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지역 시청자들을 위해서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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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지역 시청자들을 위해서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
[인터뷰]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유진영 지부장 “회사‧대주주 책임 다 해 달라”
  • 하수영 기자
  • 승인 2017.02.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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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지역 민영 지상파 방송사인 OBS 경인TV(이하 OBS). 부천 오정동에 사옥을 두고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전역의 방송을 담당하고 있다. 2011년에는 서울 전역에 대한 케이블TV 역외재송신, 2012년에는 IPTV와 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역외재송신이 마무리돼 수도권 전역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슬로건은 ‘경인 성장의 힘’이며, ‘지역방송의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보도‧교양‧예능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고 있다.

요즘 OBS라는 사명 앞‧뒤로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조건부’, ‘재허가’, ‘정리해고’ 등이다. 지난해 12월 26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OBS에 대한 ‘조건부 재허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2016년 말 사업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된 OBS에 대해 방통위는 ‘2017년 말까지 증자 등의 자본금 확충을 통한 경영 및 인력 운용 안정화를 추구한다’는 조건으로 향후 3년 동안 사업권 취소를 유예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방통위는 ‘실질적인 유예기간은 1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명시된 3년은 현행법상 가능한 최단기간의 재허가 기간이다. 편집자 주)

해가 바뀌었지만, OBS에는 여전히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OBS 이사진이 지난 해 재허가 청문회에 대비하고자 개최했던 이사회 현장에서 OBS 지부와 언론노조가 ‘임직원 정리해고 반대’ 등을 주장하며 피켓팅을 한 일을 두고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후 노사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일에는 사측이 최동훈 대표이사 전무를 발탁한 일로 OBS 지부가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얽히고설킨 이 실타래는 언제 어떻게 꼬인 것이며 또 어떻게 풀어야할까. <PD저널>은 OBS 지부의 유진영 지부장을 만나 OBS 재허가 사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유진영 지부장 ⓒPD저널

현재 OBS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싶다.

유진영 지부장(이하 유) 먼저 2013년 재허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당시 방통위가 조건으로 걸었던 사항들에서 (사측이) 구체적 실천이 부족했던 게 있다. (방통위는 2014년 50억 원 증자, 87억 원 현금보유액 유지, 방통위 산정 기준 311억 원의 제작비 유지 등을 조건으로 OBS에 재허가를 내 줬다. 이 중 30억 원은 미이행 금액으로 남아 방통위가 2017년 12월 31일까지 OBS의 대주주인 ‘영안모자’에 증자를 요구한 상태다. 편집자 주) 그 다음 현재 재정상황이 자본금이 97% 잠식된 상태인 걸로 봤을 때 (2017년) 재허가를 받기 힘든 상황이다. 어쨌든 (노사) 의견 청취과정에서 분명히 그 방안에 대해 어떻게 자본 확보를 할 건지, 재정적 상황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노조가) 질문을 던졌고 (사측은) 답해야 되는데, 답을 못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 알려진 바도 없다.

공식적으로는 3년의 재허가 기간을 받았지만 사실은 1년이다. 방송법에 규정된 재허가 가능 기간이 최소 3년이다. (방통위 입장은) 3년 (재허가) 주고 1년 후(2017년 말)에 재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중간점검’이다. 법적으로 1년은 재허가를 줄 수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회사는 ‘(실질적으로) 3년 재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 조합이 자꾸 얘기하고 그래서 패널티 더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희(노조)는 ‘우리가 노력해서 이 정도(1년 재허가)라도 나온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노조)와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의 호소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방통위의 고려대상 1,2,3순위가 시청자, OBS구성원,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아예 방통위가 사업권을 취소할 줄 알았다.

지난 1월 20일, OBS 지부 집행부는 인사위원회로부터 ‘징계처분장’을 받았다. 이사회 앞에서 노조가 한 피켓팅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이유에서였는데, OBS 지부의 입장은 어떤가? OBS 지부는 당시 조치를 받고 ‘고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는데, 상황이 어떻게 돼 가고 있나.

회사 규정 상 인사위원회에서 초심, 재심을 거쳐야 한다. 초심에서 노조 전임자 2명(유진영 지부장, 오동식 사무국장)을 포함한 11명이 감봉, 경고, 근신 등을 받았다. 재심에서도 이사회가 (징계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인사위원회에서 내려진 징계조치가 어떻게 문제라는 것인가?

노조 입장은 피켓팅 가지고 인사위원회에 회부시킨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당한 조합활동이다. 그 동안 이사회 할 때 피켓팅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 때(2016.12.21.)만 피켓팅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사측이) 그 날 피켓팅만 가지고 문제를 삼았다. 폭력도 안 쓰고 비폭력으로 했다. 우리가 문을 부수고 들어가거나 밖에서 소란을 피워 이사회 진행을 방해했나? 그런 것 아무것도 없었다. 조합의 노동 행위에 대해 (사측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이다. 조합은 회사가 절박한 상황에서 이사회에 호소한 거다. 그런 걸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건가.

