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언론인 “언론학계,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 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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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출신 MBC·YTN 여권 이사들 문제, 언론 현장과 학계 간 괴리 때문”

해직 언론인들과 언론학자들이 올바른 공영방송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학계와 현장 간 연대 방안을 논의한 결과, 언론학계가 현장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후학들에게 이 문제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방송학회(회장 강형철) 방송저널리즘연구회는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성암관 3층 민트홀에서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감독 김진혁)>을 공동 관람하고 MBC·YTN의 해직 언론인들과 함께 한국 언론, 언론학계의 현 주소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최승호 MBC 해직PD, 박성호 MBC 해직기자, 조승호·현덕수 YTN 해직기자가 참석해 영화에서 다뤄진 MBC·YTN의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당시 두 방송사 내부 상황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나누고, 언론학계와 현장 간의 괴리, 올바른 공영방송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학계와 언론계의 공생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성암관 3층 민트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을 공동 관람한 후 해직 언론인들이 공정방송과 언론자유 문제 해결을 위한 언론학계와 언론 현장 간 연대 방안을 논하고 있다. ⓒPD저널

최승호 MBC 해직PD(현 <뉴스타파> PD)는 “(지난해 11월) 3대 언론 학회(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영방송의 현실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을 때 ‘드디어 학계의 인정을 받는구나’하는 고마움이 있었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며 “학계에서 신문·방송 학자로 많은 활동을 하셨던 분들이 공영방송 이사회(MBC 방송문화진흥회)에 여권 추천 이사로 들어와서 보여주는 모습은 완전히 언론자유를 짓밟고 김재철(전 MBC 사장), 안광한(현 MBC 사장) 등 이런 분들하고 똑같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고 성토했다.

최 PD는 “학계에서 활동하시다가 여권 이사로 온 모 이사는, 야권 이사들이 (김재철 전 사장) 해임 건의안을 냈을 때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로부터 지시를 받고 해임안 표결에서 기권을 했다는 의혹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언론에 “해당 이사와는 평소에 잘 알던 사이일 뿐, 방문진에 압력을 행사한 적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성호 MBC 해직기자(전 MBC 기자협회장)는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하며 느낀 것은, 현장에서 고민했던 문제들이 책이나 논문에서 (나오는 것들과)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이게 학자분들에게 기대했던 최소한의 것들을 실제로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하며 언론학계와 현장 간의 괴리 문제를 지적했다.

‘언론 자유수호·공정방송 투쟁 현재 진행형’…언론학계, 후학들에게 강조해 주길”

이어 언론학계와 실제 언론 현장 간의 괴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후학 양성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장에 참석한 한 언론계 인사는 “아이들이 (언론 관련 학과에) 입학하면 현장은 어떤지 모르고,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하는지는 모르면서 학교에서 ‘언론 자유가 어떻다’하고 가르치는 것만 배우는데, 그걸 알아봐야 현장가서…(뭘 하겠느냐). ‘용기내서 열심히 싸운 뒤 얻어온 팩트(Fact)를 (누군가가) 틀려고 할 때 거기에 저항해야 되나’하는 부분에 대해 언론 현업에 계신 분들 뿐만 아니라 언론 학자들이 고민해 줬으면 한다”며 “권력자의 양심을 기대하기에는 (언론 자유·공정방송 등이 침해받거나 해직 등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어서, 그런 게 안 될 수 있는 항구적인 방법을 (학계에서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조승호 YTN 해직기자도 “신방과(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는데, 학교에서 ‘언론은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기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제도적인 부분이 (그걸 가로막는 게) 크다”며 “우리가 앞으로 어느 후배 기자들이 언론 공정성과 언론 자유를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로, (권력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해직되지 않는 그런 전례를 만들기 위해 제도적으로 잘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기자는 언론학자들이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로 투쟁 중인 언론계 현실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1987년 신방과(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을 때 수업시간에 동아투위(동아언론자유수호투쟁위원회) 선배들이 대량 해직 당한 일에 대해 배웠는데, (그 당시) 불과 12년 전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고려·조선 시대의 일처럼 멀게 생각했다. 나 역시 (해직됐고), 복직되고 싶지만 지금 내가 국민들에게 잊혀서 복직되지 못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며 “내가 87년도에 느꼈던 걸 지금 신방과 학생들은 느끼지 않도록, 교수님들이 ‘공정 언론 투쟁은 진행형이고,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고 여론화에 힘 써주시라”고 당부했다.

CBS에서 노조위원장으로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최장기 파업을 이끌었던 민경중 한국방송학회 부회장(한국외대 교수)은 “3월 초, 방송학회의 전 회원들이 저널리즘 전공 수업 시간 중 한 번 ‘미디어 주간‘을 설정해서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을 공동 상영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 같다”며 “파업 당시 강준만 선생님(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 언론학자들이 CBS 권호경 전 사장 퇴진 성명을 내준 게 엄청난 힘이 됐던 게 기억이 나는데, 그렇게 누군가 연대하고 같이 싸우고 있다는 점이 현장을 버틸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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