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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앵커 “PD 출신 앵커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

[라디오스타 시즌5] ⑥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앵커/PD 이혜승 기자l승인2017.02.02 09: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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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스타 시즌5] ⑥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앵커/PD ⓒ김성헌

“어떻게 버텼을까. 나 참 장하다. 서른에 시작해서 이제 마흔이다. 결혼하기 전에 시작했는데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애도 둘이나 낳고, 그 애들이 지금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30대를 고스란히 ‘뉴스쇼’에 바친 거다”

어느덧 햇수로 10년째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제작:손근필 박 철 권민철 유창수 문효선 민경남, 진행:김현정, 작가:이선주 정다솜, 이하 <뉴스쇼>) 진행자 김현정 앵커 겸 PD가 첫걸음을 내딛은 지 10년이 다 돼간다. 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김현정 앵커를 만나 이번에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앵커는 CBS <이슈와 사람>이라는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해오다 내부 오디션을 거쳐 <뉴스쇼> 앵커로 발탁됐다. 딱 서른이었던 그때 김 앵커가 견뎌야 했던 무게는 컸다. 전국 단위 지상파로서는 1호 ‘PD 출신 앵커'라는 점, 흔하지 않은 ‘여성 앵커’라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첫걸음을 만들어간다는 부담이 있었다. 여성으로서도 그렇고, PD 출신으로서도 그렇고. 제가 만들어가는 길이 첫걸음이 되는 거니까. ‘저 여성이 가다 지치지 않을까’, ‘쓰러지지 않을까’, ‘실수하지 않을까’ 다들 지켜보고 있었다. 또 ‘PD 출신 앵커가, PD 출신 시사진행자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 하는 시선도 있었다. 시기어린 눈일 수도 있고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눈일 수도 있지만 항상 지켜보고 있는 거였다”

▲ [라디오스타 시즌5] ⑥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앵커/PD ⓒ김성헌

그래서 더 그는 방송에 ‘올인’했다. 아침 7시 30분에 시작하는 방송이지만 매일 새벽 4시에 출근해 신문을 읽고, 밤사이 변화한 이슈에 따라 전날 저녁에 준비했던 오프닝 원고를 수정한다. 방송이 끝난 후에는 PD로서 모든 제작 과정에도 참여한다. 그렇게 저녁 8시, 9시에 퇴근하기 일쑤다.

단순히 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김 앵커는 “10분 남짓한 인터뷰를 통해 ‘엑기스’를 뽑아내려면 항상 정신이 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저녁 약속은 잡을 수가 없다. <뉴스쇼>를 위해 회사와 집만을 오가는 생활이었다.

특히 <뉴스쇼>를 진행하는 사이 김 앵커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며 힘든 시기를 지나기도 했다. 그는 “아이가 생겼을 때 입덧을 심하게 했다. 일어나서 몸을 지탱할 수도 없는데 그 몸으로 회사를 와서, 심지어는 맑은 정신을 가지고 인터뷰를 해내고 나면 온몸의 기가 빠지는 느낌이었다”며 “그런데 힘들다고 티를 내면 다른 사람들 팀워크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티도 안 냈다. 몰래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그렇게 지나왔다”고 회상했다.

아이를 낳고 난 후에도 산 넘어 산이었다. 그는 “밤에 한 시간마다 깨는 아이를 달래고, 밤을 꼬박 샜다. 또 그 와중에 두 아이 모두 1년씩 모유수유를 했다”며 “엄마로서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항상 바쁘니까 아이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이거라도 후회 안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그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웃어보였다.

▲ [라디오스타 시즌5] ⑥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앵커/PD ⓒ김성헌

“서석구 변호사 인터뷰, 당황스러웠다”

보이지 않는 노력의 시간을 거쳐 김 앵커는 청취자의 마음을 읽는 인터뷰어가 됐다. <뉴스쇼>는 이슈가 생기면 주변 전문가를 찾지 않는다. 이슈 중심에 선 당사자에게 직접 마이크를 건네는 ‘당사자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이 당사자와의 인터뷰로 채워진다.

“가장 쉬운 말로, 가장 궁금한 것을, 솔직하게 묻자는 게 인터뷰 소신이다. 애써 힘든 상황을 만들기 싫어서, 인터뷰이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코가 간지러운데 볼을 긁는 진행자가 많다. 하지만 이 마이크는 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청취자들이 대신 물어봐달라고 나를 앉힌 거다. 코가 간지러우면 바로 코로 간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인터뷰이들이 많다. 지난달 6일 방송됐던 서석구 변호사와의 인터뷰도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 법률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질문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펼쳤다.

당시 서 변호사는 “촛불은 대한민국에 대한 사실상 선전포고다”, “왜 북한 언론이 그렇게 남조선 언론을 극찬하겠느냐”, “언론이 과도하게 대통령을 모욕하고 인격살인에 가까운 보도들이 판을 쳤다”, “이 특검수사를 저 개인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최순실 사건 자체도 지나치게 과장됐다”, “민중총궐기가 주도하는 퇴진집회에 대한민국 운명을 맡기면 이건 예수님이 바라는 바가 전혀 아니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링크 <뉴스쇼> 인터뷰 전문)

이때 김 앵커는 끝까지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김 앵커는 당시를 돌이켜보며 “당황스러웠다. 워낙 자기 논리가 강해 자신의 이야기를 질문과 상관없이 해내는 분이니까. 그런데 저는 국민의 입장에서 인터뷰를 하는 거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반론을 끊임없이 던져야 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흥분하는 사람 앞에서 화를 같이 내면 싸우다 끝난다. 그러면 듣는 분들이 시원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 것도 전달이 되지 못한다. 그날 제일 많이 받은 문자가 ‘멘탈 갑’이라는 거였다”라며 “덕분에 대통령 측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보는 계기가 됐다. 판단은 각자 하시겠지만. 국민들을 헌법재판소 현장에 모신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라디오스타 시즌5] ⑥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앵커/PD ⓒ김성헌

김 앵커는 이런 사람들보다 오히려 유족과의 인터뷰가 섭외하기도 힘들고, 인터뷰하기도 제일 어렵다고 한다. <뉴스쇼>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 군 의료사고 등 여러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 유족의 목소리를 담아왔다. 그 사안에 대해 가장 할 말이 많고,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유족이기 때문이다.

