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허가‧정리해고 몸살’ OBS, 어디서부터 잘못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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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허가‧정리해고 몸살’ OBS, 어디서부터 잘못 됐나
[위클리 포커스] 광고 수익 감소‧구조조정…“OBS는 이래서 아팠다”
  • 하수영 기자
  • 승인 2017.02.21 09: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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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지역 민영 지상파 방송사인 OBS 경인TV(사장 최동호, 이하 OBS)는 개국 10년 만인 2017년,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2016년 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로부터 가까스로 1년의 조건부 재허가 승인을 받았지만, OBS의 앞길에는 자본금 잠식 97%‧연말까지 30억 증자 이행 가능 여부 불확실‧대주주와 경영진의 인력운용‧경영안정화 의지 불투명 등의 ‘폭탄’만 놓여 있다. 이 ‘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도대체 ‘폭탄’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누가,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 것이며, 또 제 때 제거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 것일까.

‘폭탄’을 안고 있는 OBS는 사실 그 상황이 너무도 특수하고, 한편으론 복잡하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아니고서는 OBS의 재허가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알기 어렵다. 알지 못하면 외면하게 되고, 결국 당사자들은 외로운 싸움을 힘겹게 지속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힘이 돼 주길 바란다.

▲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에 위치한 OBS 경인 TV(사장 최동호) 사옥 항공 촬영 사진 ⓒ사진제공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1. OBS의 탄생-iTV의 폐업, 그리고 새로운 희망

시작은 경인방송(iTV)이었다. iTV는 인천광역시와 주변 지역을 가시청권으로 하는 지상파 민영 방송사였다. 본래 라디오와 TV 방송 모두를 담당하던 iTV는 2004년부터 라디오만 담당하게 됐다(현 iFM). 방통위의 전신인 (구) 방송위원회가 iTV에 TV방송 재허가권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1980년 언론 통폐합 이후로 정부기관에 의해 방송이 중단된 최초의 사례다.

재허가 추천 거부 이유는 ‘대주주의 투자의지 결여’였다. 2016년 말 OBS가 방통위로부터 재허가를 거부당할 뻔한 사유와 같다.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이하 OBS 지부)의 유진영 지부장은 “당시 iTV의 1‧2대 주주였던 동양제철화학과 대한제당에 투자 의향을 물었더니 둘 다 ‘의향이 없다’고 했고, 그래서 방송위원회가 재허가를 불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이유로 iTV의 임직원들은 한 동안 ‘적 없는’ 떠돌이 신세가 돼야 했고, 그런 ‘실업’ 사태가 장장 900일 가까이 이어졌다. 하지만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iTV 폐업 이후 구성원들이 모여 ‘새방송 추진위원단’을 만들고 경인지역 새로운 방송을 만들기 위한 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iTV가 무너진 원인이 대주주에게 있다고 봤고, 다신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랐던 지역 시청자들이 힘을 보탰다. 유 지부장은 “(그들은) 대주주가 다 했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다 하지 못 해서 iTV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인천‧경기도 주민을 합하면 약 1500만 명인데, 지역의 그런 걸(목소리를) 대변할 지역방송이 없어졌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그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자 했다”며 “새로운 (지역) 방송에 대한 염원을 갖고 그 탄생을 위해 (지역 시청자들이) 활동해 줬다”고 말했다.

바로 새로운 사업자 공모절차에 돌입했다. 이 때(2006년) 현재의 OBS 대주주인 영안모자(회장 백성학)가 사업권을 땄다. 원래 영안모자는 1차 공모 당시 5개 사업자 중 5위에 그쳤지만, 당시 새 방송 설립 운동을 이끌던 경인지역 시민단체들과 OBS 지부의 지지에 힘입어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에 백 회장은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에 위치한 영안모자의 물류창고를 OBS 사옥으로 개조해 쓸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이듬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한 건강한 방송, 공익적 민영방송을 만들겠다”며 ‘사회 공헌 선언’을 발표했다.

2007년 6월 1일, 옛 iTV 노조원들로 구성된 희망조합지부 지부원 160여 명 전원이 복직해 OBS의 일원이 됐다. 물론 실제 개국이 이뤄질 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때만큼은 대주주와 사측, 임직원 등 OBS의 모든 주체가 ‘시청자 지상주의 방송을 만들겠다’는 ‘일심동체’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올바른 지역지상파 방송’ 모델 탄생에 대한 지역 시청자들의 염원과 기대가 합쳐져 마침내 2007년 12월 28일, OBS 경인TV가 개국했다.

