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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방송 PD 만나다] 원음방송 ‘조은형의 가요세상’, 6000회 장수 가능했던 비결

표재민 기자l승인2017.02.23 1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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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1월 방송 6000회를 맞았다.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청취자를 위해 진행자가 말을 아끼는 정통 가요 프로그램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청취자들을 위한 조은형 PD의 소신이다. ⓒ 원음방송

종교 방송 PD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이들이 귀를 기울이는 신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그래도 종교 방송이 추구하는 가치는 같습니다. 종교가 아름다운 세상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종교 방송을 이끄는 PD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세 번째 만남은 WBS 원음방송 <조은형의 가요세상> 연출자 겸 진행자인 조은형 PD입니다.

 

방송 1~2회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무려 20년 가까이 장수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2시에 청취자들을 찾아가는 WBS 원음방송 <조은형의 가요세상>이다. 원음방송은 1998년 11월 30일 개국했다. <조은형의 가요세상>은 12월 1일 첫 방송을 한 개국공신이자 지금의 원음방송을 있게 만든 간판 프로그램이다. 조은형 PD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인생살이가 모두 담긴 성인가요로 청취자와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난 해 11월 방송 6000회를 맞았다.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청취자를 위해 진행자가 말을 아끼는 정통 가요 프로그램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청취자들을 위한 조은형 PD의 소신이다.

 

무려 방송 20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라디오를 비롯한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 다양한 매체가 생겼지만 그래도 우리는 라디오다운 라디오를 지향한다. 라디오도 보이는 라디오로 진화했지만 우리는 청취자들이 노래를 듣고 싶어하기 때문에 라디오 본연의 기능에 주력한다. 우리와 함께 걸어왔던 청취자들, 우리와 함께 문화를 형성하고 함께 호흡했던 청취자들과 트로트를 통해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때 그 시절의 노래들, 그리고 지금의 성인가요들을 함께 들으며 호흡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10,000회, 15,000회 방송을 하고 싶다.

▲ "내가 조사모 분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앞으로 20년, 30년, 40년이 돼도 친구가 되자고 말씀드렸다. 서로 힘들 때 위로가 되고, 함께 놀러다니면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 원음방송

장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누구에게나 단골집이 있다. 라디오는 익숙함이 중요하다. 10년, 20년, 30년, 40년이 되면 전통이 된다고 생각한다. 장수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진행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청취자들 덕분이다. 청취자들이 이 프로그램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바로 없어질 것이다. 청취자들이 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주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다. ‘조은형의 가요세상을 사랑하는 모임’이라고 있다. 조사모다.(웃음) 내가 조사모 분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앞으로 20년, 30년, 40년이 돼도 친구가 되자고 말씀드렸다. 서로 힘들 때 위로가 되고, 함께 놀러다니면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내가 언제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80세, 90세가 돼도 벗이 되자고 했다. 영원히 함께 하자고 했다. 조사모 분들 하고 자주 만난다. 다른 프로그램은 정기 모임을 하는데 우리는 정말 자주 만나서 정기 모임 개념이 없다. 어떨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 이번 주 일요일에도 굴삭기 운전하시는 청취자가 밥을 사겠다고 모임을 제안하셨다. 50명이 신청을 했고, 버스 대절을 해서 놀러간다. 함께 노래도 부르고 수다도 떤다. 이런 자리를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도 수렴한다. 청취자들에게 노래 선곡이나 가수 섭외에 대한 의견을 들어 프로그램에 반영한다.

 

조은형이라는 사람에게도 이 프로그램은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다.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늘 겸손한 자세로 임한다. 그래도 우리가 최고의 방송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물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긍지를 갖고 제작하려고 한다. 내가 80세가 넘어서까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했으면 한다.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보면 내게 가족보다 큰 존재가 됐다. 우리 프로그램이 원래는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방송했다가 오후 10시로 옮긴 적이 있다. 오후 10시는 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만 있었는데 중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옮겼다. 오후 2시대에 근무를 하는 청취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물론 오후 10시대에 근무를 하는 택시 기사와 같은 분들은 좋아하셨다. 다시 오후 2시로 옮겼을 때 오후 10시에 듣던 분들이 아쉬워하셨다. 그런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청취자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와 유대감이 강한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리는 부분이다. 워낙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마찰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런데 우리 모임은 서로 의견을 존중한다. 그래서 늘 화기애애하다. 어떤 청취자는 우리 프로그램을 위해 카메라를 샀다. 모임 때마다 기록을 위해서 샀다고 하더라.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서 기록물로 남기고 싶다고 하신다. 자비로 하시는 거다. 내가 정말 복이 많은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든든하다. 나는 우리 프로그램에 문자 메시지로 사연을 보내주시는 분들의 성함을 꼭 부른다. 보통은 휴대전화 뒷번호를 부르는데 나는 꼭 성함을 부른다. 물론 이름 노출을 꺼려하시는 분들은 피치 못하게 번호로 대신하지만 ‘이름 실명제’라고 성함을 불러드리면 청취자들도 좋아하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청취자가 있다면?

