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 미국판 파일럿 제작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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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획안 채택 어려워...한국 드라마의 밝은 미래

▲ 원래의 스토리를 충실하게 반영한 파일럿이 선정되어 제작되는 것을 보면서 향후 한국 드라마의 미국판 리메이크에도 많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한국 드라마의 감성이 할리우드에도 그대로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므로 앞으로 많은 한국 드라마가 할리우드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 KBS

지난 1월 23일 미국 4대 메이저 방송사 중의 하나인 ABC가 KBS에서 방송된 <굿닥터>의 미국판 파일럿(Good Doctor, The)을 제작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이로써 <굿닥터>는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초의 미국판 파일럿으로 제작되는 영예를 안았다. 저자가 <굿닥터>를 미국에 소개한 것이 2013년 11월 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K-Stroy 피칭' 행사부터이므로 여기까지 오는데 3년 넘게 걸린 셈이다. 정말로 험난한 여정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굿닥터>가 미국판 파일럿으로 제작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임에 분명하다.

미국판 <굿닥터>의 대본은 유명한 의학 드라마 <하우스> 크리에이터겸 작가인 데이빗 쇼어가 직접 썼고, 제작은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이 맡는다. 쇼어 제트 프로덕션의 데이빗 쇼어, 3AD의 대표 다니엘 대 킴, 엔터미디어의 대표 이동훈 및 데이빗 김이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참여하고, 쇼어 제트의 에린 건과 3AD의 린지 고프만은 공동 총괄 프로듀서(Co-Executive Producer)로 참여한다.


물론, 한국 드라마로서 미국에서 최초로 리메이크 되어 방송되는 것은 <굿닥터>가 아닌 <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신의 선물>은 ABC에서 <섬웨어 비트윈>(Somewhere Between) 10부작으로 제작되고 있고, 올 여름 방송될 예정이기 때문이다.(http://variety.com/cable-tv-pilot-season-list-network-scorecard/#networktype-1/page-1)


그럼에도 <굿닥터>의 미국판 리메이크 파일럿이 갖는 의미는 <신의 선물>이 이상으로 크다. 미국의 방송사가 추구하는 것은 시즌 5까지만 제작이 되어도 엄청난 수익을 창출되는 시즌제이기 때문이다. <굿닥터>의 미국판 파일럿을 제작한다는 것은 <신의 선물>과 달리 시즌제로 가는 문턱까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리우드에서는 파일럿 제작 결정이 이루어지는 1월에 100개의 기획안 중 92개가 파일럿으로 제작되지 못하고 8개 정도만 제작이 된다. 특히, 방송사에서는 주로 자체 스튜디오의 기획안을 파일럿 제작하도록 하기 때문에 <굿닥터> 같은 외부 기획안이 선정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할리우드에서도 파일럿이 제작이 결정되면 ‘로또를 맞았다’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굿닥터>의 사례는 한국 드라마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굿닥터>의 원작은 대학병원 소아외과를 배경으로한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외과의사(주원 분)와 이를 돕는 선배의사(문채원 분)와의 일과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판도 서번트 신드롬을 앓고 있는 젊은 외과 의사가 미국 최고 병원의 소아과 병동에 채용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게 된다. <굿닥터>는 2016년에도 파일럿 제작의 기회가 주어졌다. 당시 CBS 스튜디오가 파일럿 대본을 개발하여 CBS에 피칭하였으나 아쉽게도 탈락하였다. 이 때는 원작과 약간 다른 교육 병원을 무대로 설정을 하였으나, 이번에는 원작을 거의 충실하게 따랐다. 원래의 스토리를 충실하게 반영한 파일럿이 선정되어 제작되는 것을 보면서 향후 한국 드라마의 미국판 리메이크에도 많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한국 드라마의 감성이 할리우드에도 그대로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므로 앞으로 많은 한국 드라마가 할리우드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예가 이스라엘 원작의 <홈랜드>(Home Land)이다.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많은 이스라엘 작품들이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굿닥터> 파일럿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소개

하고자 한다.(http://fightingbroke.com/how-television-pilots-are-made/ 참고하였다.) 파일럿은 텔레비전 산업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 파일럿은 대부분의 텔레비전 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말하는 것으로 이것이 시즌5까지 방송될 것인지 아니면 3번째 에피소드 이후에 사라질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그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파일럿에 투자하는 것이다.


