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공정’하니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이사님들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방문진 이사들의 MBC를 향한 ‘믿음’ 혹은 ‘맹신’

▲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PD저널

MBC 뉴스를 '공정'하다 말하는, 신념인지 맹신인지 알 수 없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믿음’이 우려스럽다.

지난 19일 MBC 상반기 업무보고가 끝나는 자리에서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김원배 이사는 MBC 임원진을 향해 “MBC 뉴스 시청률이 다른 언론사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그때그때마다 일희일비 하지 말고 계속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해 달라”며 “그럼 언젠가는 시청률이 올라갈 것이다. 지금까지 지켜왔듯이 앞으로 지켜나가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당부했다.

방문진 이사들이, MBC 임원진이 ‘지켜온’ MBC의 현주소는 어떤가. 미디어미래연구소가 매년 한국언론학회 전체 회원 대상으로 시행하는 매체 신뢰성, 공정성, 유용성 평가에서 MBC는 사라졌다. 신문방송 매체를 모두 합쳐 평가 결과 8위까지 보여주는 조사표에서 MBC는 2012년 이후 신뢰성, 공정성, 유용성 지표 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강상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지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공청회에서 “국내 언론 전문연구자 집단이 국내 공영방송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고, 공정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고 본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미디어미래연구소가 매년 시행하는 한국언론학회 전체 회원 대상 2007~2016년 국내 주요 미디어의 신뢰성·공정성·유용성 조사표 ⓒ미디어미래연구소

MBC 메인 뉴스 시청률은 2%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되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애국시민들은 MBC만 본다”며 “조만간 MBC 시청률이 확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공정성을 잘 유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98%의 사람들은 ‘애국’하지 않는 시민으로 만들어버리는 편향된 시각에 다시 한 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2장 제1절 ‘공정성’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MBC는 JTBC가 10월 보도했던 ‘최순실 태블릿PC’의 특검 증거 채택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진행했음에도, 정작 검찰의 최종 수사 발표 당일(12월 11일) “태블릿PC는 최순실이 사용한 것이 맞다”고 발표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달 17일이 돼서야 관련 내용을 보도할 때도 검찰의 결론만을 전달할 뿐 그에 대한 검찰 측 근거는 전혀 전하지 않았다.

언론인권센터 모니터팀은 2016년 12월 29일부터 2017년 1월 11일까지 MBC 뉴스를 모니터한 결과 “MBC는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의 증거능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보도를 했다. 또한 신년기자간담회도 비판 없이 박대통령의 입장을 그대로 보도했으며, 탄핵반대집회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며 “MBC는 언론이기를 포기한, 탄핵소추가 진행 중인 박근혜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총평했다.

▲ 지난해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앞서 오후 1시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언론노조 사전결의대회가 펼쳐지고 있다. 결의대회에서 '청와대‧편파방송 OUT'을 기원하며 박근혜 대통령, 고대영 KBS 사장, 안광한 MBC 사장의 꼭두각시 인형을 절단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PD저널

뿐만 아니라 안광한 MBC 사장은 최근 MBC 뉴스를 ‘사유화’한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타매체에서 안 사장이 정윤회를 독대하고 정권에 유리한 보도를 청탁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MBC는 메인뉴스에서 이를 반박하며 “TV조선과 미디어 오늘이 MBC와 안광한 사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음해성 보도를 했다”고 단정 지었다.

이에 MBC 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기사의 기초 조건인 ‘쌍방 당사자 취재’를 생략하고 ‘전달자로서의 중립’을 상실한 채 안광한 사장 개인의 입장을 ‘진실’로 확정하고 보도한, 중차대한 ‘공영방송 사유화’의 생산물로 규정한다”며 “MBC 뉴스데스크가 자사 사장에 대한 의혹을 ‘의혹 제기자’와 ‘당사자’ 양측에 대한 쌍방의 취재 과정도 없이 ‘안광한 사장은 그런 일 없다’는 신(神)적 수준의 최종 심판을 내렸다는 점을 문제 삼는 것이다. 이게 공영 방송의 사유화다”라고 지적했다.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2장 제1절 ‘공정성’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연 방문진 이사들의 ‘믿음’대로 98%의 국민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종편에 매몰돼 ‘공정한’ MBC를 보지 않는 것일까.

방문진 유의선 이사는 “각자 세상을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며 “누가 맞고 틀린 건 분명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MBC 보도는 저널리즘 관점에서 ‘틀린 것’이 맞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