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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있으니 공영방송 필요 없다? 최승호 해직PD에게 물었다

[인터뷰] “촛불집회서 엠병신 물러가란 말 당연...MBC 바로세워야” 표재민 기자l승인2017.02.02 11: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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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진에게 격렬한 일침을 가했던 최 PD는 이유 없이 해고됐다. 최 PD를 비롯해 권력의 부역자를 자처한 경영진을 비판했던 PD와 기자들은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 <자백> 스틸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파헤친 영화 <자백>(연출 최승호)에서 최승호 MBC 해직 PD이자 독립 언론 뉴스타파 PD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거침 없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정중하고 온건하지만 언론인으로서의 무게감이 있다. 김 전 실장을 당황하게 하는 송곳 같은 질문, 최 PD가 언론인으로서 걸어온 길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국정원이 행한 추악한 조작 사건을 담았다. 최 PD는 정의로운 우리 사회를 꿈꾸며 끊임 없이 질문을 이어간다.

 

그는 PD가 된 후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 <PD수첩>을 이끌면서 황우석 사태, 검사 비리, 4대강 사업의 진실 등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2012년 공정 방송 사수를 위한 MBC 구성원들의 정당했던 파업. 온당했던 파업이 남긴 생채기는 여전하다. 공영방송을 정권의 입맛에 맞춘 ‘청와대 방송’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우리가 그토록 지지했던 ‘진짜 마봉춘’ MBC였다. 경영진에게 격렬한 일침을 가했던 최 PD는 당시 이유 없이 해고됐다. 권력의 부역자를 자처한 경영진을 비판했던 PD와 기자들은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지리한 법정 싸움, 기약 없는 어둠의 터널이었다. 다행히 이들은 2015년 2심에서 '순리대로' 무효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최 PD는 MBC를 잠시 떠난 와중에도 권력을 향해 바른 말을 했다. 감시와 비판의 목소리를 주저하지 않은 참된 언론인이다. 언론인으로서의 당연한 사명이라는 신조, 최 PD가 오늘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이유일 터다. 이쯤 되니 최승호라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 PD이자 앵커의 ‘브랜드’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MBC 앞에 서있다. 겨울 내내 계속된 MBC 구성원들의 시위, 해직자인 최 PD는 동료 선후배들과 달리 상암 사옥 밖에서 시위를 하는 중이다. 스타 PD이자 앵커인 그가 권력에 눈이 먼 경영진이 짓밟은 MBC를 다시 ‘정상화’하려고 한다.

 

불공정한 방송으로 신뢰도가 추락한 MBC에 ‘굳이’ 다시 돌아가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한결 같다. 결국 언론인이기 때문이다. MBC 구성원들이 돌아선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고 목이 터져라 경영진 퇴진과 공정 방송 회복을 부르짖는 ‘진짜 이유’가 그의 이야기에 다 담겨 있다.

▲ 겨울 내내 계속된 MBC 구성원들의 시위, 해직자인 최 PD는 동료 선후배들과 달리 상암 사옥 밖에서 시위를 하는 중이다. 스타 PD이자 앵커인 그가 권력에 눈이 먼 경영진이 짓밟은 MBC를 다시 ‘정상화’하려고 한다. ⓒ MBC PD협회

영하의 날씨다. 또 팻말을 들고 MBC 사옥 밖에서 시위를 했다.

 

매일 하는 것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해직자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나는 사원이 아니니깐 밖에서 하는 거다. 밖에서 시위하는 것은 괜찮다. 오늘 날씨가 너무 춥다고 노조 집행부에서 들어와서 하라고 하더라. 들어왔더니 경비 담당자가 밖으로 나가라고 하더라. 내가 시위를 하게 놔두면 (상부의) 질책이 올까봐 두려워서 그런 것 같다.

 

구성원들의 ‘릴레이 시위’가 계속 되고 있는데, 경영진이 달라졌나.

 

경영진이 변한다기보다는 MBC 구성원들이 그동안 힘을 결집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 사람 한 사람씩 시위를 하다보니깐 노조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자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 처음에는 기자들이 한두 명씩 했는데, 이제는 참여하는 내부 구성원들이 많이 늘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경영진이 바뀌면 기존 경영진과 뜻을 같이 했던 구성원과 반발했던 구성원간의 내부 갈등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내부 갈등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지금까지 김재철, 안광한 체제를 비롯해 MBC를 주도했던 세력들의 행위 자체가 반언론적이다. 언론인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해왔다. 물론 어떤 사안에 대해 견해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다양성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반언론적이고 반인간적인 행위를 한 집단이다. 그런 집단이 구성원들을 핍박하는 행위를 동조했던 사람들과 올곧은 입장을 견지한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갈등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원칙을 회복하는 일이다. 언론의 근원적인, 방송사로서의 운영 원칙인 자율성 회복이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회복하겠다는 거다. 그게 정상화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현재 체제를 주도했던 사람들은 권력을 잃을 것이다. 주도 세력들과 손을 잡고 동참하면서 MBC 몰락에 기여했던 사람들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그 과정을 탄압받는다고 표현할 수 있게 될지 앞으로 모르겠다. 김재철, 안광한 세력이 그동안 기자와 PD들이 공정한 프로그램을 못 만들게 하고 기사를 못 쓰게 하며 쫓아냈던 행위와 똑같은 갈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그들은 아무런 기준이 없었다. 언론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원칙으로 봤을 때 일종의 범죄자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를 짓밟은 세력이다. 그런 세력과의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 표현이) 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그동안 권력에 기대서 부역한 사람들이 향후 자연스럽게 업무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보는 건가.

