 다룬다. 장수왕 광개토대왕 근초고왕의 이야기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 시기를 단순히 영토가 넓었던 시기로 알고 있을 텐데 좀 더 의미 있는 업적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우리 역사에 있어서 전성기라는 의미가 무엇일지에 대해 전달하고자 했다. 영토 확장을 하려는 목표가 있었을 것 같았고,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했다. <한국사기>는 끝까지 봐야 더 재밌을 거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근초고왕, 광개토대왕 등의 인물의 색다른 점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다.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지희 PD 5부와 6부의 경우 KBS 사극 세트를 빌려 쓰면서 드라마국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다만 광개토대왕 시대는 사료가 많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이웃나라 사신이 와서 서신을 바치는데 그 서신을 직접 들고 와야 하는지, 아니면 받침이 있어야 하는지, 왕에게 직접 바쳐야 하는지, 신하를 통해 전달하는 건지 하나하나 다 알아봐야 했다. 자문을 구해도 기록이 없기 때문에 연출하는데 어려웠다. 역사를 잘 아는 시청자가 봤을 때 논쟁이 될 수도 있겠다.

▲ <한국사기> 7브와 8부를 연출한 배민수 PD ⓒ KBS

7부와 8부는 신라가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고 고구려가 외세의 침공을 막아내는 역사를 담는다.

 

배민수 PD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선택으로 백제와 신라의 국운이 바뀌는 거다. 그게 7부의 이야기고, 8부는 수나라와 당나라에 맞서서 ‘우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고구려의 투쟁을 다룬다. 어떤 학자들은 이 때 우리라는 개념이 명확해졌다고 한다. 그 부분을 담는다. 현재 시국과도 연결지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이 시국도 결국 선택을 잘못한 것 아닌가.

 

가장 신경을 써서 제작한 부분은 무엇인가.

 

배민수 PD 드라마로 이야기가 꾸려지니깐 대사를 만들어야 하나, 만들지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작가와 한참을 논의했다. 대사를 만들지 않고 역사로만 구성하면 드라마가 연결이 안 됐다. 그런데 대사를 만들려고 보니 그 시대에 맞는 말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대본을 계속 고쳐야 했다. 역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드라마적인 요소를 취합하는 게 어려웠다. 팩추얼 드라마니까 사실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큐가 드라마 영역을 침범하면서 발생한 문제인 건가?

 

배민수 PD 다큐가 드라마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가 다큐 같고, 예능도 다큐 같다. 다큐는 예능과 드라마 같다. 결국 서로의 장점을 취해서 발전해나아가는 방식으로 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요즘 다큐는 비주얼적으로 광고 같기도 하다. ‘다큐야? 드라마야?’라고 구분 짓기보다는 결국 작품을 만들 때 재미와 전달의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

▲ <한국사기> 9부와 10부를 책임지는 박상욱 PD ⓒ KBS

9부와 10부는 신라의 삼국통일을 담는다. 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PD들이 가장 재밌는 방송이 될 거라고 꼽았다.

 

박상욱 PD 우리 시각에서는 신라가 삼국통일의 대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대의와 신라의 대의는 달랐을 거다. 신라에게 고구려, 백제, 당나라 모두 위협이 되는 외세일 뿐이다. ‘우리’의 개념이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 당나라와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 신라가 아닌 영토가 넓었던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했어야 했다는 의견은 지금 시대 기준으로 본 과도한 시선일 뿐이다. 신라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사건에 주목하려고 했다. 드라마로 만들기 수월했다. 꽤 구체적으로 사료가 있었다. 인물별로 내적인 동기를 찾기 위해 주력했다. 이미 많이 다뤄졌기 때문에 기시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신라가 치열하게 싸운 이유, 그리고 당나라와 고구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다루고자 했다.

 

마지막 이야기인데, 주목해서 봐야 할 사안이 있다면.

 

박상욱 PD 배민수 PD님도 이야기했지만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 지도자가 국가 체계를 다지고 나라를 운용하는 과정을 보면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춘추와 문무왕이 강대국 사이에 껴있었던 우리를 지켜내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현재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무왕이 가장 중요한 전쟁에서 김유신을 참전시키지 않고 경주에 남겨둔다. 학자의 추론에 따르면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선택이다. 일방적이지도 않고 굴욕적이지도 않은 줄타기를 잘했다. 당시 오늘날의 국가라는 의미에서 걱정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왕조를 지키기 위한 걱정과 노력을 보면 정말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보다 보면 지금의 현실과 연계할 수 있을 것 같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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