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는 MBC 차기 사장을 선임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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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 차기 사장 선임’ 계획에 대한 한국PD연합회의 입장

▲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 뉴시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2월중에 MBC 차기 사장을 선출하기로 하고 오늘부터 후보 공모에 들어갔다고 한다. 방문진은 MBC가 ‘엠빙신’으로 불릴 만큼 처참하게 추락한 데 대해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하고, 나아가 스스로 책임지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이런 방문진이 아무 일 없다는 듯 MBC의 새 사장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선출하려 드는 것은 MBC 구성원들은 물론 모든 시청자들에 대한 파렴치한 도발이다. 공영방송 MBC가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거듭나야 할 지금, ‘그 나물에 그 밥’인 인물을 또 MBC 사장에 임명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언론장악방지법이 국회에서 2월에 처리될 경우, 5월이면 방문진 이사와 MBC 경영진을 새로 뽑아야 한다. 굳이 3개월 임기의 사장을 무리하게 선출하려는 건, 조기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유리한 편파방송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일 열린 이사회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정치일정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로 충실히 활약하며 극우 매체들을 향해 ‘공정하다’며 편파 지원을 일삼아 온 그가 말하는 ‘공정방송’이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이런 그가 방송의 ‘독립성’을 입에 올리다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MBC가 얼마나 더 망가져야 만족하겠는가? 사장 공백을 우려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안광한 사장을 위시한 현 경영진이 당장 물러나도 MBC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현 방문진 이사들과 경영진은 오히려 MBC의 새로운 개혁을 이끌 사람들을 위해 조속히 자리를 비우는 게 순리일 것이다.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탄핵을 코앞에 둔 박근혜가 뽑은 인물들로, 일부 MBC 경영진과 지방사 사장으로부터 골프 향응, 선물과 상품권 등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도 있다. 자기의 추한 모습을 깨닫지 못한 채 차기 사장을 뽑겠다고 큰 소리를 치는 것은 어리석고 파렴치하다.

다시 강조한다. 한때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MBC는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야 할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사회 전 부문에서 개혁을 추구해야 할 지금, 방문진 여권이사들이 MBC 차기 사장을 선출한다면 언론 개혁에 역행하며 적극 방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6:3이라는 수적 우위를 믿고 머릿수로 이 계획을 밀어붙인다면, 방송 개혁의 앞길에 오물을 뿌리는 행위로 시청자 국민들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방송문화진흥회는 2월 중에 MBC 차기 사장 선출하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당장 백지화하고 조금이라도 명예롭게 물러날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권한다.

2017년 2월 3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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