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부는 ‘워맨스’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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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여성간의 연대, 시청자는 흥미롭다

▲ 대개 여성 시청자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남자 배우 중심의 이야기가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오로지 남자 주인공만으로 흥행을 견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 MBC

최근 방송계에서 ‘워맨스’ 바람이 불고 있다. 남자 간 우정 혹은 배신을 다룬 ‘브로맨스’가 하나의 소재로 인기를 모았다면, 요즘에는 두 여자 사이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워맨스’가 눈에 띈다. ‘워맨스’는 우먼(woman)과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다. 이요원, 유이가 출연했던 MBC <불야성>부터 현재 방영 중인 MBC 주말극 <당신은 너무 합니다>, 사전 제작 중인 <품위 있는 그녀>까지 이들 드라마 모두 여자들 간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방송가에서 ‘워맨스’ 드라마를 선보이는 배경은 무엇일까.

 

MBC <당신은 너무 합니다>에서는 ‘진짜’와 ‘가짜’로 빗댄 두 여자의 인생을 그린다. 스타 가수 유지나(엄정화 분)와 모창 가수 ‘유쥐나’로 애환과 설움을 지닌 정해당(구혜선 분)이 그 주인공이다. 유지나는 ‘짝퉁 가수’로 수모를 겪는 해당의 어려운 형편에 동점심이 일어 도움을 주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유지나가 해당의 남자친구인 성택과 얽히면서 삼각관계 국면에 들어서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방점은 유지나와 정해당의 줄다리기 같은 관계에 맞춰져 있다. 생계형 가수 해당이 점점 유지나를 압박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빚어지는 갈등은 50부작이라는 호흡이 긴 드라마에서 눈여겨 볼 관전 포인트이다.

 

최근 ‘워맨스’의 활용을 극대화한 드라마는 MBC <불야성>이다. <불야성>은 방영 당시 ‘위험하고 치명적인 워맨스’를 홍보 문구로 내세웠을 정도다. 극 초반에는 야망을 품은 서이경(이요원 분)과 ‘흙수저’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이세진(유이 분) 간 팽팽한 긴장감이 돋보였다. 이경을 선망한 세진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이경의 질주를 막기 위해 대립각을 세운다. 이들은 수 차례 갈등의 변곡점을 지나고, 세진이 위기에 빠진 이경을 위해 구원투수로 나서며 극이 마무리된다. <불야성>은 ‘동경’에서 비롯된 일그러진 욕망을 두 인물을 통해 표현했다.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의 합류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품위 있는 그녀>에서도 두 여자가 핵심이다. <품위 있는 그녀>는 배우 김희선, 김선아와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한 김윤철 PD와 <사랑한다 은동아>를 집필한 백미경 작가가 뭉친 작품으로 사전 제작 중이다. 드라마에서 김희선은 준재벌가 며느리 우아진으로 등장해 시아버지의 몰락과 남편의 배신을 통한 상류사회의 민낯과 허상을 보여주고, 김선아는 상류사회로 진입하겠다는 꿈을 품은 충청도 출신 요양사 박복자로 분해 이들이 얽히고설킨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모은다.

 

'워맨스 드라마'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드라마에서 여자 간 관계를 자주 다뤘다. 하지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진부한 공식을 반복하듯 연적, 고부 간 등 대립 구도에 한정해 도구화된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잦았다. 남자 간 관계가 갈등과 배신을 겪으며 함께 성장한다면, 여자 간 관계는 대립 구도에 그쳤다. 물론 ‘워맨스 드라마'도 신분과 지위, 빈부격차, 혈연관계 등에 기대며 완전히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한다. 그러나 여자 간 관계의 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선 차별성을 지닌다. 즉, 단선적인 관계가 아닌, 갈등을 거쳐 화해, 응원의 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이에 더해 방송가에서 ‘워맨스’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드라마 흥행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진 측면도 있다. 대개 여성 시청자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남자 배우 중심의 이야기가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오로지 남자 주인공만으로 흥행을 견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한 드라마 소재 측면에서도 남녀 간 사랑을 다룬 드라마가 범람하면서 여성 시청자의 판타지를 채우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인물들이 감정적으로 친밀한 관계 혹은 연대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워맨스 드라마'는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데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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