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기’가 던진 돌직구...근초고왕으로 본 진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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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백제는 어떻게 동아시아 강대국이 됐나

▲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 속 또 다시 진짜 지도자의 공백을 느낀 우리 사회. <한국사기>가 다시 한 번 역사라는 묵직한 돌직구를 던지는 중이다.

이번에는 백제 전성시대를 이끈 근초고왕이다. <한국사기>가 본격적으로 진정한 지도자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근초고왕의 위대한 업적을 다룬 방송이었지만, 품격과 안목을 갖춘 지도자가 부재한 이 시국과 맞물리며, 시청자들의 헛헛한 마음을 위로하는 순간이 됐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 1TV 다큐멘터리 <한국사기>는 10부작 중 5번째 이야기인 ‘문명의 교차로, 백제’(연출 이지희)가 공개됐다. 4부까지가 우리 민족의 탄생과 문명의 시작, 국가의 태동을 다뤘다면, 5부부터 본격적으로 지도자들의 역할이 담긴다.

<한국사기>는 맹남주, 김진혁, 이지희, 배민수, 박상욱 등 5명의 PD가 10부에 걸쳐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까지의 역사를 훑어보는 구성이다. 드라마 형식을 차용해 유익하고 재밌는 역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이 다큐멘터리만 봐도 통일신라까지의 역사를 체계적이고 흥미롭게 정리할 수 있다. 드라마로 구성됐기 때문에 억지로 암기하지 않아도 되는 ‘역사 교과서’ 역할을 한다는 호평이다.

 

이지희 PD는 5부뿐만 아니라 오는 19일 방송되는 6부 ‘새로운 질서 고구려’도 연출을 맡았다. 백제와 고구려 전성기를 이끈 근초고왕, 광개토대왕의 업적과 자질을 다룬다. 근초고왕과 광개토대왕 시대 두 나라가 어떻게 동아시아 강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이 시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터. 12일 방송된 ‘문명의 교차로, 백제’는 높은 안목, 철저한 계획과 대비로 고구려라는 강국을 견제하고 동북아시아 교역의 중심으로 백제를 우뚝 세운 근초고왕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근초고왕은 일본에 선진 학문을 전파해 고구려와 신라를 견제하고 백제를 동북아시아 교역의 중심으로 올려놨다. 고구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영토를 확장한 동시에, 문화 융성으로 동아시아 강대국으로 인정받았다. 진정한 지도자는 국민 위에서 군림하는 게 아니라 부국강병과 민생안정을 통해 국민의 자발적인 지지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이번 방송이 간접적으로 전한 교훈이었다.

 

흔히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지금은 멸망한 머나먼 시대인 백제와 그 나라를 강성하게 만든 근초고왕의 다 지나간 '과거'다. 그런데 고루하지 않은 현재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의 대한민국과 맞닿은 연계가 있기 때문. 물론 제작진이 명시적이고 촌스럽게 '설파'한 것은 아니다. 근초고왕이 가진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방송이 아니었다.

다만 근초고왕의 위업을 마주하기만 해도 그가 철저하게 펼쳐놓은 지략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근초고왕의 정치 지정학적인 판단은 명확했고, 미래를 내다보고 철두철미하게 마련한 토대는 단단했다. 고구려라는 대국에 맞서 백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시대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 근초고왕이 가진 지도자로서의 뛰어난 자질이 큰 몫을 했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진짜 지도자가 없다고 한다. 존경하는 지도자가 흘러간 역사 속 위대한 왕 혹은 장군이라는 것을, 정치인과 경제인 등 한국 사회를 이끌어간다고 하는 사회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실망이 가득하다는 것을, 진정한 지도자가 없어 흔들리는 사회를 바라보며 절망하고 통탄한다는 것을 우리는 늘 경험하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 속 또 다시 진짜 지도자의 공백을 느낀 우리 사회. <한국사기>가 다시 한 번 역사라는 묵직한 돌직구를 던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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