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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사소한 노력과 관심이 큰 힘”

'눈길' 3월 1일 개봉...꼭 기억할 우리 역사 이혜승 기자l승인2017.02.14 12: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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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눈길>

비극적 아픔 속에서 역설적으로 ‘함께’라는 힘을 느끼게 한다. 위안부 소재 영화 <눈길>(이나정 감독, 류보라 작가)이 3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눈길>은 지난 2015년 KBS에서 광복 70주년 특집 드라마로 방영된 바 있다. 1944년 부유한 집 딸이었던 영애(김새론 분)와 가난한 집 딸이었던 종분(김향기 분)이 영문도 모른 채 위안소로 끌려가 그곳에서 서로 의지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과거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할머니가 된 종분(김영옥 분)과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여고생(조수향 분)의 연대를 함께 그린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눈길>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나정 감독, 류보라 작가, 배우 김향기, 김새론이 질문에 답했다.

▲ 지난 13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영화 <눈길>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나정 감독, 류보라 작가, 배우 김향기, 김새론 ⓒ뉴시스

<눈길> 제작 초기부터 극장 개봉을 염두에 뒀는지 궁금하다.

이나정 감독(이하 이 감독) 제작단계부터 영화화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형태로 대본 작업을 했다. 촬영하면서도 영화 스태프, 방송 스태프가 함께 작업했다.

모더레이터 촬영할 때 스크린에 보일 걸 대비해서 여러 가지 고려했다고 들었다.

이 감독 드라마가 방영되고 나서 영화 개봉을 위해 다시 한 번 편집을 했고, 촬영할 때도 영화적인 느낌으로 다양한 눈길을 광범위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 <귀향>을 안 떠올릴 수 없었다. 어떤 점에서 차별성을 두려고 하셨는지, 연출에 있어서 어떤 주안점을 두셨는지 궁금하다.

이 감독 2013년부터 대본작업을 한 거라서, 그때는 <귀향>이라는 영화에 대해 잘 몰랐던 상태였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위안부 관련된 다양한 영화, 연극 공연, 책, 그림 등을 봤는데 어떻게 차별 점을 두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만들지는 않았다. (관련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나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구나, 이미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하게 표현하고 진정성 있게 만들어가셨구나 싶어서 오히려 힘이 된 부분이 있다.

배우 분들께 질문. 영화를 제안 받고 수락하고 나서 촬영장에 처음 갔을 때 기분이 어땠나.

김향기 <눈길>이 역사적인 사실을 담고 있고, 조심스러운 이야기지 않나. 그래서 굳게 마음을 먹고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서 촬영했다. 첫 촬영 때 감독님께서도 여자감독님이라서, 아무래도 좀 더 저희가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신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좀 더 편하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

김새론 향기가 늘 앞에서 설명을 잘 해줘서 (웃음) 같은 마음이었다.

▲ 영화 <눈길>

그동안 만들어졌던 위안부 소재 영화 중 가장 격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도 위안부가 어떤 존재였는지, 소녀들이 어땠는지 잘 보여준 듯하다. 특성상 다른 영화들은 린치 장면, 여성들이 수십명의 일본군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장면들을 삭제한 의도는 무엇인가.

이 감독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건, 배우 분들이 촬영 당시 미성년자여서 작가님과 작품을 쓰면서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다. 미성년자 배우가 성적인 폭력에 관련된 장면을 찍을 때 어떻게 촬영하는 것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잘 표현할 수 있나 공부해봤다. 그래서 촬영할 때 가해자 일본 군인과, 피해자 소녀들이 같은 공간에 있게 하지 않는다거나, 관련 소품을 직접 만지거나 보면서 배우들이 느끼지 않게 최대한 분리해서 촬영했다.

배우나 촬영 공간에 대한 배려 외에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데 피해 받은 분들이 생존해계시지 않나. 영화적인 스펙터클, 볼거리로 표현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일 수 있어서 최대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 장면이 없어도, 있는 그대로 일상을 빼앗긴 소녀들의 모습을 담아도 저에게는 충분히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당시 기록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던 부분 위주로 표현했다.

위안부 영화들을 보면 현재 살아남은 위안부가 과거의 위안부 소녀를 반드시 만난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궁금하다. 또 작중에 나온 여고생은 왜 등장하는 것인지, 위안부에 몰입된 시각을 현대적으로 끌어내는 역할인 건지 궁금하다.

