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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방송 PD 만나다] ‘우리 본당 노래자랑’, 신부님 아닌 신자들이 주인공

표재민 기자l승인2017.02.21 11: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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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한 김성일 PD(왼쪽)는 흥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의 진심을 전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천주교 신자이자 가톨릭 평화방송에서 13년간 몸담았다. 연출 경력이 20년 가까이 된 베테랑 PD다. ⓒ 가톨릭 평화방송

종교 방송 PD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이들이 귀를 기울이는 신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그래도 종교 방송이 추구하는 가치는 같습니다. 종교가 아름다운 세상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종교방송을 이끄는 PD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가톨릭 평화방송 <우리 본당 노래 자랑> 김성일 PD입니다.

 

가톨릭 평화방송 <우리 본당 노래 자랑>은 천주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삶을 고스란히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의미는 이중적이다. 천주교에서 신자 공동체를 본당이라고 한다. <우리 본당 노래 자랑>은 본당을 이끄는 신자들을 자랑하거나, 신자들의 노래를 자랑하는 장이 된다. 폐지를 모아 1억 원이 넘는 거금을 기부한 할머니가 우리 본당의 자랑이 될 수도 있다. 성가가 아니더라도 트로트를 맛깔나게 부르며 본당의 유대감을 높이는 신자가 우리 본당의 자랑이 될 수도 있다.

 

오토바이 교통 사고 후 장애를 갖게 된 아들에 대한 애정과 안쓰러움을 표현하던 한 할머니는 다른 신자들의 유쾌한 부추김에 신명나는 춤을 춘다. 안타까운 처지에 공감하며 눈물을 머금던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프로그램이다.

 

종교를 떠나 감동과 흥이 넘친다. <우리 본당 노래 자랑>이 방송 3개월 만에 천주교 신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이다. 토요일 오후 4시에 방송되고 인터넷에 공개된 방송 조각 영상이 꽤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다. 지난 해 12월 3일 첫 방송됐는데, 전국 본당의 참여 신청이 끊이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한 김성일 PD는 흥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의 진심을 전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천주교 신자이자 가톨릭 평화방송에서 13년간 몸담았다. 연출 경력이 20년 가까이 된 베테랑 PD다. 사실 지상파 방송에 비해 제작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연출자와 조연출자, 그리고 카메라 감독이 각각 한명뿐이다. 그런데 매주 방송을 내보낸다.

 

사람 냄새 뚝뚝 묻어나서 정겨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에 김 PD를 빼놓고 말할 수가 없다. 종교 방송이기 때문에 진중한 방송만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뒤집은 <우리 본당 노래 자랑>의 방송만큼 재밌는 김 PD와의 수다를 펼쳐놓는다.

 

어떻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나.

 

보통 본당이라고 하면 신부님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본당을 꾸려가는 버팀목은 신자들이다. 신자들이 어떻게 신앙 생활을 하는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본당 노래 자랑>은 무엇이든 자랑이 될 수 있다. 폐지를 모아 1억 3천만 원을 본당에 기부한 90세 자매님부터 본당 바자회에 직접 담근 1.8리터 식혜 1000병에서 2000병을 내놓은 자매님 등이 자랑이 될 수 있다. 봉사와 나눔을 하고 싶은데, 식혜를 잘 담그기 때문에 식혜를 내놓은 자매님, 그런 분들이 당연히 자랑거리가 되는 거다. 그 분들은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을 실천하고 계신 거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나 스스로도 정말 많이 배우고 감명을 받고 있다.

 

종교 방송에 노래 자랑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게 신선하다.

 

평화방송 PD로서 공연 프로그램을 많이 연출했다. 시청자들이 유명한 가수보다 우리 주변 사람이 노래를 하는 모습을 더 재밌어 하는 것 같다. 요즘 삶이 팍팍하지 않나.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본당 신자들간의 유대감이 형성되고 우리 주위를 좀 더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처음에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신자들이 성가만 부를 줄 알았고, 신부님들이 과연 이 프로그램 제작을 허락해줄 지 걱정이 됐다. 그런데 아니었다. 신성한 제대에 무대를 제작할 수 있도록 신부님들이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신자들도 성가가 아닌 일반 가요를 불렀다. 신자들은 본당의 대표로 나서서 노래를 부르는 일을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흥겹게 즐기신다. 인생살이 속 깨우치는 감동과 노래의 흥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함께 천주교를 믿는, 신앙심을 나누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제목만 봤을 때는 종교 방송으로서 맞지 않다고 의아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을 보면 왜 가톨릭 평화방송에서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에 초점을 맞춘 구성 같다.