파일럿을 만들려면 파일럿 대본이 선정(pick up)되어야 한다. <굿닥터>는 지난해 9월 <하우스>의 작가인 데이빗 쇼어가 <굿닥터>를 보고 마음에 들어 대본을 쓰기로 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였다. 10월 ABC, NBC, FOX, CBS에 드라마에 대한 아이디어를 피칭을 하였으며, 모든 방송사가 추진하겠다는 의사(buy)를 표명하였지만 가장 조건이 좋은 ABC와 추진하기로 결정되었다. 2달여 동안 작가가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파일럿 대본을 작성한 후 소니 스튜디오와 협의를 거쳐 12월 연휴 전에 ABC에 보냈다. 아이디어를 대본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헐리우드에서는 ‘개발 지옥(development hell)’이라고 까지 불린다. 피칭을 하면 방송사는 해당 아이디어가 방송사가 생각하는 영상으로 구현이 되는지, 자신의 방송사의 철학과 맞는지, 예산은 적당한지 등에 대한 의견(notes)을 주고 작가는 원래 스토리를 유지하면서도 이것을 대본으로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 지난 1월 23일 ABC에서 파일럿 대본을 영상으로 옮기도록 허락(greenlight)이 떨어졌다. 이렇게 하여 <굿닥터>가 한국 드라마로는 최초의 리메이크 파일럿이 제작되는 것이다.


파일럿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는 제작팀을 꾸리는 것이다. 감독, 캐스팅 디렉터, 쇼러너 등을 한 팀으로 만들어 캐스팅을 하고,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문제는 모든 파일럿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팀을 꾸리는 것이 엄청나게 힘든 경쟁을 해야 한다. <굿닥터>의 경우 파일럿 제작 결정되기 전부터 감독 명단을 작성하여 연락하였다. 통계적으로 대부분의 파일럿이 실패하거나 적자를 보기 때문에 방송사와 스튜디오는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다. 그 하나가 파일럿을 캐스팅과 연계하여 파일럿을 선정하는 것이다(cast contingent). 이것은 방송사는 캐스팅에만 돈을 부담한다는 의미이다.


다음 단계는 촬영하는 것이다. 팀이 꾸려지고, 방송사가 인정하는 캐스팅을 하면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개별 대본리딩, 제작팀 전체 대본리딩, 방송사가 참여한 대본리딩, 감독의 촬영 콘티 작성, 촬영 순으로 진행이 된다. 촬영은 일반 드라마의 경우 몇 주가 걸린다(2시간짜리 <LOST>의 경우 2달 반 소요). 이 과정에서 작가는 배우와 팀의 의견에 따라 대본을 수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캐스팅도 다시 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예산을 삭감하여 저예산 파일럿으로 제작되기도 하고, 컨셉만 찍기도 한다. 파일럿 제작 비용은 평균 30분 코미디가 200만불(약 20억원), 1시간짜리 드라마는 550만불이다. 그러나 <LOST>의 1,000~1,400만불, <브로드워크 엠파이어>(Broadwork Empire)는 1,800만불, <테라 노바>(Terra Nova)는 1,000~2,000만불 정도로 상상하기 어려운 비용이 들어갔다.


세 번째 단계는 끊임없는 편집이다. 감독, 쇼러너, 스튜디오의 편집을 거쳐 방송사에 전달된다. 방송사는 다양한 시사회와 마케팅 테스트를 통해 파일럿을 상영한다. 이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에 기반하여 새로운 버전이 만들어 진다.


네 번째 단계는 방송사의 결정이다. 즉, 파일럿을 시리즈로 제작하거나 ‘꽝’이 되거나 이다. 파일럿이 방송사에 넘어가면 남은 일은 방송사가 시리즈로 제작할지 말지 결정하는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이것을 ‘창의 지옥’(creative purgatory)라고 표현한다. 방송사는 파일럿은 5월에 광고를 사전에 판매하는 업프런트 전 몇 주 동안 일반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시리즈로 제작할 것인지 결정한다. 이 결정은 주로 예상 시청자, 편성전략, 중요성, 방송사의 철학이나 브랜드와의 정합성에 따라 이루어진다. 시리즈 제작을 하게 된 경우 작가는 첫 시즌으로 13개나 22개 에피소드를 써야하므로 바빠지고, 방송사는 업프런트에서 광고주에게 파일럿을 보여주고 광고를 팔게 된다.

앞으로 <굿닥터> 미국판 파일럿을 최고의 작가와 제작사가 제작하는 만큼, <Good Doctor, The> 파일럿이 좋은 호평을 받아 9월에 시즌1의 방송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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