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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만에 매진”...예매 전쟁이 일상인 울산방송 ‘뒤란’

[현장] ‘뒤란’ 10년 장수...지역 방송의 사명감 표재민 기자l승인2017.03.17 10: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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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조 PD(사진)는 <뒤란>이 탄생한 2006년 울산방송에 입사했다. 당시 <뒤란>의 시작을 지켜보며 현장 조연출을 맡았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연출 경험을 쌓은 후 올해부터 <뒤란>을 온전히 책임지게 됐다. ⓒ 울산방송

“여기 오면 늘 힘을 얻고 가요.”(옥상달빛 김윤주)

정말 그랬다. 연출자의 자화자찬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꽤나 먼 울산이라는 지역 특성상 한 번 찾기가 어렵지 두 번, 세 번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다는 PD의 이야기가 실제였다. UBC 울산방송 음악 공연 프로그램 <열린 예술 무대 뒤란>은 열정 많은 울산 관객이 뿜어대는 열기에 취한 가수들이 사랑하는 무대였다.

지난 15일 울산문화예술회관은 <뒤란> 무대를 즐기기 위해 잔뜩 설레는 표정을 지은 관객이 가득했다. 티켓 판매 5분 만에 매진, 그야말로 취소 표를 기다리기 위해 ‘대기를 탔다’는 관객이 많았다. 중간 중간 선물 증정 시간에 티켓을 구하기 위해 ‘광클’(한자 미칠 광(狂)과 영어 클릭(Click)을 합친 인터넷 신조어)했다는 한 관객의 말에 다른 관객이 공감의 웃음을 보였다.

예매 전쟁이 늘상 펼쳐지는 <뒤란>이다. 이날은 롱디, 랄라스윗, 투빅, 신현희와 김루트, 옥상달빛 등 ‘귀 호강’ 2인조가 함께 하는 특집이었다.

음악 프로그램은 관객의 호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방송에서 보이는 현장 관객의 표정이 시청자들의 감흥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열렬한 호응을 유도하는 일이 많은데 <뒤란>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가수들이 손짓만 해도 관객이 응답했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자연스럽게 동작을 따라했다.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된 공연, 가수마다 적게는 3곡부터 많게는 5곡까지 부르기에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중간에 자리를 뜨는 관객이 없었다.

<뒤란>은 아늑한 집에서 울타리로 구분된 뒤뜰을 말한다. 순우리말이다. 따뜻한 하절기엔 울산문화예술회관 뒤뜰인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데서 따온 제목이다.

조민조 PD는 <뒤란>이 탄생한 2006년 울산방송에 입사했다. 당시 <뒤란>의 시작을 지켜보며 현장 조연출을 맡았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연출 경험을 쌓은 후 올해부터 <뒤란>을 온전히 책임지게 됐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음악 공연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는 쉽지 않다. 제작비가 넉넉하지 못한 지역 방송이 음악 공연 프로그램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은 방송사의 지역민들을 위한 사회 공헌 책임 의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역 방송사로서 이례적으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하며 지역 주민들의 연대 의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울산방송은 10년 넘게 <뒤란>으로 울산 시민들에게 문화 선물을 안기고 있다.

▲ 지역 방송사로서 이례적으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하며 지역 주민들의 연대 의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울산방송은 10년 넘게 <뒤란>으로 울산 시민들에게 문화 선물을 안기고 있다. ⓒ 울산방송

지역 방송의 사명감...울산 시민들을 위한 공연 선물

<뒤란>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20분에 방송된다. 12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잠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 것을 제외하고 매주 울산 시민들을 위한 문화 예술 공연을 펼쳐놓는다. 하절기 공연은 울산문화예술회관 야외 공연장에서 진행되고 무료다. 동절기 공연은 실내인 소공연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1만 원의 관람료를 받긴 하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뒤란>의 좋은 취지에 공감하는 지역 기업의 후원이 있어도 지역 방송에 있어서 제작비 문제는 늘 골칫거리다. 방송사가 어떻게 보면 수익성을 따지며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셈이다. 조민조 PD는 <뒤란>이 방송 프로그램이기 전에 울산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연을 마련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