▲ 김성일 PD(오른쪽)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인생살이 속 깨우치는 감동과 노래의 흥이 있다고 했다. 물론 함께 천주교를 믿는, 신앙심을 나누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 가톨릭 평화방송

우리 방송사는 신부님의 좋은 말씀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신부님들의 말씀도 중요하지만 신자들의 신앙 생활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신앙과 일상이 구분되는 게 아니라 신앙 생활이 곧 내 생활과 결부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픈 아들을 이야기하며 울먹이던 할머니가 다른 신자들의 부탁에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프로그램은 억지로 꾸미지 않은 방송이다. 천주교 신자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정겹게 담으려고 한다. 우리가 임의로 편집을 하거나 짜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다 보면 말도 안 되는,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다. 그런 어려운 일들을 신앙으로 이겨내고 있는 신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남편이 병에 걸리고, 딸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아프다. 극도의 고통스러운 감정일텐데 하느님께 감사하다며 웃는다. 나도 신앙인이지만 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런 신자들의 삶이 담겨 있다.

 

본당 섭외가 어렵지 않나.

 

처음에 과연 섭외가 될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첫 방송이 나간 후 많은 본당에서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나와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서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 것 같다. 처음에 계획한 11개 본당 섭외가 꽉 찼다. 11개 본당을 다룬 후 결승을 치르려고 한다. 본당 우승자들끼리 경연을 하는 거다. 5~6월에 결승이 진행될 것 같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구성상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있을 것 같다.

 

방송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담아야 할 이야기와 노래가 많다. 방송 시간에 맞추기 위해 노래를 중간에 잘랐더니 노래를 다 들려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본당마다 2부씩 나갔는데, 이제는 유연하게 3~4부씩 나가기도 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신자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노래가 많이 나갔으면 하더라.

 

연출하는데 있어서 꼭 지키는 선이 있다면?

 

나도 가톨릭인이다. 신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인간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즘 사람에 대한 배려나 신뢰가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나는 PD이기 전에 같은 신자로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방송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 출연자에게 프로그램을 위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작하는 나도 행복해야 하고, 제작에 참여하는 신자들도 행복해야 한다. 내가 신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가야지 신자들도 PD인 내게 진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제작하는 PD도, 출연하는 신자도 행복해야 시청자들도 행복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 후에도 신자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다. 한 신자가 촬영에서 남편과 시댁과의 불화를 모두 이야기했다. 편집을 다 마치고 방송 나가기 불과 며칠 전에 방송에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연락이 왔다. 남편과 사이가 좋아졌는데 방송이 나가면 다시 안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걱정하는 말이었다. 방송보다도 한 가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편집을 다시 했다. 제작진으로서는 고되고 난감한 일이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 "남편이 병에 걸리고, 딸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아프다. 극도의 고통스러운 감정일텐데 하느님께 감사하다며 웃는다. 나도 신앙인이지만 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런 신자들의 삶이 담겨 있다." ⓒ 방송화면 캡처

종교 방송 PD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수 있다. 제작하면서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도를 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나도 그렇지만 평화방송 많은 PD들이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즐거움이 있다. 신자들이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면 정말 보람을 크게 느낀다. 제작을 하면서 몸이 힘들어도 신자들의 고맙다는 인사 덕분에 사명감도 느끼고 즐겁다.

 

천주교인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꼭 신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 내 주위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신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들의 진심이 느껴질 거다. 혹시 힘든 일이 생기면,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위로와 공감이 될 수 있을 거다. 가톨릭인이 아닌 지인이 해준 말이 있다.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신자들이 신앙으로 견뎌내고 기쁨을 찾으며 행복을 느끼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하더라. 정말 극한의 상황에 놓인 신자가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혹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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