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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 예능은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할까?

[김교석의 티적티적] 여성이 주인공인 예능이 없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2.21 09: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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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여자라고 핸디캡을 적용하고 예능을 볼 이유는 없다. 여성의 예능이라면서 미모와 반전 매력을 내세우는 것도, 기존 예능의 공식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점에서도 진부했다. 이것이 첫 번째 한계 요소다. ⓒ KBS

세계적인 추세는 물론, 우리나라 사회 곳곳에서도 여성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탓일까. 현재 방송중인 <비디오스타>는 물론, tvN <10살 차이>,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2> <하숙집 딸들>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예능이 잇따라 편성되고 있다. 그중 여성을 연애와 묶는 기성 공식을 따르는 <10살 차이>를 제하더라도 동시대에 여성 예능이 두 편이나 그것도 가장 보수적인 KBS에서 편성했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사건이다.

 

그런데 각각 2회, 1회 만에 불안이 엄습한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는 단 2회 만에 시청률이 3.8%로 떨어졌다. 이는 첫 회에 비해 1.6%P 떨어진 수치이자 종영을 종용하게 만든 시즌1의 수치와 같다. 조삼모사, 일희일비가 아니다. 지난 시즌 1에서 사랑받았던 걸그룹 프로젝트를 메인으로 한 만큼 개업식의 흥행은 향후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드러내는 지표인 동시에 시즌 전체의 흥행을 가늠하는 프로모션 기간이다. 따라서 불을 붙이고 점점 더 큰불로 키워야 하지만 시즌1의 언니쓰와 달리 솜 먹은 휴지처럼 전혀 불붙지 않고 있다.

 

<하숙집 딸들>은 동시간대 <불타는 청춘> 결방의 반사이익을 보면서 출발했다. 하지만 흥행 축포를 터트리기는 곤란하다. 너무나 모호하다. 무엇에 집중하는 예능인지,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예능이지만 여성 예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조차 헷갈린다. 팸플릿 상의 주연과 실제 주연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운 예능이 있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여자 아이돌들이 출연한 <청춘불패>, 당대 톱MC로 활약한 현영의 <골드미스가 간다>, ‘망가짐’이란 관점에서 최고 수위의 <무한걸스> 등이다. 이들은 여자 아이돌과 여배우들이 망가질 줄도 아는 털털한 반전 매력을 포착하는 데서 재미를 찾거나 기존 남성 예능인들이 하는 것을 여자 예능인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서 활로를 찾았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여자라고 핸디캡을 적용하고 예능을 볼 이유는 없다. 여성의 예능이라면서 미모와 반전 매력을 내세우는 것도, 기존 예능의 공식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점에서도 진부했다. 이것이 첫 번째 한계 요소다.

 

여자 아이돌 예능이었던 <청춘불패>는 과연 여성 예능이었을까? 이 질문은 두 번째 한계 요소를 찾아가는 나침반이다. 여자 아이돌들이 등장해 써니, 구하라 같은 스타들을 탄생시켰지만 진행을 맡고, 극을 이끌어간 인물들은 남희석과 김태우 같은 남성들이었다. 단순한 성별의 구분이 아니라 진행과 극을 이끄는 주체성이란 측면에서 여성 출연자들의 역할은 수동적이었다. 즉, 여성의 예능이 아니라 여성을 보여주는 방식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 예능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주목할 만한 사건이 쌓이며, 사회적 논의와 시선도 달라지는 이때 등장한 여성 예능들이 과거 방식과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여성이 등장하는 예능이 아니라,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예능을 만나보고 싶다. ⓒ KBS

그런데 2017년 여성 예능들이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은 걸그룹 프로젝트의 잠재력이나 대중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박진영, 김형석 등 ‘아버지’ ‘선생님’ 같은 존재 아래에서 성장하고 새롭게 변신하는 과정을 담는다. 걸그룹 프로젝트가 혹시나 재밌을 수도 있지만 여성 예능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여성 예능인의 발견이란 점에서 새로울 요소가 없다. 여성 연예인의 볼거리에 집중한 기획이다. 심지어 이마저도 반복이다. 생중계되는 치열 살벌한 현장에서 살아남는 아이오아이의 전소미나 국내 최고 자리에 올랐던 2NE1의 공민지가 걸그룹 도전을 하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촌극이 벌어지는 이유다.

 

주체라는 측면에서 <하숙집 딸들>은 더욱 심각하다. 주인공이 여배우들인 줄 알았는데, 이수근, 박수홍이란 예능 선수들이 극을 이끈다. 예능에 적응하지 못한 캐릭터의 문제가 아니라 판 자체가 여성은 수동적이고 볼거리로만 생각하는 낡은 여성 예능관이 그대로 노출된 노후한 기획이다. 일상과 예능이 결합하고 뒤섞이는 시대에 여배우들이 생각보다 털털함, 생얼 공개와 망가지는 것이 웃음이나 재미가 될 만큼 만만한 세상이 아니다. 이미숙, 이다해 등이 예능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뉴스가 되고 콘텐츠가 될 것으로 착각한 시대착오적인 판단들은 여성 예능의 시대를 자꾸만 뒤로 미루게 만든다.

 

<최고의 사랑>에서 김숙은 여성이 예능 프로그램을 이끄는 주체이자 웃음의 주인공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녀가 남긴 영향력은 단순히 캐릭터, 순발력, 망가짐의 문제가 아니었다. 진정한 여성 예능의 가능성을 엿본 문화적 사건이었다. 이것이 숙크러쉬가 대단했던 이유다. 시도 자체는 높게 평가한다만, 예능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주목할 만한 사건이 쌓이며, 사회적 논의와 시선도 달라지는 이때 등장한 여성 예능들이 과거 방식과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여성이 등장하는 예능이 아니라,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예능을 만나보고 싶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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