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성원, 사장 선임 복종하지 않을 것...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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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 본부 김연국 위원장 기자 간담회

2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MBC는 특히 '운명의 2월'을 맞이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MBC 경영진의 노조 탄압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의결했지만,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며 향후 국회 일정을 모두 보이콧했다. 한편에서는 박근혜 체제에서 탄생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가 3년 임기의 차기 MBC 사장을 선임하려 하고 있다.

격변의 상황 속에서 언론노조 MBC본부에서는 12대 집행부가 출범했다. 김연국 MBC 기자가 위원장으로, 도건협 대구MBC 기자가 수석부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13일부터 공식적으로 임기를 시작한 김 위원장이 15일 오전 상암MBC 미디어센터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12대 위원장이 15일 오전 상암MBC 미디어센터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도건협 수석부위원장(좌)과 김연국 위원장(우) ⓒ언론노조 MBC본부

“외부환경 수동적으로 기다린 것 아닌가 반성”

김 위원장은 2012년 MBC 170일 파업 이후 기자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회사로부터 징계와 부당전보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2년 뒤면 MBC 상황이 좀 나아져 있겠지, 외부 환경이 좋아지면 다시 돌아와서 기자를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작년 이맘때쯤 휴직을 하고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났다.

하지만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다. 특히 작년 말 촛불시위가 확산되고 MBC 내부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면서 불편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김 위원장은 “늘 마음에 빚이 있었다. 외부환경이 좋아지길 나조차도 수동적으로 기다린 게 아니었나 스스로 반성했다"며 "개인으로도 그렇고, MBC도 그렇고, 적어도 촛불민심에 무임승차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노조위원장에 출마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언론장악방지법 통과, 최우선 과제”

▲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12대 위원장이 15일 오전 상암MBC 미디어센터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현재 MBC는 당장 차기 사장 선임 문제, 해직언론인과 부당 전보 문제 등에 봉착해있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은 결국 정권이 자신들 입맛대로 MBC를 조종할 수 있는 지배구조에 있다. 김 위원장 역시 12대 MBC노조의 최우선 과제로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를 꼽았다.

언론장악방지법은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문진 이사 수를 현재 여야 추천 6:3 구조에서 7:6 구조로 변화시키는 안을 담고 있다. 지난해 7월 국회의원 162명이 발의해 대체토론까지 마쳤지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계류 중이다.

김 위원장은 “(방문진 여당 이사들이) 무조건 표결로 밀어붙이자고 나오면 청와대가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국회에 제출된 이 법안은 어느 한쪽이 장악할 수 없게 하는 방안”이라며 “법안을 통과시켜 MBC 경영진이 건강하고 합리적인 경영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MBC 상황 알리기, 절박한 심정”

11대 노조에서도, 그 이전 이명박 정권 때부터도 MBC 구성원들은 공정방송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오면서 시청자들 역시 MBC 상황에 무감각해진 것이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MBC를 이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해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은 모두 가지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우리 모두 잘 안다”며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현 MBC 상황을 알리기 위한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공영방송으로서 최근 KBS는 투표에 참여한 노조 조합원 83%의 찬성으로 총파업 안이 가결된 상황이다. 총파업 시작 날짜, 투쟁 일정과 수위 등을 조율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KBS와 MBC) 구성원들의 요구는 공영방송이 특정 정권에 휘둘리지 않게 합리적인 경영진을 선임하자는 것”이라며 “목표가 같기 때문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 목표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10일 오후 서울 상암MBC 미디어센터 1층 공개홀에서 12대 집행부 출범식과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를 가지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MBC 구성원, 사장 선임 복종하지 않을 것”

당장 16일부터 방문진은 차기 사장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하는 일에 돌입한다. 23일에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장을 선임한다.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사장 공모에는 권재홍 MBC 부사장,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 등 현 안광한 사장 체제의 핵심 인사들이 지원하고 나섰다. 이번 24일로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언론장악방지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방문진의 사장 선임을 막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MBC를 반목과 대립으로 내몰고 200명이 넘는 구성원들을 현업에서 쫓아낸 장본인들이 차기 사장 후보자로 있다. 앞으로 3년 임기를 다시 채우겠다는 건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3년 연장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구성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복종하지 않을 거다. 저항할 것이다”라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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