피켓팅을 하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회사가 1월 9일에 (인력) 외주화 공문을 보냈다. 사실상 정리해고다. (그 전부터) 정리해고 규모를 33명은 외주화, 20명은 정리해고 이런 식으로 말했다. 53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정리해고로 규정하고, 화두로 던지고 있는 것을 보면 ‘회사가 그러면 올해 연간 계획을 정리해고로 다 해소하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해(2016년) 재허가 시점에서 방통위가 제시했던 그 방안(인력운용, 경영 안정화)에 대해 회사가 어떤 답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렇게 정리해고가 이뤄진다면) 정리해고 사업장에 방통위가 1년 뒤 어떤 평가를 내릴지 분명하다.

지난 9년 간 (OBS) 구성원들의 임금이 실질적으로 많이 하락했다. 지금 나는 2004년 iTV(옛 경인방송, OBS의 전신격)에 있었을 때 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OBS 설립 이후) 약 3번 정도 임금 반납, 호봉 동결을 했다. 저희(임직원)들은 회사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외부적 진단(방통위)에 의해 ‘주주가 책임을 다 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리해고를 통해) 그 책임을 다시 구성원에게 떠넘기는 건 부당하다.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230명 수준에서 (인력을) 운용 중인데, 원래는 (2007년 설립 당시) 350명 수준에서 출발했다. (OBS는) 100% 자체 편성을 하는데 (350명 일 때도) 소화하기 힘들어서 간담회도 열고 그랬다. 그 때는 개국 초기니까 열정으로 돌파했는데, 점점 사람이 줄어서 노동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회사가 지금 50여 명을 정리하려고 하고 있는데 (비정규직 제외한 200명에서) 50명을 줄이면 150명의 인력으로 OBS에 주어진 역할을 해 내야 한다. 그럴 수 있겠나 싶다. 지역방송으로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 거다. 방송은 제조업과 달라서 공장 시스템이 아니다. 사람이 직접 방송을 만든다. 그런데 프로그램 제작에 중요한 인적 토대를 무너뜨리고 (OBS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다.

재정적 확충 계획, 증자와 같은 대주주의 책임과 역할…이런 것들을 통해 이사진이 자본금이 바닥난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 조합(OBS 지부)이 시위나 피켓팅 등의 방법을 통해 이사회에 요구한 것이다.

▲ 부천시 오정동 OBS 사옥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OBS 임직원 ⓒPD저널

왜 OBS는 100% 자체 편성을 하는 건가? 다른 지역민방과 사정이 조금 다른 것 같다.

OBS를 뺀 지역민방들은 모두 SBS에 네트워크 체제로 들어가 있다. 상당 부분을 SBS에서 수중계(중앙 방송을 받아 지방 방송에서 재전송하는 것) 받고 있다. (지역민방은) 보도의 일부, 그리고 지역정보 시사 프로그램만 제작한다. 그런데 OBS는 SBS와 묶여있지 않은 독립된 지역 민방이라 100% OBS 자체 편성으로 메워야 한다. 모 지역 민방의 경우 70%는 SBS로부터 수중계를 받고 30%만 자체제작을 하는데, 그 자체제작을 위해 240명 선의 인력이 운용되고 있다고 파악 중이다. OBS는 100% 자체제작하면서 200명(정규직 기준, 비정규직 제외) 선이다. 산술적으로 봤을 때 OBS는 3배의 인력이 더 필요하고 (현재 인력들이) 3배의 노동 강도로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앞에 언급된 지역민방의 40-50% 수준이다.

앞서 OBS 임직원들이 10여 년간 임금‧호봉 동결 등 나름대로 ‘희생’을 감수했다고 얘기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합의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임직원들이) 호봉 승급 포기, 임금 반납까지 했다. 작년(2016년)까지 하면 3번 정도 임금 반납을 했다. 2016년에 또 회사의 어려운 상황이 예상돼서 ‘반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구성원들이 반복되는 (임금 반납) 상황에 슬슬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처음엔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해 줬는데 (반복되니) 이건 회사가 악용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 목소리가 나오니) 회사가 정리해고 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자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면 구성원들이 약자다. 어쩔 수 없이 (임금) 반납해야 하는 상황인 거다. 그래서 (2016년) 10월에 (구성원들이) 임금 10% 반납과 연차 소진을 결정했다. (회사가) 정리해고라는 칼을 목에 대고 돈을 뺏어간 거다.

