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 방송도 개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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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 방송도 개방해야 한다
민용기
(한국TV프로그램제작사협회 이사장)
  • 승인 1998.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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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방송이 지금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조직을 줄이고, 유휴인력을 퇴직시키고, 간부사원들은 현장으로 전진배치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그 틈새에 의외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제일 먼저 프로그램의 외부제작을 희생시키려는 일부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다.우리 방송의 돌파구가 외부 제작제도에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방송계의 합의사항이다. 해서,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비중이 미미하나마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방송선진국의 외주제작 비중이 전체 편성의 50∼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다. 그들이 외부제작을 그토록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작비 절감을 통한 경영의 합리화다.가령 한해 8천만원 받는 내부 pd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외부제작진에게 맡긴다고 하자. 내부 직접제작비를 그대로 또는 약간 상회하는 선에서 외부에게 지불한다면 한해 8천만원의 pd 인건비는 고스란히 절약된다. 뿐만 아니고 수십명에 달하는 제작스탭의 인건비, 장비 및 기계설비비, 미술비, 감가상각비 등이 절약된다. 너무나 단순하고 확실한 경제논리다.외부의 제작인력을 동원해서 다양하고 품질좋은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생산한다는 것은 그 다음의 부가가치다. 경영상의 문제가 우선인 것이다. 그런데 외국프로그램 모방에는 사족을 못쓰는 우리 방송이 선진국형 방송체제 개방에는 왜 그렇게 인색한 것일까.이유는 명백하다.우선 우리 방송은 오랜 독과점시대를 거치면서 계속적으로 호황을 누려왔다. 경영의 합리화나 제작비의 효율적인 운영(제작비의 일률적인 삭감만이 효율적인 운영은 아니다) 같은 것은 먼나라의 얘기였다. 광고하려는 사람들이 방송사 문턱에 줄줄이 서서 기다려왔다.두 번째로 설사 경영자나 간부들이 외부개방의 당위성을 이해한다고 해도 이미 방송사가 안고 있는 막대한 인력과 장비시설을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이것이 방송사의 최대 고민이며, 방송개방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래서 방송관리자들은 당장의 외부개방은 자체제작보다 돈이 더 드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으므로 간접비를 제외한 직접제작비만 단순비교하기 때문이다. 방송의 고비율 저효율 시스템이 여기서 발생한 것이다.방송3사가 90년대 들어서면서 저마다 자회사 형식의 내부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제작인력의 방출 내지는 분산을 꾀하였다.지금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방송사가 외부독립제작사의 설립을 도와줄 시기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것은 우수한 제작인력들을 일정기간, 일정한 프로그램 계약을 사전에 보장해주고 외부로 방출하는 방법이다. 적절한 자본의 융자 또는 투자를 통해서 외부에서의 독립을 도와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시설·장비는 대여해주면 된다.이것이 바로 선진국이 초기에 택한 방법이다. 오랜 방송경험을 쌓은 숙련된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명예퇴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그냥 길가에 내모는 것은 그야말로 방송인력의 낭비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무책임한 일이기까지 하다. 또 “제한적이고 관료적인 체제에 안주”하는 것보다는 비록 힘겹고 험난한 길이라도 자유로운 제작환경에서 창의력과 정열을 태우고자 하는 우수한 pd들은 방송사 내에 의외로 많다.세 번째는 경영자다.권위주의 시대에는 경영자의 대부분이 외부에서 영입되는 것이 관례였다. 정치성향이 짙은 그들로서는 장기적인 방송개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방송3사 경영진에 평생을 방송에 바친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다. 잘 안되는 것이 이상할 뿐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우리 방송의 경영자들은 이렇다할 하자도 없이 자주 교체되었다. 임기가 무너진 지는 오래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자들은 싹쓸이하듯 밀려났다. 모 방송사 부사장격 자리에는 ys정권 5년간 다섯 사람이 거쳐갔다. 편성 및 제작 담당 중역은 각각 다섯 차례 바뀌었다. 그들로부터 어떻게 지속적인 방송개혁 의지를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마지막으로 일부 내부 방송종사자들 간에는 외부제작 확대에 대해 논리적으로 동의하지만, 심정적으로 우려를 표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겉으로 내색은 않지만, 일종의 영역침범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국적으로 보면 제작의 외부개방은 전 프로듀서를 비롯한 모든 제작요원들에게 방대한 영역의 확대와 기회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들이 오히려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까닭이 여기 있다.지금이 방송개혁의 호기이다. 구태여 머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21세기는 방송채널의 홍수 속에 파묻힐 전망이다. 늦기 전에 방송도 문을 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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