류보라 작가(이하 류 작가) 과거의 위안부 소녀를 만나는 이미지가 사용되는 건, 그분들 인생에서 소녀였던 시절은 결국 아무리 잊으려고 노력해도 삶의 한 부분이어서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보여주었다.

여고생이 등장하는 건, 이 이야기가 그냥 몇 십 년 전에 있었던, 힘이 없어서 당했던 위안부 이야기로만 끝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여전히 폭력 속에, 무관심에 놓여있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분들도 같이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또 그렇게 힘든 분들이 서로 손을 잡고 연대하는 모습에서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넣었다.

배우 분들은 스타로서 일본 팬을 의식할 수도 있는데, 용기내서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 영화를 찍기 전과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심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새론 처음에는 굉장히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많았다. 과연 제가 이 사실을 연기로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모두가 알아야 할 이야기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표현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냈다.

작품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그전에도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작품이 끝나고 나니 위안부 문제에 더 관심도 많이 가지게 되고 쉽게 지나치지 않게 되더라.

김향기 새론이 말처럼 처음에는 쉽게 결정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무섭게만 표현되지 않았다. 담담하게 표현돼 있었고, 더 가슴깊이 남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표현했을 때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고 기억해주시고, 조금이나마, 정말 조금이라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분들께 위로가 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내서 결정했다.

촬영하면서 바뀐 점은 촬영 때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사춘기 시기이고 한창 말을 안 들었을 그런 시기인데 작품을 촬영함으로써 역사의식이 좀 더 깊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또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실제로 기부를 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실제 학교 친구들과 그런 걸 나누면서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

▲ 영화 <눈길>

각본을 쓰면서 같은 여성으로서 힘든 순간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겨내셨나. 그리고 영화를 보면 과거뿐 아니라 현재 살아계신 할머니들의 복지 문제도 나오는데 어떤 메시지를 담으신 건지 궁금하다.

류 작가 보고 듣고 자료를 찾아보는 것들이 힘들었다기보다, 이걸 소재로 했을 때 어떻게 소재적이지 않게 잘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지금도 힘들게 사시는 그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영애의 대사에서 표현하려고 했다. 독립운동을 했던 영애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가 나라를 구했다네. 가족은 다 지옥으로 보내놓고”라고 한다. 그게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그렇게 나라를 위해 힘써주신, 희생하셨던 분들은 지금 여전히 힘들고 왜 그렇지 않은 분들이 이렇게 편안한 나라가 됐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배우 분들이 영화촬영 당시 추워서 힘들었다고 하던데.

김향기 추운날씨에 종분이가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는 장면이 있다. 종길이 신발을 실제로 빨았는데, 날씨가 추워서 신발을 접었더니 얼음이 파사삭하더라. 이런 걸 처음 겪어봐서 신기했던 경험이었다.

김새론 지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촬영했다. 그리고 추운날씨에 진행했다. 많은 스태프 분들이 도와주셨음에도 힘이 들더라. 그럴 때마다 그 시대 분들은 저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촬영 내내 들었다. 그래서 힘들수록, 추울수록, 더 힘들다는 말을 못하겠더라.

방송으로는 2015년에 방영되고 작년에도 개봉 얘기가 나왔지 않나. 올해 3월 1일에 개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상진 배급사 ‘엣나인 필름’ 대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KBS 함영훈 CP를 만난 건 2014년도였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화와 방송이 같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래서 스태프, 후반작업 보조스태프 등에 영화 쪽 분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막상 KBS에서 드라마로 방영한 후에 제 선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이 영화를 제대로 메이크업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방송이라는 매체에서 한번 했기 때문에, 혹자들은 한편의 소재로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는 거 아니냐는 것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전주영화제부터 해외영화제까지 먼저 갔다. 영화란 매체로 표현하기에 드라마가 가진 한계는 사라졌다고 생각해서 기다린 부분이 있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길면 길지만, 계속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찾았고, 작년 10월 경 사운드 믹싱을 완벽히 마쳐서 이 자리에서 선보이는 거다.

▲ 영화 <눈길>

제작할 당시에는 위안부 협상 타결이 되지 않은 상태였지 않나. 타결이 된 후 영화를 보는 시각이 좀 달라졌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감독님 생각은 어떤가.

