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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 방송 바로 세울 밑거름...KBS 특집 다큐 ‘탄핵’

표재민 기자l승인2017.03.14 12: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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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PD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조직원으로서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을 감수하며 자신의 위선인 경영진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 방송화면 캡처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이 엄혹한 시국을 단번에 이해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의 중대한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방송이었다. 보수 세력에 기댄 KBS 경영진의 압박을 뚫고 방송된 KBS 특집 다큐 <제 18대 대통령, 탄핵>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11일 방송된 <제 18대 대통령, 탄핵>은 1989년 입사, 탐사 보도 프로그램 <추적 60분> 등을 이끈 잔뼈 굵은 시사 PD 양승동을 비롯해 이내규, 조정훈, 최진영 PD 등이 제작한 시사 다큐멘터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떻게 파면이라는 헌법 사상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됐는지 총괄적인 과정이 담겼다. 최태민 최순실 부녀가 박 전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행한 비리는 물론이고 불통의 정치가 만든 국정 파탄, 그로 인한 국민적 분노가 차근차근 담겼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직후 전파를 탔기에 그동안의 논란과 의혹을 모두 정리하는 요약 방송이기도 했다.

 

제작진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 공화국이 흔들리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국민의 당연한 주권 행사가 촛불 집회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정치 권력을 향한 엄중한 경고까지, <제 18대 대통령, 탄핵>은 지난 겨울 우리를 뜨겁게 만들었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서슬퍼런 칼날을 들이댔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사안은 없었다. 다만 역사의 한 순간을 훑어줬다는 점에서 챙겨봐야 할 방송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소식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을 짚어주는 역할을 했다. 방송이라는 특성상 제작 흐름이 늦지만 그만큼 신중하고 깊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공영방송이 꼭 해야 할 가치 있는 ‘뒷북 방송’이기도 했다. 공영방송으로서 보편적 가치를 지켜야 하는 KBS이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을 집대성하는 방송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그동안 KBS PD들과 기자들의 공정한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올곧은 목소리는 안방극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시청자들을 위한 당연한 이 같은 ‘뒷북 방송’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언론 통제 속 힘 없이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 정국은 국민을 한단계 성숙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많은 국민의 정치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일명 ‘정알못’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하는 방송이 KBS라는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방송이 해야 할 역할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PD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조직원으로서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을 감수하며 자신의 윗선인 경영진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KBS PD들로 구성된 KBS PD 협회(회장 류지열)는 지난 해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후부터 편파적인 방송을 일삼는 경영진과 맞서 공정한 시사 프로그램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특별 취재팀을 구성해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통제를 딛고 정부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변화된 KBS’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직은 완벽한 공정 방송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보도 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정도로 여전히 대다수의 국민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KBS의 왜곡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의미 있는 변화다. PD들은 경영진의 편성 통제라는 한계 속에서도 끊임 없이 날카로운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공영방송 PD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겠다며 제작으로 ‘내부 투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이 나오기까지 수없는 제약이 있었고, 후속 프로그램 편성은 안갯속이다.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났지만 KBS에는 그가 남겨놓은 썩은 유산이라 할 수 있는 권력 부역자들이 남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보수 세력의 눈치를 봤던 경영진이 버티고 있는 답답한 현실이다. 갈 길이 멀다. 공영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와 실망이 여전하다. 그래도 <제 18대 대통령, 탄핵>과 같은 KBS 시사 PD들의 항거의 결과물을 우리는 시청으로 '응원하는 게' 필요하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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