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18명 정리해고, 경영 논리 아닌 노조 파괴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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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백성학 회장, 정리해고 백지화·노조와 대화해야”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이하 OBS)가 14일 18명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한 가운데,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 이하 OBS 지부)가 긴급 결의대회를 열고 이를 규탄하는 한편 OBS 경영진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15일 오전 부천시 오정동 OBS 사옥 앞에서 긴급 결의대회를 열고 “14일 사측에게 통보받은 해고자 명단을 보면 18명 중 17명이 조합원이다. 이는 경영상의 해고가 아닌 노조 파괴 음모”라며 “(OBS 대주주인) 백성학 회장은 전례 없는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의 장본인인 김성재 OBS 부회장을 정리하고, 정리 해고의 칼날을 거둬들인 뒤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15일 오전 부천시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린 'OBS 정리해고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정리해고 철회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PD저널

이날 긴급 결의대회에는 사측에게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이훈기 전 OBS 지부 정책국장을 포함한 OBS 직원 50여 명을 비롯, 방송노동자협의회(방노협), 미디어발전협의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 언론노조 KBS‧MBC‧SBS본부 등 방송 단체들과 언론노조 경향신문‧뉴시스‧코바코‧스카이라이프 본부 등 언론단체, 그리고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경기본부 부천시흥김포 지부 등 지역 노동단체들도 함께 참석해 OBS 정리해고 사태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정리해고 대상자 중 한 명인 장기혁 OBS 영상제작팀 부장은 “지난 주 금요일(10일) 회사가 주재한 경영설명회에서 최 대표는 ‘식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리해고와 외주화를 하면 회사가 살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정리해고 대상자는 그 동안 ‘식구’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장 부장은 그러면서 “OBS 영상제작팀 동료들은 물론이고, PD, CG팀, 조명팀, 기술팀 등 모두가 열악한 방송제작 조건을 불평하지 않고 양질의 영상을 만들어 회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온몸을 불살라 왔고, 인생의 황금기를 OBS에 바쳤는데 (회사는) 이들을 ‘중요하지 않은 부서’라고 하면서 정리하려고 한다”며 “도대체 어떤 근거로 영상제작팀을 포함한 타 부서 동료들이 회사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서이고 또 정리해고와 외주화 대상이 돼야 하는지 (사측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진영 OBS 지부장은 집행부 홍보국장을 맡고 있는 김용재 OBS 기자(전 아나운서)를 언급했다. 유 지부장은 “노조 집행부 역할뿐만 아니라 아나운서, 기자 역할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한 친구다.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존재와 OBS를 알리겠다고 뛰어다니는 그 친구에게 회사는 정리해고 칼날을 들이댔다”며 “경영진이야말로 정리해고 대상이며, 외주화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부회장을 포함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을 잔뜩 낮춘 채 숨어 있는 백 회장의 부역자들이 있다. OBS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백 회장에게) 반대 의견 내고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바른 이야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부역자 노릇을 하고 있다”며 “(18명 직원들이 아니라) 이들 부역자들이 정리해고되는 순간이 바로 OBS가 바로 서는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해고 대상자 명단에 오른 이 전 정책국장은 “OBS는 지상파 중 유일하게 CPS(콘텐츠 재전송료)를 못 받는 방송사다. OBS는 (수도권 대상 지상파 방송사이기 때문에) 수도권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가입자당 50원 정도만 CPS를 받아도 연간 60억이 들어오고, 20여 명이나 되는 사람을 정리해고 시킬 필요도 없다. 나는 정책국장으로서 CPS 관련 많은 일을 총괄해서 진행시켰고, 작년 10월에는 외부전문가까지 합류한 CPS TF팀까지 구성했다. 하지만 내가 의정부 총국으로 발령나서 가게 됐고 회사는 CPS를 전면 중단시켰다”며 “사측은 연간 60억 정도가 들어올 수 있는 CPS도 방치하고 있으면서 누가 누굴 자른다는 것인가. 내가 2004년 iTV(OBS의 전신) 노조위원장 시절에도 당시 대주주에 맞서 이기고, 그 힘으로 풍찬노숙해서 OBS를 만들었는데 저 사람들(경영진, 대주주)에게 정리해고의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이 백 회장에게 마지막 기회”라며 “마지막으로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고, 최 대표를 포함한 국장 이상 모든 간부들의 옷을 벗겨야 한다. 그 다음에는 우리와 함께 손잡고 OBS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게인(again) 2004년’(iTV 폐업년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PD연합회 오기현 회장은 “OBS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3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리해고를 강행할 경우, 이는 OBS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악수가 될 게 분명하다”며 “OBS의 심장이자 수족인 인력들을 잘라내고 어떻게 OBS를 살리겠다는 것인가. 정리해고 계획을 신속히 백지화하고, 이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빌리는 게 OBS와 백 회장을 살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 15일 오전 부천시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린 'OBS 정리해고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OBS 노동자들, 고립돼 있지 않다” 언론‧방송‧노동 단체 연대 투쟁 이어져

이날 긴급 결의대회에 참석한 언론‧방송‧노동‧사회단체들은 OBS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연대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동광기연지회 최규전 전 지회장은 “백 회장은 해고를 밥 먹듯이 시키는 악질적인 기업가다. (2011년) 백 회장은 대우자판 노동자들을 해고시켰고, 지금은 공영방송인 OBS 노동자들에게마저 해고 통지를 하고 있다”며 “OBS 노동자들이 승리하는 그 날까지 연대투쟁을 해서 반드시 함께 현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언론노조 MBC플러스 지부의 서재문 지부장은 “경인지역 유일한 지상파 방송인 OBS를 한낱 슈퍼마켓보다 못한 그런 회사로 만들어버리는 백 회장은 기업가가 아니라 천한 장사치 같다”며 “기나긴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OBS의 부당한 정리해고가 철회되고 방통위의 재승인 조건을 성실히 이행해서 경영 정상화가 되는 그 날까지 사회 각계에서 힘을 합쳐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 15일 오전 부천시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앞에서 열린 'OBS 정리해고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 중 한 명인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본부 본부장이 '정리해고 철회 때까지 투쟁'이라고 메시지를 적고 있다. ⓒPD저널

윤창현 방송노동자협의회 의장(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이런 낡아빠진 경영 행태, 책임지지 않는 경영이야말로 청산돼야 할 적폐 그 자체”라며 “OBS 노동자들은 한 순간도 고립돼 있지 않다. OBS 노동자들이 승리해서 진정한 OBS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그 날까지 방송노동자협의회 노동자들이 힘차게 같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OBS 지부 조합원들은 14일부터 OBS 사옥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정리해고 철회’ 릴레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OBS 지부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의 조건부 재허가 기간이 끝나는 12월까지 장기적으로 농성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OBS 지부는 “OBS가 경기, 인천 수도권 시청자를 위한 진정한 지역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OBS를 지역 시청자에게 되돌리는 투쟁에 기꺼이 밀알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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