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육 영상 범람 시대...PD가 밝힌 ‘딩동댕 유치원’ 장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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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어느덧 방송 36년과 8000회...국내 최장수 어린이 프로

▲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촬영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 프로그램이 어린이가 주인공이기 때문.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높은 완성도를 꾀하고자 수고로움을 자처한다. ⓒ EBS

“다시 한 번 할게요.”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EBS 방송센터에서 분주히 진행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 녹화 현장. 수차례 같은 장면을 촬영하는 일이 빈번하다. 제작진이나 출연진 모두 익숙한 듯 누구 하나 불평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녹화가 이뤄진다. 어느 프로그램이나 여러 차례 촬영이 꾸려지지만 이 프로그램은 유독 촬영 연습과 본 촬영이 정교하게 진행된다.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촬영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 프로그램이 어린이가 주인공이기 때문.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높은 완성도를 꾀하고자 수고로움을 자처한다.

 

어린이 출연자가 전면에 나서고, 어린이가 시청자다.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운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표방하기 때문에 교육 주제가 완벽하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수차례 동선을 짜고 대사 호흡을 맞춘다. 방송 시간은 10분가량이지만 대본 분량과 녹화 시간만 살펴 보면 웬만한 60분짜리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적지 않다.

 

우리 미래의 자산인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좀 더 심혈을 기울인다. 매주 5일 방송을 위해 매일 기획회의를 진행하고, 장시간 녹화를 하며 높은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기에 이 프로그램의 장수 비결이 있다.

1982년 3월부터 무려 36년간 방영되고 있는 <딩동댕 유치원>은 지난 8일 8000회를 맞았다. 국내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이다. 오는 27일부터는 새 단장을 꾸려 새로운 출연자들이 어린이 친구들을 만난다. 방송 횟수도 늘었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 8시에 방송되던 <딩동댕 유치원>은 금요일까지 전파를 탄다.

 

누리(김아윤)와 어린이들의 친구 뚜앙, 든든한 지원군인 아라(문종호)와 라따(강완서)가 <딩동댕 유치원>을 책임진다. <딩동댕 유치원>은 이번에 ‘생각은 재밌다’라는 기조 아래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송을 펼쳐놓을 예정이다. <뿡뿡이와 냠냠>부터 <봉구야 말해줘> <딩동댕 유치원>까지 어린이 프로그램을 거치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고민 중인 고현미 PD를 만났다.

 

이번에 <딩동댕 유치원>이 새롭게 바뀐다고 들었다.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은 같지만, 새로운 구성을 꾀하게 됐다. ‘생각은 재밌다’라는 주제 하에 새로운 출연자들과 함께 하게 됐다. 항상 어린이들의 편에 서있는 ‘칭찬 요정’ 뚜앙은 함께 한다. 여자 주인공이 누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생각 놀이터라고 생각을 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했다. 그 곳에 누리의 친구들인 아라와 라따가 함께 한다. <딩동댕 유치원>은 교육 전문가인 자문위원의 도움을 받는다. 요즘 아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표현하는 일은 잘하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창의성이 높아지고 사회 관계도 발전한다고 하더라. 그래야 더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점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알았다’라는 의미에서 아라와 라따라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을 높여주는 구성이다. <딩동댕 유치원>은 EBS가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노하우가 집대성돼 있는 프로그램이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영상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금요일에는 동화책을 읽어주는 코너를 마련하고자 한다. 자녀가 있는 셀러브리티를 초대해서 엄마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깊은 책임감을 느낄 것 같다.

 

훌륭한 자문위원과 노하우가 있는 선배 PD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전문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EBS 어린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신뢰가 높다. 그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어린이 프로그램과 만화 등 영상은 많다. 그런데 유익하면서도 재밌으며, 믿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더라. 아이들과 대화하고 교육하는데 있어서 어른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화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나의 주체로 아이들을 대한다.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이해하고 잘 받아들인다. 오히려 어른과 대화를 할 때보다 더 이해를 빨리 하는 일이 있다. 어른인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다.

▲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이해하고 잘 받아들인다. 오히려 어른과 대화를 할 때보다 더 이해를 빨리 하는 일이 있다. 어른인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다. ⓒ EBS

제작진이 어린이 출연자에게 존댓말을 하거나 신중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어린이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아이들에게 친화적이어야 한다. 제작진이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좀 더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장시간 녹화가 이뤄진다. 물론 어린이 출연자들은 녹화를 즐거워 한다. 그래도 우리가 신경을 쓰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인데 <딩동댕 유치원>이 장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어린이들이 볼 영상이 많다. 애니메이션도 있고, EBS만 해도 어린이 프로그램이 많다. 그리고 <딩동댕 유치원>이 예전과 달리 시청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 우리는 5~6살을 시청 대상으로 본다. 그런데 3~4살도 많이 본다. 그만큼 아이들이 영상을 접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딩동댕 유치원>이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는 데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영상은 재미만 추구할 수 있고, 자극적일 수 있다. 우리 프로그램이 세월이 흐르면서 콘셉트도 바뀌었고 시청자도 바뀌었다.