 

(배제되는 데 있어서) 당연히 경중이 있는 거다. 탄압을 안 받았을 뿐이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한 구성원이라면 배제돼서는 안 될 거다. 우리가 말하는 배제는 MBC를 이런 상태로 만드는데 기여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거다. 그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김재철, 안광한 체제에서 적극적으로 왜곡 방송을 만들고 동조했던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다. 동조했던 사람들도 언론인으로서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일텐데 자신이 원해서 ‘자기 행위’를 한 것은 아닐 거라고 본다. 언론인인데 누가 줏대 없이 위에서 시키는대로 복종하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하겠나. 어쩔 수 없이 안 하면 쫓겨나는 분위기에서 마지 못해서 복종하는 형태가 많았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MBC가 새로운 상황이 됐을 때 구성원간의 갈등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폐허가 된 MBC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미력하나마 공영방송을 다시 바로 세우는 게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 <자백> 스틸

탐사 보도 프로그램 PD로서 이미 영역을 확고히 했는데 다시 MBC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나.

 

공영방송이 다시 바로 서는 것이 대한민국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바람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다. 그 일은 지금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MBC 소속일 때보다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MBC에 다시 들어가면 내가 걸어가는 길에 있어서 위험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가 MBC에서 수십년 동안 방송인으로 살아왔고,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얻은 수혜를 갚아야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폐허가 된 MBC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미력하나마 공영방송을 다시 바로 세우는 게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김재철 전 사장을 강연에서 만나 취재했다고 들었다. 김 사장이 MBC 추락의 이유를 다채널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공영방송이 어떻게 몰락하게 됐는지 중요한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총체적으로 다루면 어떨까 해서 시작했다. 명확하게 다큐멘터리 제작을 착수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기획 단계라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프로그램으로 제작할 거다. 다채널 시대여서 MBC의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자신은 마치 동인과 서인의 싸움에 휘말려서 피해를 봤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 MBC 구성원들과 정권의 싸움에서 자신이 마치 피해를 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만든 주도세력인데 유체이탈 답변을 한 거다. 가해를 한 대상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면 그런 행위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유태인들을 죽인 히틀러가 공감 능력이 있다면 괴로워서 못했을 거다. 공감 능력이 없는 거다.

 

정권이 바뀌어도, 방송법이 바뀌어도 결국 공영방송은 권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영방송의 역사가 그렇게 뒤틀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어느 정권이나 공영방송이 정권의 영향력에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럼에도 공영방송은 제 역할을 해왔다. 노무현 정권 때까지 KBS와 MBC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최고였다. 사회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사실을 취재해서 전달했다. 압도적인 다수가 공영방송을 통해 사안의 경중과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여론이 거기서 형성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여론이 분열됐다.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뉘어서 각각의 주장이 부딪히는 상황이었다. 제대로 된 해결책이 여론에 의해 결정되지 못했다. 그래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다면 국민들이 여론 형성 과정에서 바람직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작동했을 거다. 공영방송이라는 큰 자산이 공적인 방향으로, 정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발휘가 돼야 한다. 공영방송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정말 중요한 자산이다.

▲ 자율성이 사라졌다. 1980년대에도 MBC는 자율적인 회사였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자유로운 조정 문화가 있었다. 그래서 이제 제작의 자율성 회복이 중요하다.ⓒ 언론노조

종합편성채널이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종합편성채널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가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언론 지형이 균형을 잡는 게 불가능하다. 현재 언론 지형이 너무 오른쪽으로만 치우쳤다. MBC는 오른쪽 극단에 있고, KBS도 오른쪽에 있다. 공영방송을 이대로 포기하는 순간 언론 지형이 확 바뀐다. 공영방송이 회복돼 정확한 팩트(사실)를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언론의 진보와 보수 균형을 중간으로 맞출 수 있다면, 회복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JTBC가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사주가 있는 방송사에게 연속적으로 균형자 역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공영방송이 정권에 따라서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MBC 구성원들이 공영방송을 제대로 바로 세워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거다. 분명히 공영방송 안에도 이처럼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을 지원해주고 힘을 북돋아주면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MBC가 공정한 방송을 한다고 해서 현재의 MBC에 대한 실망이 사라질까.