 

슬픈 일이 있었다. 청취자 한 분이 중국요리 주방장이었다. 우리 프로그램에 굉장히 많이 참여해주셨다. 본인이 만든 자장면을 가지고 직접 방송국에 올 정도였다. 그랬던 분이 어느 날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알고 보니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나도 그렇고 다른 청취자들도 많이 힘들어 했다. 그래서 추모 방송을 했다. 모두 가족 같은 사이다. 나는 청취자들의 자녀 결혼식에도 찾아간다. 내가 축시 낭송을 한다.

▲ "남진 씨도 그랬다. 유명 가수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팬들을 위한 서비스다. 자신들이 방송에 출연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렇게 열정을 쏟아붓는 거다." ⓒ 원음방송

보통 라디오 프로그램과 달리 이야기 대신에 노래를 많이 들려주려고 하는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을 듣는 청취자는 노래를 많이 듣고 싶어 한다. 요즘 많은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이 말을 많이 하지 않나. 그래서 노래를 많이 들려주려고 한다. 특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아까운 노래들을 소개하고 싶다. 코너 중에 라이브 카페라고 있다. 음반을 트는 게 아니라 가수가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는 거다. 김용임, 박정식, 박상철, 유지나 씨 등이 우리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불렀던 신인 가수였다. 이 가수들이 인지도를 쌓고 나면 또 다른 신인 가수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청취자가 듣고 싶어하는 곡을 불러주는 거다. 그래서 라이브 카페다. 인기 가수들도 우리 프로그램 나와서 자기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청취자 요청에 따라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른다. 김연자 씨는 2시간 동안 신청곡만 부르고 갔다. 유명 가수들이 진땀을 빼면서 즉석에서 남의 노래를 가사를 보며 부르는 팬서비스를 하는데 정말 고마웠다. 남진 씨도 그랬다. 유명 가수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팬들을 위한 서비스다. 자신들이 방송에 출연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렇게 열정을 쏟아붓는 거다.

 

우리 프로그램은 일반 청취자들도 출연해서 그냥 노래를 부른다. 얼마 전에는 한 어머니가 방학 중인 딸과 손잡고 출연했다. 출연한 가수에게 나 대신 질문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그 어머니가 무슨 질문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사전 질문 원고가 없다. 다른 프로그램은 작가들이 미리 물어보기도 하는데, 우리는 즉석에서 그냥 질문한다. 정해놓은 틀 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래서 가수들도 좋아한다.

 

신인 가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등용문 역할을 꾸준히 하는 이유가 있나.

 

노래를 잘하는데 기회가 없어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가수가 많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없는 거다. 청취자들은 냉정하다. 듣고 좋은 노래면 호응한다. 그래서 우리는 경연도 한다. 좋은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들은 선택을 받게 돼 있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좋은 가수가 주목을 받는 모습을 보면 나 역시 뿌듯하다.

 

볼거리와 들을거리 많은 시대인데, 라디오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 TV가 생겼을 때 영화가 망한다고 했다. 라디오도 마찬가지다. 미디어가 변화해도 라디오는 라디오답게 살아남고 있다. 청취자들이 라디오를 꾸준히 소비하고 있다. 나 역시 라디오 생존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라디오가 영원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다. 답을 내렸다. 영원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디오는 친구 같은 존재다. 함께 공감할 수 있다. 진행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몰랐던 것을 함께 알고 공감할 수 있다. 더욱이 이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친구가 돼 줄 수 있는 미디어는 라디오라고 생각한다.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닌가.

▲ "사실 요즘 트로트 중에는 가벼운 가사가 많다. 스토리텔링이 정말 중요하다. 성인 가요는 깊이 있는 가사가 많다. ‘100세 인생’, ‘내 나이가 어때서’를 들어보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다. 위로가 돼야 하고 희망이 돼야 한다." ⓒ 원음방송

<조은형의 가요세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신인 발굴은 계속 할 거다. 그리고 청취자와의 소통을 계속 강화할 거다. 청취자에 맞춰 방송을 만들 거다. 물론 PD로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취자들의 생각을 잘 반영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청취자들이 간혹 내 실수를 지적하면 난 내가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고민한다.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방송 프로그램은 청취자와 PD, 작가, 진행자 등이 함께 호흡하며 만드는 거다. 늘 청취자와 함께 호흡을 해야 좋은 프로그램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또 좋은 노래를 전파하도록 노력할 거다. 사실 요즘 트로트 중에는 가벼운 가사가 많다. 스토리텔링이 정말 중요하다. 성인 가요는 깊이 있는 가사가 많다. ‘100세 인생’, ‘내 나이가 어때서’를 들어보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다. 위로가 돼야 하고 희망이 돼야 한다. 그런 노래를 많이 알리도록 하겠다.

 

종교 방송 PD로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종교 방송이지만 너무 종교적인 색깔만 추구하면 일반 대중에게 접근하기 어렵다. 물론 나 역시 원불교 교도다. 그래도 종교적인 이야기를 프로그램에서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위안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종교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좋은 말씀이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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