회사가 정리해고를 결정한 20명은 어떤 사람들인가?

회사가 인력 분류를 핵심, 비핵심 이렇게 했다. 그런데 분류 자체가 잘못됐다. (방송은) 협업체제인데 어디 하나가 ‘핵심이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나. PD만 있으면 방송이 되나. 편집, 송출, 다 필요하다. 회사가 이런 분류를 하는 건 (OBS의) 지상파 타이틀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해 10월 사측은 25명의 직원을 각 부서로 파견 보내 SWAT팀을 조성했다. 경인지역 지자체를 상대로 사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팀이라고 들었는데, 이 팀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계속 유지되나.

처음엔 미국 영화 ‘S.W.A.T 특수기동대(2003)’에서 따온 이름인가 싶었다. 이름도 생소하고 방송사에 맞는 조직인지 모르겠다. 지난 해 11월 재허가 앞두고 (구성원들이) ‘임금 반납하겠다’고 하자마자 바로 (사측이) SWAT 팀을 조성했다. (명분은) ‘혁신경영’이었다. ‘지역 먹거리를 찾아본다’고 하더라. ‘지역’이란 어젠다는 명목상으로 반박할 수 없는 거지만, 내용이나 업무를 따져보니 지역 식당에 가서 어떤 채널을 보는지 알아보는 거였다. 이게 방송사 인력에게 시킬 일이냐. 정말 회사가 지역사업을 하려고 했으면 ‘지역 시청문화과에 접촉해서 교류하라’ 이런 업무지시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사실상 (SWAT팀을) 향후 정리해고 대상자로 보고 있다. 실제 (그 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SWAT팀에) “출근하지 말라. 월요일 날 한 번만 오고 조사하러 다니라”고 한다. 그러면 (SWAT팀은) 사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리고 그런다. 최근 (OBS) 구성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자발적으로 ‘재허가 통과해서 SWAT팀 원위치 시키고 새롭게 열심히 해 보자’ 이런 글 들을 올린다. 그런데도 SWAT팀은 여전히 해체가 안 되고 있고, 팀원들은 원상복귀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예 그런(해체) 계획이 없는 걸로 안다. 해체는커녕 1월 조직개편에서 인프라팀 2개 팀을 추가했다. SWAT팀 2탄이다. 회사가 규정하는 ‘비핵심인력’을 투입하는 것이다. 카메라, 기술, 미술, 이런 쪽의 인력들을 외주화시킨다는 것 같다.

▲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유진영 지부장 ⓒPD저널

“대주주, 지역사회에 봉사하겠다 하더니…지역사회에서도 초심 지키라 한다”

고용이나 임금이 불안정한 상황이 반복, 지속되니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처음에 OBS를 탄생시킬 때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 ‘올바른 지역민방 모델’ 만들어보자는 뜻이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구성원들 임금 수준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냥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대주주는 이런 구성원들의 노력을 이용해온 것이다. 구성원들은 ‘우리 몫을 챙기기 전에 좋은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강한 의지만 가지고 참고 견뎠다. 이런 상황에서 ‘정리해고 할테니 나가라’고 한다. 저희(구성원)들은 나갈 이유가 없다. 그 동안 노동자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임금을 포기하면서 왔지 않나. 우리도 따져보고 싶다. 경영진은 책임 다 했는지. (방통위에서) ‘증자하라’고 했는데 왜 (대주주가) 더 이상 증자 안 하고 있는지 답을 줘라. 지역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요구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의중이 정확히 어떤가.

 지역시청자들을 대표하는 지역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고 있다. 그분들의 의견을 조합이 경청하고 있다. 2014년 결성된 ‘경인지역 시청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사실 OBS가 새로 탄생할 때부터 지역시민사회단체에서 ‘iTV는 그렇게 끝났지만 경인지역의 시청 주권을 위해 새로운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OBS는 경인지역의 새로운 방송이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 분들은 iTV가 무너진 게 ‘대주주가 역할과 제대로 못 하고 책임을 다 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 해법을 찾기 위해 뭉쳤다. 인천과 경기도 주민을 합하면 1400~1500만 정도 되는데 지역의 그런 걸(목소리를) 대변할 지역방송이 없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해결점을 찾고 있었던 거다. 새로운 방송에 대한 염원을 갖고 (OBS를) 탄생시키기 위해 활동했다. 그래서 (OBS가) 위기에 처했을 때, 아니면 재허가 문제가 있을 때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서 ‘정책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호소해주기도 한다. 앞서 언급된 단체 외에 인천, 경기의 시민사회 단체들도 모여 있다. 또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들어와 있다. 언론노조의 각 지부들과도 연대돼 있다.

