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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바로 옴부즈맨’ 시행 한 달…‘막말’ 사라졌을까

[위클리 포커스] 자체 심의 제도 시행 후 “아직도 문제 많아” 하수영 기자l승인2017.03.16 14: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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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는) 명쾌함이라든가 언어 구사 능력, 수사 조작 능력, 이게 월등히 문재인 씨보다 높아요. 문재인 씨가 3학년이라면 안희정 씨는 한 5학년 정도는 나는 되는 것 같아요.” (2월 3일, TV조선 <엄성섭‧유아름의 뉴스를 쏘다>에 출연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의 발언 중 일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TV조선이 2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실시간 방송심의제도 ‘바로 옴부즈맨’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시행 이틀 만에 출연자가 방송 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희정 충남지사를 두고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등으로 묘사하는 등 이른바 ‘막말’성 발언으로 인한 문제가 제도 시행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TV조선은 ‘자타공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 ‘단골손님’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의 2016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분석자료와 <PD저널>의 분석자료를 종합해 봤을 때, 2016년 한 해 동안 TV조선은 방심위로부터 모두 152건의 제재를 받았다(법정제재와 행정지도 모두 포함). 같은 기간 JTBC가 42건, 채널A가 75건, MBN이 57건의 제재를 받은 것과 비교해 보면 TV조선이 다른 종편보다 많이 방심위 안건으로 올랐고, 많은 제재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V조선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2017년 들어서만 무려 4번 연속 방심위 의견진술자로 출석했다(이 중 한 번은 방송사 측 요청으로 의견진술자 변경). 출석해서 동시에 2개 이상의 안건에 대해 진술하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이 관계자는 1월 방심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지상파에 근무할 땐 방심위 구경도 못 해봤는데, 종편에 와서는 한 달에 몇 번씩 들락거리니 죽을 지경이고 위원님들(방심위원) 뵐 낯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TV조선은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2월 1일자로 ‘바로 옴부즈맨’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TV조선 관계자도 방심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TV조선이 이런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해당 관계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상파 심의 담당자 출신 옴부즈맨 위원 4명을 생방송 부조에 상주시켜서 시사 프로그램을 실시간 모니터하게 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바로 제작진에게 전달해서 ‘바로 옴부즈맨’ 자막을 띄울 계획이다. 조기 대선에 대비해서 공정성, 객관성 확보에 최선을 다 하기 위해서 제도를 신설하는 것”이라며 ‘바로 옴부즈맨’ 제도의 시행 취지를 밝혔다.

▲ TV조선 '엄성섭·유아름의 뉴스를 쏘다' 2월 3일 방송분 캡처 ⓒ사진제공 민주언론시민연합

“옴부즈맨 때문에 어쩔 수 없이…”‧“방심위원들 죄송” 막말 뒤 기계적으로 제도 언급

과연 TV조선의 ‘바로 옴부즈맨’은 그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을까. 민언련은 지난 6일 TV조선의 ‘바로 옴부즈맨’ 제도를 중점적으로 다룬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민언련은 ‘바로 옴부즈맨’ 제도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심사를 염두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보고서에서 옴부즈맨이 첫 시행된 2월 1일부터 2월 24일까지 3주간 TV조선의 11개 시사 토크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를 공개했다. 모니터 결과, TV조선의 일부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소위 ‘막말’이나 편파‧왜곡 발언을 한 뒤 끝에 방통위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옴부즈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무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 발견됐다.

일례로, 2월 3일 방송된 TV조선 <엄성섭‧유아름의 뉴스를 쏘다>에 패널로 출연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대선 주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안희정 충남지사는) 명쾌함이라든가 언어 구사 능력, 수사 조작 능력, 이게 월등히 문재인 씨보다 높아요. 문재인 씨가 3학년이라면 안희정 씨는 한 5학년 정도는 나는 되는 것 같아요”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 이후에도 류 전 주필은 문 전 대표를 나무 숟가락에, 안 지사를 금 숟가락으로 비유하며 “아이, 아무튼 따귀를 맞아도 금 숟가락으로 맞는 게 낫지, 나무 숟가락으로 맞는 게 낫습니까?”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류 전 주필은 방심위를 의식하는 것 같은 발언을 했다. 진행자 엄성섭 앵커가 ‘표현이 너무 좀…(과하다)’, ‘직설적이다’라고 하며 류 전 주필을 제지하자 ‘방송통신위원회 죄송합니다. 그 말은 취소합니다’라고 하거나 제지하는 진행자에게 ‘내가 엄성섭 씨 겁 줘서 죄송합니다. 방송심의위원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자신이 한 말을 황급히 수습하려 했다.

