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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꽃이다” ‘사람과 사람들’이 건넨 따뜻한 인사

[인터뷰] KBS 휴먼 다큐멘터리 ‘사람과 사람들’ 황용호 PD 만나다 하수영 기자l승인2017.03.10 10: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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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살이도 오리무중 안개 속에 갇혀도 누구나 꽃인데, 그 순간 서럽고 절망스러워 꽃인 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악천후 속 안개 속 꽃을 보여주면서 ‘우리 모두 아무리 절망에 빠져있어도 꽃이란 걸 깨닫자’는 거죠.”

-안개를 기다리는 시인 이원규 씨(KBS 1TV <사람과 사람들> 1회 ‘이 남자가 노는 법-지리산 시인 이원규’ 편 출연)

▲ KBS 1TV '사람과 사람들' 방송화면 캡처 ⓒKBS

‘모든 불행은 비교로부터 시작된다’는 말도 있듯이, 사람은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욕심도 생긴다. 남보다 더 성공하려 하고, 더 많은 돈을 벌어서 더 큰 집에 살려고 한다. 그러나 재화는 한정돼 있고, 누군가는 원하는 걸 얻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그 원하는 걸 얻지 못한 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패배자다’.

여기 ‘당신은 패배자가 아니’라고 말해 줄 멘토(Mento)같은 휴먼 다큐멘터리가 있다. 지난 2015년 9월 첫 방송을 해 어느 덧 1주년을 훌쩍 넘긴 KBS 1TV <사람과 사람들>이다. 배짱 좋게 대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사람들, 빗물이 새는 시골집에 살아도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픈 <사람과 사람들>의 황용호 PD를, 지난 7일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 KBS 1TV '사람과 사람들' 황용호 PD ⓒPD저널

“경제는 발전했는데 왜 불행할까?”…그 ‘격차’와 ‘불균형’에 주목한 <사람과 사람들>

<사람과 사람들>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새로운 방식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주목하고 그들과 주변 사람들이 맺는 관계에 대해 주목한다’라고 기획 의도를 소개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명문대와 대기업에 들어가고, 도시의 큰 집에서 사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 목표에 의문을 갖고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사람과 사람들>의 주인공이 된다.

황용호 PD는 “우리 사회는 그 동안 너무 획일화돼 있었다. 가치나 목표 측면에서도 그랬다”며 “(가치나 목표가) 다양해진다는 건, 우리 사회가 보다 컬러풀(Colorful)해지고 행복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꼭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고등학교만 나와도 얼마든지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혹은 도심을 떠나서 중소도시에 살며 잘 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그런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2016년에 ‘세계행복보고서’(자료는 2013~2015 기준)를 통해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발표했다. 여기서 대한민국은 57위였다.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세계 11위(2016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가 있다. 총 다섯 팀으로 이루어진 <사람과 사람들> 호의 선장 역할을 하고 있는 황 PD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하지 못한 한국인들에게 행복의 실마리를 찾아주고자 했다.

황 PD는 “우리나라는 (소위 ‘선진국 클럽’이라고도 불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들어간 지도 꽤 되는데 그에 비해 행복지수가 너무 낮더라. 그래서 이 큰 격차를 줄이고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고 그 답을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며 “<사람과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보다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잘 다니던 대기업 그만두고 귀농하기, 번듯한 사무실 대신 매일 지리산 산기슭에 출근해 시 한 편 구상하기,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벌기.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렇게 살아보고 싶지만,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은 일이다.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는 이들도 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그저 인터넷에서 ‘귀농’만 열심히 검색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두 가지의 목표를 정했고, 시도했다. 하나는 기존의 통념이나 인식을 깬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 소개하는 것, 또 하나는 그 트렌드에 합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다 실용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황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개인들을 주목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예를 들어 요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가 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무조건 큰 집, 아파트를 사려고 했던 일종의 신화(神話)가 무너졌다. 대신 작더라도 단독주택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혹은 작은 두 집을 붙여서 만든 ‘땅콩집’에서 두 가족이 모여서 살기도 한다. 그런 게 우리 프로그램의 아이템이 된다”고 설명했다.

황 PD는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의 삶을 보다 ‘시시콜콜하게’ 보여주는 것이 <사람과 사람들>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겐 유용한 정보가 되고, 그런 삶을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겐 기분 좋은 대리만족을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은 뭐고, 수입은 어떻고, 예기치 못한 문제는 무엇이고, (문제가 생기면) 누구한테 도움을 받고, 주변 사람들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고…이런 것들을 시시콜콜하게 들여다보고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황 PD는 설명했다.

‘시시콜콜함’이 매력인 <사람과 사람들>은 2015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해 어느 덧 70회를 바라보고 있다. 짧지 않은 여정을 지나오면서 <사람과 사람들> 공식 홈페이지 상단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이 남자가 노는 법-지리산 시인 이원규’ 편의 이원규 부부(1회 출연)를 비롯해 지난 68회(2월 22일 방송)에 출연한 ‘고물을 사랑한 소년, 어른이 되다’의 정영민 씨 등 화제가 된 출연자들도 많이 생겼다.