조 PD는 “지금이야 울산에서도 다양한 문화 공연이 열리지만 처음 이 방송을 시작하던 2006년에는 그렇지 않았다”라면서 “지방은 서울에 비해 콘서트나 문화 공연을 관람하기 쉽지 않다. 시청자들이 <뒤란>을 많이 좋아해주신다는 것을 알고 있고, 울산방송도 이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젠 티켓이 5분 만에 매진되기도 하지만 시작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조 PD가 현장 조연출로서 참여했던 <뒤란>의 첫 방송은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다. 심지어 야외 공연으로 진행된 여름이었다. 그는 “당시 메인 PD였던 선배 이름에 ‘우’ 자가 들어 있었다”라면서 “‘우’가 ‘비 우’는 아니겠지만 우리끼리 ‘우’가 들어가 있어서 비가 많이 온 것이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첫 방송이라 홍보도 덜 돼 있어서 관객이 30명뿐이었는데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다 모아서 공연을 겨우 진행했다”라고 회상했다. 조 PD는 “처음 우리 방송을 찾아주신 가수가 김연우 씨였는데 아직도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뒤란> 제작진은 그야말로 일당백이다. 이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기획 인력은 단 2명이다. 현장 진행을 맡는 FD가 있긴 해도 다른 프로그램까지 겸하고 있다. 조민조 PD와 최아현 작가가 분주하게 움직여 수준 높은 음악 공연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서울에서 제작하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제작진의 분투가 단박에 이해된다.

▲  지역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사명감, 그 깊은 책임감의 원천인 울산 시민들의 크나큰 지지는 <뒤란>이라는 뜨거운 무대를 만든다. ⓒ 울산방송

<뒤란> 관람을 꾸준히 하는 열혈 시청자들이 참 많다. 조 PD는 “SNS를 활성화하려고 하는데 고정 팬들 이야기를 보면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뒤란> 공연 자체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라면서 “그 분들끼리 서로를 ‘뒤란봇’이라고 부르더라. <뒤란>이 그 분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라고 말했다.

‘뒤란봇’이 있어 가수들이 중독되는 <뒤란>

서울에서 울산까지 KTX나 SRT를 탑승하면 단 2시간 거리다. 하지만 무대 장비와 유명세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가수들에게 울산은 가까운 지역은 아니다. 자동차로 5시간의 소요 시간, 사전 준비까지 감안하면 하루를 꼬박 <뒤란>에 투자해야 한다. 제작진이 가수 섭외에 좀 더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축제처럼 높은 출연료를 안길 수 있는 넉넉한 주머니 사정도 아니기에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강점으로 승부한다. 지역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사명감, 그 깊은 책임감의 원천인 울산 시민들의 크나큰 지지는 <뒤란>이라는 뜨거운 무대를 만든다.

조 PD는 “서울에서 오려면 5시간은 걸리니까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라면서 “그래도 한 번 오신 가수들은 여러 번 오시는데, 처음 오시는 분들은 부담을 가지신다. 처음에 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뒤란> 무대에 한 번 오른 가수들은 <뒤란>만의 따스하고 호응 높은 관객에게 매료돼 두 번, 세 번 찾게 된다. 그는 “요즘 음악 프로그램은 경연만 있는데, 우리 프로그램은 경연이 아니라 가수들이 관객 앞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를 선곡한다. 관객의 호응이 워낙 좋으니깐 앙코르 무대만 1시간을 하고 간 가수들도 있다”라고 정통 음악 프로그램인 <뒤란>의 매력을 꼽았다. 조 PD는 “출연료가 많지 않은데도 서울과 울산을 오고가는 수고로움을 해주는 가수들에게 늘 고맙다”고 피력했다.

▲ 지환의 목감기도 이날만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옥상달빛 김윤주 역시 “여기 오면 늘 힘을 얻고 간다”라면서 “올 때마다 느낀다”라고 관객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고마워 했다. ⓒ 울산방송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룬다. 가수들은 관객을 단 시간에 끌어당길 수 있거나 경연에 유리한 인기곡 위주로 부른다. 내지르는 고음이 폭발하는, 이제는 너무도 지겨운 무대 구성이 반복해 펼쳐진다. 음악 프로그램은 많은데, 관객과 소통하고 진짜 보여주고 싶은 무대가 부족한 ‘풍요 속 빈곤’이 발생한다. 그래서 가수들에게 <뒤란>은 한 번 찾으면 두 번, 세 번 오는 마성이 있다.

조 PD의 말은 이날 현장에서 바로 ‘증명’됐다. 투빅 멤버 준형은 “오랜 만에 온만큼 이 호응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관객의 큰 호응에 들뜬 모습이었다. 울산 시민들은 투빅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발이 오글거리는’ 가사의 ‘니꺼내꺼’를 크게 따라부르며 마치 노래방에 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지환의 목감기도 이날만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옥상달빛 김윤주 역시 “여기 오면 늘 힘을 얻고 간다”라면서 “올 때마다 느낀다”라고 관객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고마워 했다.