 

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 구성원들이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국민들은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가 없다. 촛불 집회에서 ‘엠병신’ 물러가라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과거 공영방송 소속이라고 하면, KBS-MBC 기자와 PD라고 하면 소신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인사 체계에 따라 쉽게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이 실망했을 거다. 우리는 사실 내부에서 죽도록 싸웠다. 많이도 싸웠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봤을 때는 그 싸움이 충분하지 않았던 거다. 그 점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기회주의자가 아니냐는 시선, 정권이 바뀔 것 같으니깐 뭔가 해보겠다고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인식하고 반성해야 한다.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경영진 임명 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이 계류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

 

우리도 고민스러운 지점이 많다. 개정법은 타협적으로 사장 선임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지금처럼 정권을 갖고 있는 집단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여야가 원숙하게 타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의 여당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사를 선임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당과 야당이 7:6 정도의 균형을 맞추는 제도다. 개정된다고 해도 지금처럼 너무 극단적인 이사들이 추천된다면 발생할 파열음이 클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아예 이 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여당도 파열음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안광한 후임으로 지금 경영진과 비슷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것과 다름 없는 사람이 들어온다면 국민에게 용인될 수 없다. 현재 공영방송 다수의 이사들은 극단적인 ‘아스팔트 극우’ 세력이다. 이 같은 사람들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임명된다면 정말 아무 것도 안 되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불안하다. 우리가 성숙한 아픔을 겪었으니까 성숙한 공영방송 체계를 만들어보자는 게 목표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그것조차 반대하고 있다. 정말 답이 없다.

 

요즘 MBC 구성원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

 

그동안 괴로움을 많이 겪었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은 희망이 생기고 있다. 희망을 키우기 위해 싸우자는 이야기를 한다. 대책 없는 세월을 겪었던 시기였다.

 

김재철, 안광한 체제 전에는 MBC가 자율적인 조직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공정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것 아닌가.

 

위계질서를 따지는 조직이 됐다. 간부들이 정당성이 없으니깐 그렇게 된 거다. 과거에는 사원과 간부, 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선후배 관계가 좋았다. PD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거침이 없었다. 선배가 조언을 하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제는 후배들이 간부의 지시에 아니라고 하면 간부는 ‘너 내 말 안 들어?’라고 받아들인다. 후배가 권력에 부역하는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 안 한다고 받아들이는 거다. 간부들이 김재철, 안광한 체제에서 순응하고 사적인 이익을 추구해왔다. 후배들에게 정당성과 명분이 없는 거다. 실력도 없는데 간부를 하는 사람도 많다. 결국 권한밖에 내세울 수가 없다. 지시가 정당하지 않아도 무조건 따르라는 거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닌 거다.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토론하는 게 아니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율성이 사라졌다. 1980년대에도 MBC는 자율적인 회사였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자유로운 조정 문화가 있었다. 그래서 이제 제작의 자율성 회복이 중요하다.

 

매일 새로운 소식이 1초 단위로 쏟아지는 시대인데, 여전히 탐사 보도 프로그램은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존재 가치의 근원은 무엇일까.

 

빠른 시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중요한 거다. 긴 뉴스를 사람들이 싫어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 완전히 짧거나 완전히 심층적이어야 하는 거다. 공감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자백> 같은 경우도 2시간 가까운 다큐멘터리다. 긴 영화를 보고도 마지막에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탐사보도라는 것은 결국 깊게 인식을 건드리는 거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은 여전히 필요하다. 단편적인 기사가 많이 있다. 온갖 정보가 빠르게 지나가는데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애매모호해한다. 탐사 보도는 표피에서 시작해 깊게 들어가는 거다. 뿌리를 보여준다. 사안의 큰 줄기, 원인과 결과를 깊게 보여주는 거다. 그런 깊은 인식이 여론을 형성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자백>은 TV 탐사 보도와 달리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정리하지 않고 숙제를 던져준 느낌이다. 제작 방식을 달리 한 이유가 있나.

 

<자백>은 영화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팩트 하나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팩트까지 가는 과정에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인식이 생기게 한다. 명시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TV와 달리 대안을 바로 묻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도 마무리를 하고 나면 그 사안에 대해 깊게 찾아보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도 하게 한다. 그게 다큐멘터리 영화다. TV용 명시적 탐사 보도와 다큐멘터리식 탐사 보도가 모두 필요하다. <PD수첩>은 명시적, <MBC 스페셜>은 사회의 심연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사회적인 여론 형성의 장이 마련되고 각성이 일어나며,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은 표피적인 부분이 있다. 깊이 있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공영방송이 그래서 중요하다. 사회적 공감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 사회 발전에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방송사의 수익을 올려주는 일은 아니지만 중요한 일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만들어진다면, 언젠가 다시 MBC가 공영방송이라는 말이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지 않을까.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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