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 OBS...결국 경영진 각성‧콘텐츠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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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OBS는 정말 답이 없을까

▲ OBS 경영진은 사실상 직원 대량 해고와 제작 인력의 외주화로 자본 잠식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노조는 이 같은 인력 감축이 경영 악화 개선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더 이상 백 회장의 방송 사유화를 두고 볼 수 없다는 반발이다. ⓒ OBS 노조 제공

경기 인천 지역 방송 OBS가 퇴출 위기와 정리 해고 사태를 딛고 다시 정상화될 수 있을까.

 

OBS는 2007년 12월 개국 이래 자본금 잠식 등 경영 악화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의 재허가 취소 위기를 여러차례 겪어왔다. 방통위는 지난 해 12월 자본금 30억 원 확충 등의 조건을 제시, 3년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3년 조건부 허가지만 OBS에게 허락된 시간은 길지 않다. 올해 말 방송 종료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방통위가 올해 말까지 경영 악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방송 허가 취소를 내릴 수 있기 때문.

 

OBS 존폐 위기,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방송사 사주로서의 경영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들은 최근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인력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10여년간 임금 삭감과 퇴직금 출자까지 하며 OBS를 지켜온 직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는 백 회장의 빈약한 투자로 경영난이 초래됐다며 방송 사유화를 막기 위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백 회장이 OBS를 본인이 운영하는 사업장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편성과 제작, 보도 간섭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OBS 경영진은 사실상 직원 대량 해고와 제작 인력의 외주화로 자본 잠식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노조는 이 같은 인력 감축이 경영 악화 개선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더 이상 백 회장의 방송 사유화를 두고 볼 수 없다는 반발이다.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OBS 경영 진단 전문가 토론회는 ‘정리해고가 OBS 위기 극복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제 아래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OBS는 경기 인천 지역 민방으로서 정보 전달과 여론 형성 역할을 하고 있는데 경영진이 재무 구선 개선 요구에 가장 쉬운 인력 구조를 택했다”라면서 “경영진이 투자 약속을 이행하고 경영 수지 개선을 노력해 지역 민방으로서의 시청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계사인 참여연대 김경률 집행위원장은 “OBS 재무제표를 보면 방송 설비 투자가 거의 없다”라면서 “백성학 회장이 상당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방송사를 계속 운영할 의지가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개국 당시 300명이었던 직원들은 2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노조에 따르면 백 회장이 10년간 40억 원을 투자한 반면에, 직원들은 임금 삭감과 자진 반납 등으로 55억 원을 내놨다. 경영 수익 개선 노력 없이 인력 구조 조정으로만 경영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반발 이유다. OBS의 올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단 3개다. 노조는 경영진이 콘텐츠 구매와 보도 부문 유지만으로 방송을 꾸려가려고 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경영진의 소극적인 방송 운영이 태업이라면서, 경인 지역 시청자들의 시청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유와 경영 분리 현실적 불가능...결국 콘텐츠”

 

경영 컨설턴트인 손철호 씨는 노조가 바라는 소유와 경영 분리가 방송 종료 위기에 놓인 OBS의 근본적인 회생 방안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씨는 “OBS 문제에 있어서 소유와 경영 분리나 경인 지역 시청권 보장 주장은 시청자들에게 큰 의미가 없는 방송 환경이 됐다”라면서 “또한 방통위나 국회의원이 OBS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대주주의 경영 전략이 보도와 콘텐츠 구매를 통한 적은 비용으로 방송사를 유지하는 것이라면 그 점에서 노조가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이 봤을 때 다채널 시대에서 시청권 보장 목소리가 의미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노조는 대주주의 전횡을 이야기하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대안”이라면서 “고객인 시청자 입장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고, 대주주를 설득해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어 방송 지속 가능성을 찾는 게 맞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손 씨는 “CJ나 외주 제작사의 힘이 세진 가운데 현실적으로 OBS가 현재 많은 투자를 해서 다른 방송사와 경쟁을 하는 게 가능한 것 같지 않다”라면서 “지금 이대로 채널 관리자로서 수동적인 방송 전략을 짤지, 기존대로 (지역 민방으로서의 공적인 기능 역할을 하는) 연속성을 유지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 유 지부장은 OBS가 경인 지역 민방으로서의 역할을 할 방송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라면서 “시청자가 대주주를 감시하는 위원회를 통해 시청 주권을 확립하는 ‘OBS 바로 세우기 대기획’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 OBS 노조 제공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에서 언론 개혁 운동을 해온 정의당 추혜선 위원은 10여년간 OBS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이번에 조건부 재허가를 한 것은 현행법상 OBS를 퇴출할 근거가 없어서 유예 기간을 준 것뿐”이라며 답답해 했다. 추 위원은 “비상한 각오로 노사가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라면서 “제대로 된 콘텐츠가 몇 개 없는 상황에서 힘이 있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첫 단추라고 생각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라고 손 씨와 같은 의견을 냈다.

 

유 지부장은 OBS가 경인 지역 민방으로서의 역할을 할 방송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라면서 “시청자가 대주주를 감시하는 위원회를 통해 시청 주권을 확립하는 ‘OBS 바로 세우기 대기획’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소유와 경영 분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OBS는 지역 방송으로서의 역할이 있다”라면서 “콘텐츠 유통과 편성 전략 등 다양한 방식의 경영 전략을 고민할 수 있는 협의회가 있어야 한다. 그 협의회에서 대안을 내놨는데도 경영진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점을 방통위 등에 알리는 방법이 지금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대안 같다”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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