이 감독 구체적인 타결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데 작품을 준비하면서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와 닿고 좋았던 건, 다른 무엇보다 시나리오에 녹아있는 소녀들, 평범한 사람들 하나하나의 바람이나 실질적인 모습들을 접하면서다. 그 당시 할머니들이 직접 남기신 수기, 직접 쓰신 본인들의 경험을 읽을 때 제일 와 닿았다. ‘그런 일이 없었으면 나는 엄마랑 이불덮고 누워있을 텐데’, ‘난 노래를 부르려고 했는데’, ‘난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고향에 제대로 도착하면 동생이랑 신나게 놀고 그랬을 텐데’ 하는, 어떻게 보면 작고 소박하지만 가슴 아픈 평범한 사람들의 소망이 비극 속에 묻혀버린 거다.

그래서 위안부 협상은 실제 피해를 당하신 할머니들과 어떤 소통이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리가 먼 협상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바라볼 때, 평범하고 소박한 하나의 사람들이 얼마나 비극적인 상황에서 괴로울 수 있는지, 그들이 옆에서 따뜻한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었을 때 얼마나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지금의 할머니들에게도 그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도 이걸 만들면서 오히려 할머니들이 살아가시는 모습이나 작가, 배우, 스태프 분들의 진정성에서 힘을 얻었다. 함께하는 마음으로 공감하는 문제가 됐으면 좋겠다.

작가와 배우 분들도 위안부 할머니들께, 위안부 협상 당국자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

류 작가 타결되었다고 하는데 여전히 수요 집회는 진행되고 있고, 여전히 소녀상을 지키겠다고 이 추운 겨울에 어린 학생들이 나와 있는 걸 보면서, 사과라는 건 때린 사람이 ‘미안해’ 하고 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받아들일 수 이어야 사과라고 생각한다. 민감한 문제이기는 한데, 아직 생존해계신 39분의 할머니 한 분, 한 분이 사과를 받으셨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개인적으로 타결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향기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역사의 사실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모두가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다. 모든 분들이 인정하시고, 다 같은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모두를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김새론 많은 분들이 이런 사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을 거다. 작품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고 촬영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보면서, 이분들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구나, 얼마나 억울하고 힘들었을까, 하는 것이 깊게 느껴졌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저와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위로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청소년기에 친구의 죽음을 보고 홀로 살아남는 모습에서 세월호 트라우마를 생각한 부분은 없는지 궁금하다.

이 감독 시나리오 단계에서 비극 속에 죽어갔던 어린 소녀들의 내용을 접하면서 떠올리지 않을 순 없었지만, 위안부 소재 자체도 저에게 큰 숙제여서 거기에 집중해서 연출했다. 그런데 위안소에서 종분이가 영애한테, 영애가 종분이한테 서로 갇힌 공간에서 아직도 살아있냐고 노크를 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떠오르기도 했다. 얼만 전 있었던 시사회에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 오셔서 관람해주셨다. 어쩔 수 없이 그런 부분에서 위로도 받았고, 마음도 많이 아팠다고 감사함을 전해주셨다. 저도 같이 느끼면서 역시 또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 지난 13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영화 <눈길>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배우 김새론, 장대웅, 김향기, 이나정 감독 ⓒ뉴시스

3월 1일에 영화가 개봉한다. 마지막 인사 부탁드린다.

이 감독 가슴 아픈 소재를 다룬 영화지만, 우리가 함께 할 때 또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 잘 이겨낼 수 있다는 따뜻한 위로도 같이 건네고 싶었다. 위로와 공감도 함께 느껴주셨으면 한다.

류 작가 슬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사실 살아남은 강한 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많이 보시고 힘을 얻어가셨으면 좋겠다.

김향기 <눈길>이라는 영화는 봐야하는 이유가 필요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있어서 이 영화를 봐달라기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가져주시고 영화를 보고 가슴 깊이 새기고 책임감을 얻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삼일절에 개봉해서 더 뜻 깊다고 생각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김새론 아픈 과거사를 굉장히 담담하게,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고 뭉클하게 풀어낸 영화다. 굉장히 사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관심이 결국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많이 관심가졌으면 좋겠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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