2. OBS의 역경-전파 월경‧혼신 문제로 인한 SBS와의 갈등, 광고 매출 부족, 구조조정

정식 개국일이 몇 차례나 미뤄진 끝에 겨우 개국했지만,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순탄한 적이 없었다. 먼저 SBS와의 전파 월경‧혼신 문제가 불거졌다. iTV 시절부터 있었던 갈등인데, iTV나 OBS가 전파를 쏘면 서울에서도 경인민방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SBS가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OBS가 송신소를 바꾸고, 전파차단막도 설치해 갈등이 일단락됐지만, 이 외에도 SBS와는 수중계(중앙에서 만든 방송 프로그램을 지역에서 받아 재송신하는 것), 광고 결합판매 문제 등으로 인한 갈등을 겪었다.

개국한 지 1년여 만에 광고수익이 예상치보다 밑돌기도 했다. 바로 제작비를 축소하고 긴축경영에 돌입했고, 2008년 OBS는 ‘향후 저예산‧리얼리티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체질개선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긴축경영이 제작비 축소로 이어진 것만 해도 방송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을 테지만, 또 하나의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임직원들의 임금 삭감 소식이었다.

개국 초반 임직원들은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라면 임금 유지‧인상은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 지부장은 “(처음에는)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만 했고,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임금 수준을 이야기할 건 아니었다”며 “(임직원들은) 우리 몫을 챙기기 전에 좋은 방송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너무 강해서 참고 견뎠다. 열정만으로 달렸다. 그런데 개국 이래 지금까지 3번이나 임금이 삭감됐다. 단 한 번도 임금 인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임직원들의 ‘희생’을, 경영진과 대주주가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인력 규모도 현저히 감축됐다. 처음에 OBS는 350여 명의 인력과 함께 출발했지만, 점점 사람이 줄어 현재는 230명 선이다. OBS 지부는 이것이 ‘사측이 임금 삭감뿐만 아니라 정리해고 등의 형태로 인력 감축까지 진행해 왔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유 지부장은 “이 때(개국 초기)도 350명 인력으로 100% (자체제작을) 소화하기 힘들었지만 개국 초기의 열정으로 돌파했는데, 지금 사람은 230여 명으로 줄고 노동 강도는 더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OBS의 경영진과 대주주는 또 다시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초 20여 명의 임직원들에 대해 ‘자택대기 인사발령’ 조치를 내린 데 이어, 7일에는 이 자택대기 발령자에 대해 ‘회사의 승인 없이는 출근할 수 없다’고 통지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노동자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OBS는 방송사라면 당연히 직접 고용해야 할 편성제작‧기술‧보도부서 중 특정 직종을 정하여 33명에게 외주화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유 지부장은 “현재 있는 230여 명의 인력도 비정규직을 포함한 것이고, 정규직만 보면 200여 명이 지상파 방송을 운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회사 계획대로 50명을 줄이면, 150명 수준에서 지역 지상파로서 주어진 OBS의 역할을 다 해 내야 한다. 그럴 수 있겠나. 솔직히 지역방송으로서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 지난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OBS 정리해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언론노조

3.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 VS 사 갈등

OBS 지부와 임직원들은 ‘회사가 방통위의 재허가 승인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방통위는 원래 지난 2004년 iTV에게 그랬던 것처럼, OBS에도 재허가 승인을 내 주지 않으려고 했다. 사유는 그 때와 마찬가지로 ‘대주주가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허가 관련 갈등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방통위는 2014년까지 50억 원 증자, 87억 원 현금보유액 유지, 방통위 산정 기준 311억 원의 제작비 유지 등을 조건으로 OBS 재허가를 승인했다. 하지만 이 중 OBS가 20억 원만 증자하는 바람에 30억 원은 미이행 금액으로 남게 됐고, 2017년 말까지 OBS의 대주주인 영안모자가 30억을 증자해야 OBS는 계속해서 시청권을 가지고 방송사업을 할 수 있다.

OBS 지부 입장에선 2017년에도 재허가를 받기 힘든 상황으로 보고 있다. 자본금이 97%나 잠식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실 2016년 재허가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방통위가 1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OBS 지부는 이 조건부 재허가가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이 ‘지금 당장 재허가를 거부하면 OBS의 240여 명 임직원이 생계를 잃고, 지역 시청자들이 시청권을 잃게 된다’고 주장해 주고, 또 ‘경인지역시청주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라는 지역 시민단체가 대주주와 방통위에 의견서를 전달해 재허가를 요청한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OBS 지부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지난달 OBS 지부원 10명을 포함한 총 11명의 임직원에게 감봉‧근신‧주의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2016년 말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열린 이사회 현장에서 노조원들이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피켓팅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OBS 지부는 사측이 징계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고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사 간 합의점을 찾기는커녕 계속해서 파열음만 내고 있다.

