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만에 돌아온 ‘무도’, 굳이 거창하지 않았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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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만에 돌아온 ‘무도’, 굳이 거창하지 않았던 건
국민 예능의 자신감...소소했던 특집에 녹아 있는 의미
  • 표재민 기자
  • 승인 2017.03.19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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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것 아닌 장난, 별 것 아닌 수다, 별 것 아닌 대결들인데도 이들이 즐기고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지어졌다. 12년 친구가 잠시 우리 곁을 떠났다가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곁을 지키고 있는 느낌이었다. ⓒ MBC

‘국민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7주 만에 정상 방송을 하며 거창하고 화려한 특집보다는 소소한 재미를 택했다. 공백이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안방극장에 돌아온 <무한도전>이었다.

지난 18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7주 휴지기 끝에 ‘대결 하나마나’ 특집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2005년 4월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무려 12년간 방송되며 토요일 오후 6시마다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워낙 다채로운 특집을 펼쳐놓고 하나의 프로그램이 사회 문화 현상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높은 영향력을 가졌기에 제작상의 피로도가 극도로 쌓인 상태였다.

일정 기간의 휴지기를 갖는 시즌제 필요성이 끊임 없이 제기됐지만 대체 프로그램 마련 등의 이유로 꾸역꾸역 방송을 이어왔다. 이번에 7주간의 공백은 장기 기획을 준비하고 12년간 방송하며 제대로 쉬지 못한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단비 같은 시간이 됐을 터. 물론 7주 동안 <무한도전>의 정상 방송을 기다려온 시청자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는 분위기다.

<무한도전>은 공백을 깬 첫 방송에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광희 등 여섯 명의 멤버들이 PC 게임과 인형 뽑기, 볼링 등 멤버들이 자존심을 걸고 대결을 벌이는 ‘대결 하나마나’ 특집을 꾸렸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었다. 멤버들끼리 장난을 치고 수다를 떠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12년간 한 프로그램을 이끌며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마치 사적인 자리인 것처럼 소소하게 대결을 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이 쏟아졌다. 별 것 아닌 장난, 별 것 아닌 수다, 별 것 아닌 대결들인데도 이들이 즐기고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지어졌다. 12년 친구가 잠시 우리 곁을 떠났다가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곁을 지키고 있는 느낌이었다.

▲ 결국 제작진과 출연진의 끈끈한 연대 의식, 방송을 이어갈 경우 챙길 수 있는 수십억 원의 광고 수익금을 날릴 정도로 과감한 휴지기를 택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인 단단한 기획력이 거창하지 않고 소소했던 ‘대결 하나마나’에 담겨 있었다. ⓒ 방송화면 캡처

딱히 거창한 특집이 아니었는데도 반응은 뜨겁다. <무한도전>이 다시 달리기 위해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 프로그램이 없는 7주간 상당히 큰 아쉬움을 토로했던 시청자들은 관련 기사 댓글로 <무한도전>의 복귀를 환영했다. “이런 게 <무한도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재밌다”라는 호평이 가득하다.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기나긴 공백이 있었던 만큼 대형 장기 특집의 시작을 알렸겠지만 <무한도전>은 아니었다. 방송은 쉬었지만 7주 동안 멤버들이 꾸준히 교류했고 프로그램 발전을 위해 기획 회의도 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이었기 때문. 앞으로 휴지기 동안 기획한 특집을 하나 하나 풀어놓으며 안방극장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떻게 보면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과 유대감을 쌓고 그 공감을 바탕으로 파괴력 강한 특집을 만들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원동력이 복귀 첫 방송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결국 제작진과 출연진의 끈끈한 연대 의식, 방송을 이어갈 경우 챙길 수 있는 수십억 원의 광고 수익금을 날릴 정도로 과감한 휴지기를 택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인 단단한 기획력이 거창하지 않고 소소했던 ‘대결 하나마나’에 담겨 있었다.

잠시 우리 곁을 떠났던 12년 친구 <무한도전>이 돌아왔다. 웃고 떠드는 특집 하나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존재감이 느껴진 방송이었다. 동시에 올해 한 해도 쉬지 않고 달리며 때론 뭉클한 감동을, 때론 뜨끔한 배움을, 때론 일상의 압박감을 확 날릴 위로를, 때론 우리 사회를 바꿀 거대한 담론의 시작을 선물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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