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를 살리기 위해 유진영 위원장을 비롯한 OBS의 PD, 기자, 아나운서, 엔지니어, 관리 부문 여러분들이 눈물겨운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벌써 몇 년 째 임금 삭감, 호봉 동결 등 불이익을 감수하며 사랑하는 OBS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희생해 왔습니다. 하지만 OBS는 안타깝게도 여러분의 노력과는 반대로 점점 더 추락해 온 게 사실입니다. 2008년에 제작부서에 47명이던 PD는, 지금 겨우 5명만 남았습니다. 2008년에 17개였던 자체제작 프로그램은 이제 3개로 줄어들었습니다. OBS를 살리려고 몸부림친 노조 집행부에게는 징계가 돌아왔을 뿐입니다. 이 상황에서 경영진이 방송 핵심인력의 외주화와 무리한 정리해고를 강행한다면, 이는 OBS에겐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격이 될 거라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생명이고, PD를 비롯한 제작 핵심 인력은 방송사의 피와 살입니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 없이 어떻게 제대로 된 방송사를 운영할 수 있겠는지, PD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그나마 남아 있는 PD들이 탄압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작금의 OBS 상황은 바람직한 해결과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는 듯 하여 우울하기만 합니다. OBS 구성원 여러분의 노력은 단순히 밥그릇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자랑스런 OBS를 만들겠다는 충정입니다. 매우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 한국PD연합회는 전국의 3,000 PD들과 함께 여러분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맺을 거라는 확신으로 뜨거운 격려와 위로를 보냅니다.
백성학 회장님께 말씀드립니다. 올해 안에 재허가를 얻기 위해 30억원을 증자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이해합니다. 대주주로서 OBS의 앞날을 결정해야 하는 회장님의 무거운 책임, 100% 인정합니다. 하지만, 정리해고와 비용절감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OBS가 더 좋은 방법으로 거듭나게 만들기 위한 방안은,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OBS를 살리려는 충정으로 가득한 OBS 구성원들입니다. 방송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이 젊은 방송인들은 백성학 회장님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 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좋은 구성원의 열정과 에너지를 거세한 채 어떻게 OBS를 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이 시기, 낡은 적폐 청산과 함께 상생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희망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백회장님께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파리 학생봉기에서 젊은이들이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현장에서 장발장은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구출합니다. 이 때 장발장이 부르는 노래 <Bring Him Home>에서 그는 젊은이를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합니다. OBS는 어느 한 쪽이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OBS의 자랑스런 구성원들은 백회장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자, 동반자입니다. 최소한 정리해고 계획을 백지화하고, 이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빌리시는 게 백회장님의 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 멋진 어른의 풍모를 보여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최동호 대표이사님께 한 마디 올립니다. 최 대표이사님은 정리해고를 밀어붙여서 PD정신을 훼손하고 피디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취임 1주일만에 PD협회에서 제명되셨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후배들은 최 대표이사께서 ‘자체제작 제로’나 다름없는 상황을 초래해 콘텐츠 생산 기반을 붕괴시켰고, 그것도 모자라 PD들 대부분을 제작부서 밖으로 내쫓고 정리해고로 남은 PD들마저 소멸시키려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이사께서는 “PD의 소멸은 방송사 존립의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후배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후배들에게 무기력하게 휘둘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최 대표이사께 필요한 것은 백회장과 OBS 구성원 사이의 소통과 화합, 그리고 상생의 리더십입니다. 이는, 더 큰 비전을 요구합니다. 무리한 정리해고를 강행하시는 것은,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을 자초한 주변인물들이 박근혜 전대통령의 엑스맨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과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최 대표이사께서 취하고 계신 일련의 조치는 OBS를 살리는 것도 아니고, 백성학 회장을 위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PD연합회는 OBS 내부의 갈등에 개입하여 어느쪽 편을 들자는 게 아닙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묘수를 제시할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그 동안 각계의 토론과 세미나에서 나온 대안들을 참고하여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힘을 합쳐서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백성학 회장, 최동호 대표이사, 그리고 PD들을 비롯한 OBS의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가되는 것입니다. OBS가 1,500만 경인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좋은 방송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전국의 3,000여 PD들도 OBS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좋은 방송을 바라는 모든 이들이 OBS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으며, 우리 PD연합회도 함께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힘 내십시오.
2017년 3월 13일
한국PD연합회장 오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