4. 해결 방안-지역 시청자의 신뢰 회복, 방통위의 중재

이런 파열음이 커질수록, 갈등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OBS 임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역 시청자의 민심 이탈이다. 임금은 사실상 이미 오래 전부터 포기한 부분이다. 오히려, 노동자로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도 있는 퇴직금 출자 전환까지 결의했다. ‘이 돈을 가지고 회사를 살려달라’는 이야기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OBS 정리해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유 지부장도 “대주주가 방송 사유화 의도가 없다면, 경영 실패 책임을 인정하고 감자‧신규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이렇게 임직원들이 주저 없이 큰 희생을 하기로 결정한 건, 지역 시청자들 때문이다. 유 지부장은 “OBS가 재허가 위기에 봉착할 때 마다 (시청자들이) 우려도 해 주겠지만, 한 편으론 ‘왜 저래?’하는 감정도 느낄 것이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이 애정을 거뒀을 까봐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 '미디어오늘' 2016년 3월 30일자 기사 'OBS, 인천시 이전 추진 ‘지지부진’'에 달린 네티즌 댓글 캡처 ⓒ네이버

실제로 지난해 4월경 OBS 인천 부지 이전 난항 문제를 다룬 한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투자도 안 하고, PD건 아나운서건 다 떠나고, 잡다한 어중이떠중이 모여서 근근이 유지만 하면서…어휴, 때려쳐’라는 시청자의 날선 비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통위가 OBS에 재허가를 내 준 건 OBS 담당 권역 시청자들의 시청권 문제 때문에 ‘다시 한 번 방송 잘 해보라’는 취지였다. 그 과정에서 재정문제 등 다른 문제들이 발생했다면 지역사회 시청자단체, OBS를 살리고자 하는 다양한 관계자들과 지혜를 모으고 해법을 모색하면 되는데, 사측은 직원들을 해고하려 한다”며 “이는 OBS의 지난 역사에서 실패했던 사례를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사측은) OBS를 가장 사랑하고 헌신했던 구성원들을 배제한 채 방송을 만들고 회사를 경영해서 더 좋은 방송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지부장은 “OBS가 지역 시청자들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도록, 봉사하고 책임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우리가 존재하는 목적 자체가 지역 시청자와 지역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인 만큼, 사측과 대주주가 다시 여러 가지 경영‧수익 개선 방법을 고민해 OBS가 지역 민영방송의 올바른 모델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제에 관해 방통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 방통위는 OBS의 재허가권을 쥔 행정 기관이다. OBS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행정력을 발휘해 갈등을 중재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그러나 OBS 지부와 언론‧시민단체는 ‘방통위가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는 한편 방통위에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

14일 ‘정리해고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조영수 민언련 협동사무처장은 “여러 개의 ‘나쁜 짓거리’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라며 “OBS를 이 지경까지 만든 대주주가 가장 문제지만, 재허가 권한을 가진 방통위는 규제기관이랍시고 뭘 했나, OBS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나,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방통위가 유‧무형의 행정력을 동원해서 이 문제를 중재하라”고 촉구했다.

OBS 지부는 오는 28일에 사측이 해고 통보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 날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OBS 재허가와 정리해고 사태에 관해 토론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2017년은 어쩌면 OBS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다. 평행선도 아닌, 팔(八 )자를 뒤집은 모양으로 멀어지고 있는 노사 양측이, 갈등을 해소하고 OBS를 다시 지역 지상파 방송의 올바른 모델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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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알고쓰자 2017-02-24 16:25:38
기사를 쓰려면 똑바로 알고 써야 한다.
당시 노조는 공익적 민영화를 주장하였다. 그내용은 mbc방송문화진흥회처럼 대주주 주식을
기부해서 대주주 권한없는 mbc처럼 만들라는것이다.대주주가 반대하자 노조가 방송위 로비에서 재허가 내주지 말라고 데모를 한것이다. 방송위가노조의 주장을 수용하여 재허가를 내주지 않자 결국 문닫았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2017-02-21 10:14:25
진단이 좀 잘못된듯. 옛날 그 잘나가던 iTV 시절에 민노총과 전국언론노조의 꼭두각시가 된 노조가 재허가 심사 앞둔 방송위에 이불 깔고 재허가 반대라는 어처구니 없는 목숨 건 투쟁으로 회사를 말아먹었다. 도저히 방송을 해선 안되는 영안모자라는 대주주와 그 노조의 결합. 이젠 접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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