“후배 PD인 문효선 PD가 특히 유족을 잘 섭외한다. 그런데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그 문PD가 ‘선배, 저 할 때마다 가슴에 멍이 드는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 그렇게 그분을 인터뷰에 넘겨주면 저 역시 할 때마다 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인터뷰는 반드시 반향이 있다. 인터뷰로 인해 정책이 바뀌고, 체계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처음엔 안 나오겠다던 유족들도 되려 설득해줘서 고맙다고 문자가 온다. 힘든 만큼 보람이 있다”

또 김 앵커는 최근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로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의 인터뷰를 꼽았다.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였다. 여야가 ‘최순실 게이트’ 특검 법안에 합의하던 지난해 11월 17일, 채 전 총장은 <뉴스쇼>에서 특검을 향해 “목숨 내놓고 수사해라”라고 전했다. (▷링크 <뉴스쇼> 인터뷰 전문)

김 앵커는 “‘목숨 내놓고 수사해라. 어려울수록 정도로 가야 후회가 없다’라는 말이 굉장히 울림이 있었다”며 “특검팀에 들어간 수사팀이 분명히 그 인터뷰를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특검이 잘 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더 그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라디오스타 시즌5] ⑥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앵커/PD ⓒ김성헌

“지난 대선, 한이 많이 남아”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은 그에게도 지난 3개월은 특히 더 힘든 시간이었다. 김 앵커는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단순히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되게 고통스러웠다”며 “제가 전하면서도 이게 지금 진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 김 앵커는 “국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전달하자”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그는 “지금 국민들의 심정이 어떤지, 무엇이 가장 궁금한 건지, 어떤 점에서 화가 나고 있는 건지 제 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 시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대선 정국에 돌입하고 있다. 대선 정국에 임하기에 앞서 김 앵커는 “지난 대선이 굉장히 한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후보들을 불러 모아 제대로 된 인터뷰, 토론 한번 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를 떠올리면 후보들을 불러 하는 토론이 참 없었다. 한번 인터뷰로 불러내기조차 어려웠다. 왜 그랬을까를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박근혜 후보가 그걸 너무 싫어했다. 언론에 나서는 걸. 그런데 한 사람이 안 나오기 시작하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갔다. 항상 대변인만 불러다가 대변인 토론만 한 거다. 대통령을 뽑는 건데 대통령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직접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게 결국 이런 국정농단까지 오게 한 것 아닌가. 제대로 사람을 못 본 게 한이다”

그래서 김 앵커는 이번 대선에서는 토론도 적극적으로 많이 하고, 짧은 인터뷰라도 최대한 많이 해 국민들에게 후보들의 면면을 보는 판을 깔아드리겠다고 한다. 현재 <뉴스쇼>에서는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 앵커는 “판 깔 준비는 항상 돼있는데 후보들이 판에 오르려고 하지 않아 문제”라고 웃어 보이며 “지금은 지난번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도 안 나오는 분이 계신다.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에도 문재인, 반기문 후보만 나오지 않았다. 문 캠프는 곧 할 것 같은데 반 캠프는 아직 답이 없다”고 전했다. (인터뷰 이후 2월 1일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편집자주)

▲ [라디오스타 시즌5] ⑥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앵커/PD ⓒ김성헌

“‘김현정스러운 스타일’로 기억되길”

김 앵커는 사실 음악을 정말 사랑해서, 음악PD가 하고 싶어 라디오PD가 됐다. 그렇기에 마음 한 켠에는 늘 음악PD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동안 <뉴스쇼>를 진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김 앵커는 “뻔하지만, 청취자”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뉴스쇼>에는 시사평론가 수준의 의견들이 하루 1500개, 2000개씩 쏟아진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서는 문자가 하루 3000개씩 오기도 했다”며 뿌듯해했다.

김 앵커는 “이걸 보면 힘이 안 날 수가 없다. 꼭 좀 소개해달라고 친필편지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고, 심지어 한약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다. 돌려드려야 하는데 전화를 안 받으신다”며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가지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지난 2014년 김 앵커는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뉴스쇼>를 잠시 내려놓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리웠던 음악PD로서의 한도 풀고, 아이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떠나보니 <뉴스쇼>를 ‘같이’ 만드는 느낌이었던 청취자들, 그리고 마이크가 그리웠다고 한다.

그 1년의 시간이 지나고 김 앵커는 “이전에는 매일을 100m 달리기처럼 달렸다면, 이제는 장거리 마라톤처럼 페이스조절을 해가면서 좀 더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이전에는 ‘내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인터뷰이가 어떻게 반응할까’ 하나하나 다 신기하고 두렵고 조심스러웠는데 이제는 내공이 생기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현정스러운, ‘저 사람 참 김현정 스타일로 인터뷰한다’라고 할 수 있는 저만의 인터뷰 스타일을 가지고, 이런 점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앵커가 됐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마이크가 권력자, 유명한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몰려있다.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약하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마이크가 하나도 가지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주는 따뜻한 앵커, 그런 PD였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 [라디오스타 시즌5] ⑥ CBS 표준FM <김현정의 뉴스쇼> 김현정 앵커/PD ⓒ김성헌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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