 

유치원에서 배우는 것을 재밌고 유익하게 녹여낸다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교육 과정인 인성 교육, 인지 교육, 신체 발달 등 누리 과정의 5가지 영역을 고루 소화하는 게 우리 프로그램이다. 이 5가지 영역이 공부라고 여겨지지 않도록 하는 게 제작진의 과제다. 어린이 프로그램으로서 살아남아서 유익하고 재밌는 교육을 하고자 한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딩동댕 유치원>은 어린이가 그 나이대 배울 수 있는 유익하고 재밌는 교육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행히 EBS는 자체적으로 재밌는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도 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제작진을 갖추고 있다. 내부적으로 좋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가 믿을 수 있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이유다.

 

어린이 프로그램 연출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작 기준은 무엇인가.

 

아이들이 화면 안에서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는 거다.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담고 프로그램을 통해 전하고 싶다. 어른의 시각이 투영되지 않아야 한다. 어른이 봐서 보기 좋은 것, 바람직한 것을 강요하면 안 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게 아이들의 창의성 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교육 자문위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EBS 자문위원들은 광범위하게 활동한다. 1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씩 함께 회의를 한다. 기획부터 아이템 선정까지 교육적인 자문을 받는다. 아이들의 성향이나 교육 흐름을 알려주면 기획에 반영되기도 한다. 자문위원들이 요즘 교육의 화두가 ‘아이들이 듣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을 하면 우리가 기획에 담는다. 제작진과 아이템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제가 ‘나’라면, ‘나는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 자문을 받아 교육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출연자들이 바뀐지 얼마 안 됐는데, 호흡이 굉장히 좋다.

 

출연자들이 모두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책임감 있게 임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출연하게 된 김아윤 양이 정말 잘하더라. 방송에 처음 출연하는 친구인데도 아라와 라따 삼촌들과도 잘 지내고 척척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삼촌들인 문종호, 강완서 씨는 아이들을 잘 이끌어준다.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고 깊은 책임감을 갖고 있다. 문종호, 강완서 씨가 각각 맡은 역할을 잘 표현하고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사실 아이들은 몸개그를 좋아하는데 두 사람이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재밌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창의성을 높이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구성이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데 두 사람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 예를 들어 주제가 ‘나’라면, ‘나는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 자문을 받아 교육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 EBS

뚝딱이부터 뚜앙(2015년 탄생~현재)까지 <딩동댕 유치원> 인형 캐릭터들이 큰 사랑을 받는다.

 

요즘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게 많아서 많이 힘들어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 어린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뚜앙은 아이들에게 위로를 해주고 늘 칭찬을 해주는 역할이다. 연출을 할 때도 뚜앙의 따뜻한 면모를 보여주려고 한다. 언제든 함께 하고 뭐든지 해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뚜앙은 칭찬 요정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칭찬 요정이 필요하지 않나.

 

인형 캐릭터를 촬영 스태프가 연기하는 줄 알았다. 전문 연기자가 따로 있더라.

 

누가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인형 캐릭터가 안기는 느낌이 다르다. 굉장히 전문적이고 특화된 영역이 인형 연기다. 뚜앙은 동그랗고 목도 없다. 다리도 없어서 인형이 굉장히 무겁다. 인형 탈 연기가 힘든데다가 뚜앙 캐릭터 특성상 더 힘들다. 연기자가 고생을 많이 한다. 애니메이션 발달로 인형 탈 연기를 하는 연기자가 많지 않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분들은 백조인형극회다. 인형을 훌륭히 제작하고 완벽히 구현하는 분들이다. 우리가 만든 디자인을 생동감 있게 뚜앙으로 표현해주셨다. 연기를 하는 사람이 있고, 또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영역이다. 그분들이 없다면 우리 프로그램이 돌아가지 않는다.

 

앞으로 <딩동댕 유치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요즘 방송 환경은 과거와 달리 본 방송을 사수한다는 개념이 희미해졌다. <딩동댕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많은 어린이들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접한다. 우리도 이제 여러 방면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도록 다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8000회까지 장수했지만 앞으로 더 방송되기 위해 TV 본 방송을 보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접하는 시청자들을 위한 부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것 같다. 변화를 고민해야 하고, 그 변화에 맞게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딩동댕 유치원>이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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