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의 진화, 연작 드라마에서 초미니 드라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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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맨몸의 소방관', 단막극의 존재 가치 입증

▲ 그럼에도 방송가에서 단막극을 넘어 연작 드라마를 제작하는 건 변화를 모색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만큼 채널이 많아지고, 다양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시청자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단막극 포맷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 KBS

KBS 2TV<맨몸의 소방관>(연출 박준석, 극본 유정희)이 참신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 속 막을 내렸다. 4부작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코미디, 로맨스, 스릴러 요소를 버무려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고, 그 결과 화려한 캐스팅으로 첫 발을 뗀 MBC <미씽나인>과 맞붙었을 때도 시청률 5.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그간 방송가 안팎에서 단막극은 신인 PD·작가들이 실험성 짙은 소재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등용문으로 여겨졌으나 드라마 제작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지와 부활을 거듭해왔다. <맨몸의 소방관>은 단막극을 넘어 연작 드라마 기획이 대중의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했다.

<맨몸의 소방관>은 <오 마이 금비> 후속작으로 방영됐다. 2014년 <KBS 드라마 스페셜-꿈꾸는 남자>로 데뷔한 이후 ‘아빠를 소개합니다’, ‘운동화를 신은 신부’, ‘아비’ 등 꾸준히 단막극을 집필해온 유정희 작가가 맡았다. 소방관 강철수(이준혁 분)가 뜻하지 않게 누드모델이 되고, 10년 전 방화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한진아(정인선 분)와 얽히고설키는 스토리를 단막극에 비해 긴 호흡인 4부작으로 엮어냈다. 또한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흥미로운 소재와 캐릭터의 강약 조절을 통해 풀어냈다. 예컨대 수십억 재산의 상속녀 한진아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 끈질기고,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캐릭터의 힘이 돋보였다.

이처럼 KBS는 <맨몸의 소방관>와 같은 연작 드라마 제작을 꾸준히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베이비시터>(4부작), <페이지터너>(3부작), <백희가 돌아왔다>(4부작) 등 3편의 연작 드라마를 방영했다. <베이비시터>는 당시 <무림학교>가 조기종영 수순을 밟으면서 공백을 막기 위해 급하게 편성됐지만 극본과 연출의 시너지로 화제를 모았다. 최효비 작가의 극본공모 당선작이자, 주인공의 극을 치닫는 감정 표현을 화면 분할과 선명한 색감대비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미장센 연출이 돋보였다. 이어 <백희가 돌아왔다>는 ‘아빠 찾기’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코믹한 스토리로 풀어내 화제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동시간대 타 방송사의 시청률 1위 드라마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 10.4%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여전히 방송가에서 단막극과 연작 드라마는 후속 메인 드라마의 제작 일정이 차질을 빚거나 편성에서 틈이 벌어질 때 ‘대타’처럼 끼워 맞추기로 배치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또한 <맨몸의 소방관> 연출을 맡은 박진석 PD가 한 인터뷰에서 “4부작이라고 해서 16부작보다 제작비가 1/4만 드는 것도 아니고 노력도 그만큼 드는 게 아니”라고 언급한 것처럼 단막극 제작 편수와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투자와 협찬은 물론 그에 걸맞은 제작 역량이 뒤따라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방송가에서 단막극을 넘어 연작 드라마를 제작하는 건 변화를 모색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만큼 채널이 많아지고, 다양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시청자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단막극 포맷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 송사들은 시청자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또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편으로 택한 다양한 시도가 단막극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됐다. ⓒ 방송화면 캡처

이러한 흐름을 타고 MBC가 설 연휴 직전 ‘초미니 드라마’ <세가지색 판타지>(26일 방송)를 선보일 예정이다. MBC도 KBS <드라마 스페셜>처럼 <드라마 페스티벌>을 통해 단막극을 제작해왔으나 이번에는 이색적으로 세 편의 3부작 단편 드라마를 모아 방영한다. ‘반지의 여왕’편 연출을 맡은 권성창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단막극도 기존의 단막극 형식만 고집하지 않고 달라진 플랫폼에 맞춰 다양한 포맷을 선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시청자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또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편으로 택한 다양한 시도가 단막극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됐다. 과연 진화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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