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방송 PD 만나다] CBS ‘성서학당’, 한국 교회가 달라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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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프로그램은 성경을 쉽고 재밌게 배우기 위해 ‘생명력 있는 말씀’을 전한다. 성경을 올바르게 배우고 깨달아 한국 기독교 바람직한 성장의 탄탄한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제작진의 바람이 담겨 있다. ⓒ 방송화면 캡처

종교 방송 PD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이들이 귀를 기울이는 신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그래도 종교 방송이 추구하는 가치는 같습니다. 종교가 아름다운 세상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종교 방송을 이끄는 PD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네 번째 만남은 기독교 방송 CBS <성서학당> 김종욱 PD입니다.

 

CBS TV 프로그램인 <성서학당>은 일방통행식인 설교 성경 공부가 아니다. 성경을 배우고자 하는 출연자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학생 역할을 맡는다. 어린 시절 숱하게 들었던 학교 종이 울리면 강사가 그날의 강의를 펼쳐놓는다. 학생들은 강사를 ‘목사님’이 아닌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자유롭게 질문을 한다. 소통을 하며 성경을 익히는 이 프로그램은 CBS의 간판 프로그램으로서 시청률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중이다.

 

2007년 10월 첫 방송 이래 10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고 있는 신우인 목사(포이에마예수교회 담임)를 비롯해 삼일교회 송태근 담임 목사,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담임 목사, 일터사역 연구기관 FWIA연구소 김윤희 대표, 루터대학교 신학과 말테 리노 교수, 예수향남교회 정갑신 담임 목사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9시에 찾아간다.

이 프로그램은 성경을 쉽고 재밌게 배우기 위해 ‘생명력 있는 말씀’을 전한다. 성경을 올바르게 배우고 깨달아 한국 기독교 바람직한 성장의 탄탄한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제작진의 바람이 담겨 있다.

 

TV제작국장까지 역임했던 김종욱 PD는 <성서학당>을 기획하고 연출한 이 프로그램의 산증인이다. 1992년 입사 후 한국 교회 문제점을 꼬집는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등 10여년간 라디오 PD로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기독교 방송인 CBS에서 일부 교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파고드는 프로그램을 밀고나간 결단력이 있다. 새로운 도전을 꾀했다. 바로 TV 프로그램 연출이다. 라디오 PD로 자리를 잡은 다소 늦은 나이에 TV 연출을 배우며 기획한 프로그램이 바로 <성서학당>이다.

 

현재도 이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김 PD는 ‘안개비에 옷 젖듯’ <성서학당>이 한국 기독교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끄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길 바라는 진심을 가지고 오늘도 성경을 펼친다.

 

방송 10년이 됐는데 처음에 어떻게 출발하게 됐나.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한국 기독교가 우리 사회와 괴리돼 있다고 느꼈다. 교회를 다닌다는 게 자랑스럽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며 기독교는 무엇이며 예수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시사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항의도 많이 받았다. 한국 교회를 바꾸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한국 교회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기독교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한국 경제 성장기와 믿으면 복을 받는다는 기복신앙, 목회자들이 퍼뜨린 잘못된 설교가 얽히고설켜서 여기까지 왔다.

▲ "성경에서 진짜 중요한 핵심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핵심을 보여주는 게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강사들과 성경을 제대로 공부하자는 생각에 시작했다." ⓒ CBS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인들이 성경과 매우 거리감 있는 신앙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성경의 핵심 내용을 한국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삶으로 체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회자들이 교회에 찾아오는 교인들에게 기독교의 본질을 가르치기보다는 교세 확장의 하나의 도구로 생각해 그릇된 신앙을 가르치고 있다. 성경에서 진짜 중요한 핵심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핵심을 보여주는 게 의미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강사들과 성경을 제대로 공부하자는 생각에 시작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출연하고 싶어 하는 목사들도 많을 것 같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출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출연하면 망한다.(웃음) 제작진이 출연을 시키고 싶은 사람은 대부분 사양한다. 우리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강사 섭외다. 믿을 수 있는 강사를 찾아야 한다. 그 강사가 앞으로 가르칠 내용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출연이 가능하다. 기독교 선교 채널에 많이 출연하는 분들 말고 재야의 숨어 있는 고수를 찾는 게 우선 과제다. 그런 고수를 찾으면 계속 조사를 하며 설득력과 전달력 있는 강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한다.

 

CBS는 기독교 방송으로서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대나무가 한쪽으로 휘어져 있으면 반대쪽으로 확 꺾어놓고 오래 놔둬야 중간에 서는 것처럼 그 방법이 필요한 듯 하다. 물론 지나치게 반대로 많이 가면 인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경원시 하게 된다. 중간의 경계가 필요하다. 한국 교회가 현재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 우리 프로그램 강사들은 주로 그 반대쪽으로 가 있는데 안개비를 맞다보면 촉촉이 젖듯이 우리 프로그램이 한국 교회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물론 TV 프로그램 하나가 그런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면도 있지만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교인들이 변화를 겪게 됐다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지금 당장은 변화가 보이지 않아도 변화를 위한 좋은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교회의 변화를 바라는 건, 기독교 방송 PD로서의 사명감인가.

 

사명감이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시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CBS PD들이 많지 않은 인력에도 그런 변화를 이끌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 프로그램은 참여해주시는 강사들이 애를 써서 꽤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10년간 장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성경에 집중했다. 성경은 서양 문명에서 빠질 수 없는 책이긴 하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기독교 말씀의 핵심이 담겨 있다.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채워지지 않았던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참 좋은 강사를 통해 참 좋은 해석을 듣는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많다. 우리는 설교식 강의를 배제한다. 성경에 대한 해설을 하되 주장은 하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린다. 또 강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서로 깨닫고 상호 소통을 할 수 있는 구성이다. 학생들이 강사들을 ‘목사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강사들에게도 ‘형제님, 자매님’과 같은 기독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한다. 누구 누구 학생 혹은 누구 누구 씨라고 부르면서 기독교인들이 아닌 시청자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성경을 재밌게 배울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지려고 했다. 기독교인들이 아니더라도 성경이 무엇인지, 예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이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살펴보니까 ‘생명력 있는 말씀’을 추구하던데 무슨 의미인가.

▲ "내 인생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 그 자체를 생명력 있다고 한다. 많은 교인들이 기도와 헌금을 많이 하면 복을 받는다는 박제화 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성경에 담긴 예수의 말씀은 그렇지 않다. 성경을 지침으로 삼는 순간 삶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 CBS

사람들의 마음에,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성경은 지식처럼 ‘그게 그렇구나’라고 그치는 게 아니다. 내 인생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 그 자체를 생명력 있다고 한다. 많은 교인들이 기도와 헌금을 많이 하면 복을 받는다는 박제화 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성경에 담긴 예수의 말씀은 그렇지 않다. 성경을 지침으로 삼는 순간 삶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프로그램은 그걸 다루고 있다.

 

<성서학당>이 앞으로 다룰 의제는 무엇인가.

 

<성서학당>은 성경을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방향은 없다. 다만 조금씩 양념을 가미하는 거다. 올해는 마르틴 루터 종교 개혁 500주년이다. 그걸 다룰 거다. 독일인 말테 리노 교수를 섭외한 이유다. 독일 사람이 본 한국인과 한국 교회는 어떤지에 대해 듣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좁은 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렇게 조금씩 변용할 예정이다. 성경의 시작이 창세기인데 지금까지 창세기 강의를 4명이 했다. 4명의 강사가 하는 창세기가 모두 새롭다. 창세기를 보는 눈이 더 다양해지고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된다. 무궁무진한 성경의 이야기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기본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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