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포맷이다. ‘먹방’과 ‘육아예능’이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맷이 부활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내 집이 나타났다>는 대표적인 '공익 예능'으로 손꼽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러브하우스>가 떠오르고, MBC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카메라>와 겹쳐진다. 검증된 포맷의 부활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붙잡아야 하는 예능판에서 만지작거리기 쉬운 카드이다. 그러나 다양한 콘텐츠를 접한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포맷의 변주가 불가피하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JTBC <내 집이 나타났다>는 '착한 예능'을 표방한다. 한 가족의 삶의 기본이 되는 집을 다양한 사연에 맞게끔 지어준다. 무엇보다 가정의 새 출발을 응원한다는 점에서 감동을 선사한다. <내 집이 나타났다>는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끈 <러브 하우스>의 기획의도 뿐 아니라 당시 ‘공익 예능’의 진행자를 모아 흥행공식을 맞췄다. <일밤>의 간판 코너 ‘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이웃에게 양심 냉장고를 선사하는 등 진행자로 활약했던 이경규와 당시 <러브 하우스>에 출연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건축가 양진석이 뭉쳤다.
그 결과 <내 집이 나타났다>는 안정적으로 출발했다. 첫 방송 시청률은 3.64%(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를 기록했고, 방송 2회 만에 5%를 돌파하는 등 나쁘지 않은 편이다. “모처럼 따뜻한 예능”이라며 ‘공익 예능’에 대한 시청자의 잠재적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스톱워치를 마련해 얼마나 단시간에 집이 철거되는 지를 보여주고, 신축으로 집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의 차별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주거 문제와 맞물리면서 불편함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포맷 부활의 신호탄을 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몰래 카메라>가 전신이다. 당시 <몰래 카메라>는 1990년대 초반 인기 연예인들을 돌발 상황에 빠뜨린 뒤 당황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때만 해도 거짓 상황을 만들어 누군가를 속인다는 자체가 참신한 소재였다. <몰래 카메라>의 흥행으로 이경규는 메인 진행자로 거듭났고, 흥행을 경험한 방송가에서는 종종 ‘몰카’ 콘셉트를 차용했다. 2005년 <돌아온 몰래카메라> 부활을 비롯해, 특집 프로그램(MBC<몰카 배틀-왕좌의 게임>) 혹은 예능의 에피소드 소재로 활용됐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몰래 카메라>의 콘셉트를 따라가되 새로움을 더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배치했다. 예컨대 ‘몰래 카메라=이경규’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윤종신, 이국주, 이수근, 존박 등 다양한 패널을 대거 출연시키고, 출연자를 속이기 위한 ‘지인 섭외’에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시청률도 6~8%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재 자체가 속이고 밝혀지는 과정이라는 다소 뻔한 흐름을 벗어나긴 어려운데다가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해도 속이는 행위에 대한 불편함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검증된 포맷은 익숙함을 무기 삼아 시청자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대박'까진 아니어도 ‘중박’을 노릴 만한 하지만, 진부함을 덜어내기 위한 변주가 과제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시청자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던 때와 비교하자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 선호가 바뀐다는 점을 염두 해야 한다. ‘몰래 카메라’ 포맷을 ‘사생활 침해’라고 비판하고, ‘공익 예능’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시청자가 반응한다는 건 결국 ‘재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