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선은 대국민 사기극? 더 이상은 NO”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 따져보기] ‘SBS 스페셜’-대통령의 탄생 편이 제시한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변화 방향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후보들이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면 언론이 검증과 비판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자격이 없는 후보는 ‘중도 탈락’한다. 남은 후보들은 선거 직전까지 끊임없이 검증과 비판에 직면하며 자신이 왜 대통령에 적합한 사람인지 입증해 내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마침내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적합한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한다. 이 중 가장 많은 국민에게 지지를 받은 자가 마침내 대통령이 된다.

‘대통령이 어떻게 탄생하냐’고? 지난 5일 방영된 <SBS 스페셜> ‘대통령의 탄생’ 편은 제목만 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을 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당연할 것 같은 것들이 사실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하지가 않았다.

▲ 'SBS 스페셜'-대통령의 탄생 편 방송 캡처 ⓒSBS

‘국민들은 거짓말 앞에서 뻔히 알면서 속아 넘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되려면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야 한다’, ‘대통령은 만들어지는 것’, ‘완전히 ‘쇼(show)’였다’. 이것이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전‧현직 정치인들의 한 마디였다.

<SBS 스페셜>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한낱 ‘쇼’로 전락해 버린 원인을 언론에게서 찾았다. 그 자신도 언론인 SBS가 ‘도대체 뭘 했느냐’고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캠프 총괄팀장을 맡았던 정두언 전 의원이 “장관 청문회에선 별거 다 뒤져서 나오면서 대통령 땐 그렇게 안 한다. (언론이) 누가 될지 모르니 조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듯이, 대다수의 대한민국 언론은 그 동안 대통령 선거를 대하는 데 있어서 ‘분석’보다는 후보의 ‘동정’ 보도를 하기에 바빴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는 JTBC <썰전>에 출연하며 재야 정치논객으로 활동 중인 유시민 작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대통령은 시장 권력, 재벌‧대기업, 거대미디어를 장악하는 오너 등 사회지배세력들이 담합한 ‘쇼’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밝혀진 정부와 대기업의 관련성은 유 작가의 이런 주장이 마냥 허튼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 'SBS 스페셜'-대통령의 탄생 편 방송 캡처 ⓒSBS

언론은 왜 대통령도 아닌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낮은 자세를 취해온 것인가. 그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한 사람이 지닌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을 소위 말해 ‘장악’할 수도 있는 막대한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 <SBS 스페셜>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쥔 직책이 총 7000여개에 이르는데, 여기에는 방송심의와 규제, 그리고 광고를 담당하는 기관의 기관장과 임원까지 포함돼 있어서 언론에서도 줄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은 왜 ‘워터게이트’ 못하나 ‘반성’…대선 후보별 검증 포인트 제시‧끝장토론 제안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은 1년 반 남짓한 긴 대선 기간 동안 끊임없이 언론에 의해 비판받고, 검증된다. 그러다보니 소위 말해 ‘자격 미달’ 후보들은 자연스레 중도에 탈락한다. 1972년 공화당 대선 후보자이자 현직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상대당인 민주당 선거운동 지휘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실이 워싱턴 포스트(WP)에 의해 발각돼 스스로 후보를 사임했다(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 1988년 민주당 대선 예비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게리 하트도 언론에 의해 불륜 사실이 알려져 후보 사퇴했다.

이런 미국의 모습은 주요 대선 후보의 비위 사실이 밝혀져도 그것이 검증의 근거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 대한민국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SBS 스페셜>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07년 김해호 목사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시절 그와 고 최태민 목사‧최순실 부녀, 그리고 육영 재단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지만,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박 대통령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6개월의 실형을 산 일을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다면 대한민국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조기 대선’을 맞이하게 된다. 불과 3~4개월 후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SBS 스페셜>은 “만약 그 동안 했던 그 대로 또 다시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또 다시 같은 선택, 같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SBS 스페셜>은 동시에 ‘더 이상 그러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특히 ‘언론이’ 더 이상 그러지 말자고 강조한다. “기자는 항상 비판적인 태도로 대통령인 저에게 민감한 질문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을 칭찬하기 보다는 비판적 시각으로 봐야 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그것이 국민 여러분에 대한 여러분의 책임이다”. 지난 1월 18일 퇴임을 앞두고 백악관 브리핑 룸에서 열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남긴 이 말은 대한민국 언론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을 지에 대한 ‘길잡이’였다.

▲ 'SBS 스페셜'-대통령의 탄생 편 방송 캡처 ⓒSBS

<SBS 스페셜>은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등 주요 대선 주자들에 대한 ‘후보별 검증 포인트’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꼼꼼히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더불어 ‘대선주자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장관 인사 청문회 하루 종일 하면서 대통령은 왜 (그렇게) 못하냐’는 정두언 전 의원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SBS 스페셜>이 ‘못할 것 없지’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등의 대선주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끝장토론이 열린다면 참여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국민이 원하는 건 더 이상 정치 ‘쇼’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리더입니다. 대통령을 탄생시킬 열쇠는 국민인 여러분이 쥐고 있습니다.” <SBS 스페셜> ‘대통령의 탄생’ 편 마지막에 던져진 이 메시지는 “언론이 더 이상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 테니, 국민들도 달라져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당부이기도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통령은 하늘의 뜻, 국민들 요구, 그리고 그 요구에 부합하는 이미지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곤 하지만 더는 그 ‘장난’이 통하게 하지도, 대선이 ‘쇼’가 되게 하지도 말자는 것이다.

“정치를 외면할 경우 받게 되는 벌은 자신보다 못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2300년 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남긴 이 말은 머지않은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언론, 그리고 국민 모두가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