황 PD는 그 많은 출연자들 중 61회에 출연했던 ‘박가네 가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월 4일 방송된 ‘박가네 57인의 겨울캠프 편’에 출연한 ‘박가네 가족’은 2016년 말 2박 3일로 산 속에 있는 집을 빌려서 일가족 57명이 송년회 겸 가족 MT를 했다.

그는 “(산업화 이후) 오랫동안 ‘가족 해체’라는 트렌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있었는데, 요새는 (거꾸로) 가족들이 모이는 경향이 있다. 가족들처럼 무조건 자기의 편이 돼 주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겠나.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 (과거 흐름과 반대로) 모여 살게 되고, 아니면 체육대회나 송년회를 열어서 그 때 만이라도 가족들이 모이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시청자들도 많이 공감을 했을 것이다. 나도 그 편을 보면서 나중에 저렇게 가족 몇 십 명을 모아서 송년회를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해당 편을 가장 기억에 남는 편으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 KBS 1TV '사람과 사람들' 방송화면 캡처 ⓒKBS

“남녀노소 다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세대갈등 해소하는 ‘가교’역할 하고 싶어”

<사람과 사람들>을 보면, 여느 다큐멘터리보다 감각적인 영상미와 세심한 자막에 눈이 번쩍 뜨인다. 알고 보니, 제작진이 영상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황 PD는 “휴먼 (다큐) 프로그램이고, 또 나이 든 사람들이나 시골 배경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영상이나 자막까지 그럴(낡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영상, 자막을 더 감각적이고 트렌디하게(세련되게) 하려고 했다”며 “특히 프로그램 중간에 나오는 카피(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와 서브타이틀 등을 포함하는 화면)에 매우 신경을 많이 쓴다. 광고 카피처럼 멋있게 뽑으려고(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카피를 보면서 생각할 수 있도록 (방송 중에) 10초 정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시각적으로는 뛰어난 영상미가 <사람과 사람들>을 대표하고 있다면, 청각 면에서는 가수 최백호가 <사람과 사람들>을 책임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내레이션하면 중저음의 다정다감한 목소리에 또렷한 발음을 구사하는 아나운서나 연예인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워 투박하고 거친 목소리에, 방언의 향기를 풍기는 최백호의 내레이션이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또한 제작진이 의도한 것이라고.

황 PD는 “물론 (최백호가) 경상도 출신인데다 발음이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 분의 삶 자체가 우리 프로그램 취지하고 딱 맞아서 함께 하게 됐다. 단점보다도 장점이 훨씬 크고, 많다”고 말했다.

그는 “(최백호는) 국회의원의 아들인데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명가수, 화가, 영화감독 등 다사다난한 삶을 살아 왔다. 그래서 그 분의 목소리에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묻어 있다”며 “가끔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는데, 그 때 출연자들에게 최백호가 던지는 질문도 제작진이 짜준 질문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하는 질문”이라고 밝혔다.

보통 프로그램의 연출자들은 100회 방송을 중간 목표로 삼곤 한다. 그 정도가 되면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70회 방송을 앞둔 <사람과 사람들>의 연출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황 PD는 “‘우리가 50분짜리 프로그램으로 만들 만큼의 아이템이 얼마나 더 있을까’하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더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주제라도, 그 주제 안에 있는 사람이 다르다면 얼마든지 더 새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 ‘졸혼’이 ‘핫한’ 트렌드가 됐는데, 같은 졸혼 아이템이라도 A라는 부부의 졸혼과 B라는 부부의 졸혼은 다르지 않겠나. 주제는 유사할지 몰라도,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나 방식은 다르니까 다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소위 말해서 ‘조금 나이가 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던 프로그램은 어느덧 황학동 시장의 막내, 30대 고물 청년의 이야기를 다룰 만큼 아이템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지난해 10월에는 홍대에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내고 다섯 명의 청년이 공간을 공유하는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48회, ‘그 동네 구멍가게에는 다섯 사장님이 있다’ 편). 그런 만큼 <사람과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됐고,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각오다.

황 PD는 “이제는 대기업이라는 좁은 문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들 필요가 없는 시대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간다고 해서 마냥 안락해지지도, 평생 버티고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삶을 잘 살고 있는 경우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면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면) 젊은 친구들에게 반향이 좋다. 젊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와 같은 선택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스스로 두려워 할 필요 없다. 그리고 나아가 (프로그램에 나오는) 나이 든 사람들을 보고 ‘이렇게 살아도 나중에 노년에 충분히 행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현재의 결정으로 인해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황 PD는 <사람과 사람들>이 세대 갈등을 해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자식들의 용기 있는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나이 드신 분들도 이 프로그램을 보고, 현재의 나이가 새로운 행복을 선택하기에 절대 늦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으면 한다. 나이가 들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는 그걸 보여주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황 PD의 표현에 따르면, <사람과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삶을 중계하는 프로그램’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황 PD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극은, 우리 사회를 좀 더 정상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바로 정상적인 사회니까 말이다”.


하수영 기자  hsy071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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