심지어 진행자는 ‘어쩔 수 없이’ 옴부즈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류 전 주필의 발언이 과하다고 제지하면서 뒤에 ‘옴부즈맨 제도가 들어와 가지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계적으로 이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이라고 덧붙인 것이다. 진행자의 이 같은 말은 TV조선이 제도를 진정성 있게 시행하고 있다고 보게 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민언련 보고서에 따르면, TV조선은 옴부즈맨 시행 첫 날인 2월 1일부터 2월 24일까지 총 34회 ‘바로 옴부즈맨’ 정정 자막을 내보내며 나름대로 자정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제도가 시행되는 동안에도 출연자들이 ‘종북 좌빨’, ‘불임 정당’ 등 방송에 부적절한 말을 하거나 사실관계가 다른 오보 방송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아직은 옴부즈맨이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물론 15일까지 상정된 방송소위 안건들을 살펴본 결과 2월 1일 이후 방송된 TV조선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없었다. 그러나 방송 날짜와 방심위 안건 상정 날짜가 통상적으로 최소 2주에서 한 달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열리게 될 방송소위에 TV조선의 프로그램들이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PD저널

“TV조선 ‘옴부즈맨’ 꼼수는 방심위 심의 허점 이용한 것…방심위 구성‧심의제도 바꿔야”

종편을 포함한 방송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언론 시민단체에서는 TV조선이 방통위 재승인 심사를 한 달 앞두고 ‘바로 옴부즈맨’ 제도를 만들고, 이를 ‘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방심위 구성의 불공정성과 심의 제도의 허점이 그런 악용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바로 옴부즈맨은) TV조선이 (방심위)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인 게 분명한데, 방심위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약한 제재를 하고 있다. JTBC의 경우 심의대상이 된 경우에 비해 중징계 비율이 굉장히 높은데, 채널A나 TV조선의 경우에는 심의대상으로 (JTBC보다) 더 많이 올라와도 중징계 건수는 JTBC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행정지도에 그친다”며 “(TV조선에 대한) 약한 제재는 방심위가 정부‧여당 측 위원이 일방적으로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6대3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아예 방심위 심의 제도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2월 3일 TV조선 <엄성섭‧유아름의 뉴스를 쏘다>에 출연한 10분 동안 5번의 ‘바로 옴부즈맨’ 자막을 출연시켰다. 이렇게 같은 사람이 계속 나와서 같은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반복되면 (방심위가) 캐치해서(파악해서) 중징계를 내려야 하는데, 지금의 방심위는 하나의 방송만 보고 심의한다. 그러니까 출연자 한 명이 막말을 해도, 사회자가 ‘과하다’는 식으로 제재하거나 반대 패널이 반대 의견을 얘기하면 방심위는 ‘방송 전체적으로 보면 균형이 잡혔다’는 식으로 봐 주고 ‘문제없음’ 처리를 한다. 그런 기계적인 심의가 계속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기계적으로 심의해선 안 된다. (해당 방송의) 과거 내용이나 (진행자‧출연자의) 과거 발언 등을 참작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14일 ‘(방통위) 재승인 심사 탈락 종편은 TV조선’이라고 보도했다.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 관계자가 ‘특정 종편의 재승인 평가 점수가 합격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밝힌 데 대해 그 특정 종편이 TV조선이라고 본 것이다.

정말 TV조선이 방통위 재승인 평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곧바로 허가 취소 조치를 내려 폐지해야 할지 아니면 재승인을 하되 ‘조건부 재허가’ 형태로 승인해 일단 유지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종편의 폐해를 생각해서 낮은 점수를 받은 방송사에 대해 분명한 징계를 가하고, 이를 타 방송사들이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반대로 ‘특정 종편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시청주권을 고려해 폐지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OBS의 사례를 볼 때, 정말로 TV조선이 재승인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OBS의 경우, 자본잠식이 97%나 이뤄지고 지난 재승인 당시 약속했던 증자가 이행되지 않는 등 경영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지역 시청자들의 시청 주권과 노동자들의 생계를 이유로 2017년까지 1년간의 조건부 재허가를 승인했다.

만약 TV조선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게 된다면,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언론 관계자들은 TV조선이 방심위 제재를 피하거나 재승인을 받기 위해 임기응변식으로 옴부즈맨을 방송에 적용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됐던 출연자는 다시 출연시키지 않는 등 적극적인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아직 구체적인 점수가 공개되지 않아 (TV조선이) 어떤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동안 TV조선에 대해 사회적으로 문제제기가 된 부분이 공정성 문제고 편파‧막말 방송 등으로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가장 문제가 됐을 것 같다”며 “TV조선은 종편 출범부터 지금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공정성 문제에 대해) 지적을 받아 왔지만 개선을 하지 않았다. 지난 번 재승인을 받았을 때도 그랬는데, 방통위에게 지적을 받고도 시정하지 않았다. 이건 TV조선이 개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는 TV조선에 대한 시청자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청자가 참여하는 방송사 내부 심의 구조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TV조선을 보면) 회사의 옴부즈맨 제도를 이해조차 못 하고 있는 출연자가 있고, 심지어 그 출연자가 방심위와 방통위, 시청자를 조롱하기까지 한다. 지금으로선 옴부즈맨 제도가 진정성있게 보이지 않는다. 지금처럼 여러 번 문제 발언을 했던 사람을 그대로 출연시키면서 (옴부즈맨) 자막만 띄우는 건 시청자를 놀리고 면피하겠다고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바로 옴부즈맨’ 제도를 진정성있게 실시하려면, 먼저 막말하는 패널 자체가 (방송에서) 사라져야 한다. 최소한 기존에 막말로 문제가 됐던 출연자들은 다시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수영 기자  hsy071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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