▲ JK김동욱의 유쾌한 입담은 빛났다. 무대에서는 진중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그이지만 진행자 JK김동욱은 실없는 농담도 잘 던질 줄 아는 능숙한 솜씨를 갖추고 있었다. 지루할 수 있는 음악 이야기에 재치를 더하면서 흡인력 있는 대화를 만들었다. ⓒ 울산방송

이 무대를 끌고 가는 중심축은 또 있다. 바로 가수 JK김동욱이다. JK김동욱은 이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찾았다가 제작진의 제안에 MC로 눌러앉았다. 7년째 진행을 맡으며 여름에는 매주 울산을 내려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조 PD는 “7년간 한 프로그램을 지킨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맙다”라면서 “JK김동욱 씨 역시 경연 프로그램이 아닌 노래만 부를 수 있는 우리 프로그램 같은 프로그램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진행을 해주시고 계시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JK김동욱의 유쾌한 입담은 빛났다. 무대에서는 진중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그이지만 진행자 JK김동욱은 실없는 농담도 잘 던질 줄 아는 능숙한 솜씨를 갖추고 있었다. 지루할 수 있는 음악 이야기에 재치를 더하면서 흡인력 있는 대화를 만들었다. ‘내 인생의 음악’이라는 주제로 수다를 나누다가 객석을 향해 “여러분들에게도 ‘내 인생의 음악’이 있을 것 같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누구 하나 나서서 이야기를 하는 이가 없자 “여러분에게 묻는 거다. 혹시 자는 건 아니죠?”라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무대를 압도하는 가수 JK김동욱이 아닌 음악인과 관객을 더 끈끈하게 묶는 진행자 JK김동욱의 유연한 대처였다.

방송이기 전에 울산 시민 위한 ‘공연’

<뒤란>은 열린 예술 무대라는 부제가 있다. 무대를 구성할 때 대중 가수와 인디 가수들의 적절한 배합이 필요한 이유다. 방송의 보편성을 감안한 구성일 수밖에 없다.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뒤따른다. 인디 가수만 모은다거나, 시청자 연령에 따라 섭외 가수를 한정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 PD는 “가수 구성은 늘 고민하는 부분”이라면서 “다양한 관객이 오기 때문에 그 관객의 성향이 모두 다르다. 프로그램이 확실한 색깔이 있으면 좋겠지만 대중과 인디 가수를 적절히 배합해 많은 분들이 즐거운 공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제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틈은 현장 진행자인 김수희가 관객과 소통하며 지루할 틈 없이 만든다. 아울러 가수들과 관객이 함께 만드는 색다른 추억도 있다. 바로 ‘셀카 타임’이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관객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아간다. ⓒ 울산방송

제작진은 하나의 주제를 잡아 특집 무대를 만들곤 한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무대라든가, 원로 가수와 함께 중장년층은 잘 모르는 인디 가수들이 무대를 꾸민다든가 다양한 방식의 변주를 고민한다.

<뒤란>은 방송 프로그램이기 전에 울산 시민들을 위한 문화 예술 공연이다. 음악 프로그램 공개 녹화를 다녀온 방청객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불편한 공백'이 있다. 공연 중간 중간에 다음 무대를 준비하기 위한 일명 ‘마가 뜨는’ 시간이 있다는 것. 현장 관람보다 TV로 집에서 편하게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녹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만큼 관객은 제작진이 무대를 준비하는 사이 멀뚱멀뚱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이 많다.

<뒤란>은 이 같은 구성상의 공백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소액이지만 입장료를 받는 엄연한 ‘공연’이기 때문. 조 PD는 “이 프로그램을 이어받을 때 선배 PD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라면서 “다른 프로그램은 무료 방청이지만 우리는 유료 방청이기 때문에 현장 관객이 지루하지 않게 최대한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사전에 조율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관객을 배려하는 제작상의 원칙을 전했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틈은 현장 진행자인 김수희가 관객과 소통하며 지루할 틈 없이 만든다. 아울러 가수들과 관객이 함께 만드는 색다른 추억도 있다. 바로 ‘셀카 타임’이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관객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아간다. 이 외에도 제작진은 현장에서 느끼는 관객의 흥과 감동을 감안해 음악 구성에 있어서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조 PD는 “지역 방송 특성상 PD가 한 분야만 할 수 없다”라면서 “나 역시 예능을 했다가 다큐도 제작했다가 시사도 만들었다. 한동안 시사와 다큐만 하다가 <뒤란>을 맡게 되니 음악이 사람들에게 일상의 즐거움과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고, 더 많은 고민을 하며 제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의 고민과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3시간의 긴 공연 시간이 끝났다. 피로가 쌓인 평일 늦은 저녁이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관객의 표정은 밝았다. “오늘 공연 정말 좋았다”는 대화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리고 <뒤란>의 공식 SNS에는 그날의 즐거운 감회를 밝히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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