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사는 세상, 벼랑 끝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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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다큐 속 청년의 현실 얼마나 달라졌나

▲ 다큐멘터리는 가공된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한다. 동시대성을 우선하는 방송매체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앞서 언급한 다큐멘터리는 시청자에게 청년 문제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실제 청년의 현실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듯하다. ⓒ EBS 방송화면 캡처

EBS <다큐 프라임>이 지난달 27일부터 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청년 문제’를 시대탐구 시리즈로 다뤘다. 제작진은 인류가 처음 겪는다는 저성장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청년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사실 방송가에서 ‘청년 문제’는 종종 다뤄온 소재이다. 주거, 취업난, 등록금 등 청년과 밀접한 생활양식을 중심으로 ‘청년 문제’를 다룰 때마다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다큐멘터리가 시청자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큐멘터리 속 청년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해 방영된 KBS <KBS스페셜-지.옥.고 청년의 방>에서는 2030대 청년의 생활고를 담았다. 국토교통부(2016)에 따르면 전국 고시원은 1,136개로, 1년 새 324%가 증가했다. ‘지옥고’는 지하, 옥탑, 고시원을 줄여서 쓰는 표현으로, 한 출연자는 촬영 도중 고시원에서 소리를 내면 안 된다며 제작진과 필담으로 의사를 교환했다. 해당 방송에서 청년은 대학 졸업 후 학자금 대출로 2~3천만원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세대이자,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인 ‘하우스 푸어’로서 상징적으로 그려졌다. 

SBS <헬조선과 게임의 법칙-개천에서 용이 날까요>(2016년 5월 방영)에서는 ‘청년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계층 이동 비관론적 시각으로 풀어냈다. ‘젊은이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노력이 부족해서다‘라는 노년, 장년층의 인터뷰가 나왔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주장을 반박하듯, 아르바이트를 위해 휴학한 청년,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의 열심히 일했으나 비정규직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청년의 사연들이 등장한다. ‘헬조선’ 중심에 서 있는 청년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그 안에는 폭발성 짙은 사회 갈등이 내포돼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EBS <다큐 프라임> 속 청년의 현실은 더욱 뒷걸음질 친 것처럼 보인다. 1부 ‘보통의 날들’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2030대 청년 노동 현장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카메라로 담아냈다.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종사자 중 39세 이하의 청년 비율은 45.43%에 달한다. 전체 종사자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다. 청년은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데 비교적 취업이 쉬운 곳인 공장으로 향했지만, “일회용품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일의 귀천이 없다고 해도 고용 형태에 따른 불평등, 열악한 노동 환경이 여전히 그대로다.

▲ 해당 방송에서 청년은 대학 졸업 후 학자금 대출로 2~3천만원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세대이자,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인 ‘하우스 푸어’로서 상징적으로 그려졌다. ⓒ EBS 방송화면 캡처

청년은 안타까운 사고의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20대 초반인 진희 씨는 휴대전화 부품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택한 공장일이지만, 위험성에 대한 정보 없이 일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1급 시각 장애인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비단 진희 씨 뿐만이 아니다. 실제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청년의 사고 소식을 접할 수 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목숨을 잃은 19세 김모씨, 오토바이 배달사고, 장안철교 작업 도중 추락한 20대 박모씨, 집배원 배달 사고 30대 김모씨 등 사망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가공된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한다. 동시대성을 우선하는 방송매체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앞서 언급한 다큐멘터리는 시청자에게 청년 문제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실제 청년의 현실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듯하다. 주거, 취업난으로 시작해 최저임금, 부당해고 등 생존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방영될 때마다 공정한 기회 제공과 재분배를 실현하는 사회적 구조로 개선해야 하다는 외침이 더해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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