이렇게 지역 시청자들이 ‘새로운 지역방송’, ‘지역방송의 올바른 모델’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을 때, 주주는 ‘지역사회의 그 뜻에 대해 내가 가진 돈과 자본으로 동참하겠다’ 해서 OBS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니 그 분들(지역 시청자)이 봤을 때 (상황이) 이렇게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 분들은 ‘지역사회에 봉사하겠다’, ‘자기가 가진 것을 방송을 통해 베풀어 보겠다’는 대주주의 초심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방통위 이야기도 해 보자. OBS 지부는 ‘재허가 문제 관련 당사자 중 하나인 방통위가 지역시청자들의 알 권리와 시청권 보장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주장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이해관계 조정에 적극적이지 않다. 사실 OBS가 이 쪽 저 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 영역에 있다 보니 정책적 측면에서 소외되고, 뒤로 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OBS는) 지역민방 중에서 가장 큰 (방송) 영역을 가지고 있는데, (방통위가) 지역방송 정책에 소홀하거나 정책 순위에서 후 순위에 놓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즉, 힘의 논리에 치우쳐 있다는 거다. 정책은 공평해야 된다. 그런데 방통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방통위가) 심판으로서 정당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힘의 논리에 좌지우지된 느낌이 있다.

지역민방이 1990년 태동한 이래, 20년 넘게 지역민방 정책이 전무했다. 지역민주주의 구체화를 위해서 지역민방을 두게 된 건데, 초기 태생 단계에서의 (지역민방) 기획이 그 이후 관리되지 않았다. 한 번도 지역방송에 대한 어젠다(의제)가 대두된 적 없다. 수도권에 1000만의 인구가 있고, 그 외 지역에 4000만이 있는데도 정책적으로 지역민방을 고려하지 않는 건 중앙집권적 사고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미디어생태가 산업적으로 변화하고,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이 탄생하면서 지역민방은 밀려나게 된 것 같다.

회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회사가 인건비와 제작비에 손을 대려고 하는데, 인건비는 너무 많이 줄여서 손대기 힘드니 손대기 쉬운 제작비를 건드리고 있다. 인건비는 우리에게 생존 문제지만, 제작비는 일의 생존 기반의 문제다. 우리가 보람을 느낀 일에 대한 기본적 문제라는 거다. 두 개 다 보존돼야 한다.

회사는 (콘텐츠를) 사겠다고 한다. ‘제작비가 아깝다’고 하면서 ‘프로그램 하나 만들려면 얼마가 필요하니까 (차라리) 구매하자’ 그런다. 물론 돈이 없으면 그렇게 (콘텐츠를 사들여서) 편성만 띄워도 되겠지만, 문제는 그게 콘텐츠 판매로 이어질 수 없다는 거다. 조금만 더 (제작비를) 투자해서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만들면 무궁무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회사는 수익 창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OBS가 광고수익 하락 폭이 너무 크긴 하지만 타방송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타방송사는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낼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IPTV 다시보기 등을 통해 광고 수익 하락을 보존 받고 있다. 그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경영 개선방안을 찾아나가고 있는데, 회사(OBS)는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작비를 줄이려고 하는데, 제작비를 줄일수록 콘텐츠 판매 영역이 축소된다는 걸 모른다.

‘광고 줄어서 수익 하락하니 사람 줄여야 돼’ 이건 경영이 아니다. 그냥 ‘사람 자르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그 부분에서 분노한다. ‘광고 떨어지지만 콘텐츠 계속 만들어서 시장 확장하자’고 하면서 구성원을 설득해야지, 해마다 ‘사람 자르겠다’ 아니면 ‘임금 줄이겠다’ 그런다. OBS는 점점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고, 그러면서 시청자도 잃고 있다. 시청자는 한 번 외면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OBS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OBS가 재허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지역 시청자들 우려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 시청자들이 우려뿐 아니라 애정을 많이 거두기도 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OBS는 시청자들에게 ‘OBS 재허가 때마다 끼친 폐를 거두고 다시 태어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다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봉사하고, 책임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OBS가 존재하는 목적 자체가 지역 시청자고, 탄생의 이유 또한 지역민주주의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재허가 승인이 나자마자 이런 행태가 벌어졌다. 대체 누구를 위한 정리해고고 구조조정인가. 그렇게 해서 지역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방송이 될 수 있겠나. 그럴수록 점점 더 시청자를 잃고 설 자리가 없어진다. 몇 년 안에 회사 없어지는 상황까지 갈 것이다. 당장 1년 후 재허가가 있으니 회사가 다시 빨리 생각해서 여러 가지 경영 개선, 수익 개선 방법과 (노사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2017년이 OBS가 지역 민영방송 모델로 다시 태어나는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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