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기’, 재밌는 역사 교과서 아듀...시즌 2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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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기’, 재밌는 역사 교과서 아듀...시즌 2 가능할까
  • 표재민 기자
  • 승인 2017.03.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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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에 맞서 처절하게 싸워 난세를 극복한 영웅들의 지도력을 통해 현재의 큰 국가적 혼란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간도 됐다. 진정한 지도자는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기회였다. ⓒ 방송화면 캡처

KBS 1TV 팩추얼 다큐 드라마 <한국사기>가 3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재밌는 역사 교과서로 역사 다큐멘터리의 변주 가능성을 입증한 <한국사기>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지난 19일 10부작으로 마무리 된 <한국사기>(기획 김종석, 연출 맹남주 이지희 박상욱 김진혁 배민수)는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까지 우리의 역사를 드라마 형식을 가미해 만든 다큐멘터리다. 철저한 고증과 전문가의 친절한 설명이 일반적인 역사 다큐멘터리의 구성이라면 <한국사기>는 지난 해 <임진왜란 1592>와 마찬가지로 재연을 넣어 흥미를 높였다. 배우들이 연기로 펼쳐놓는 역사의 한 순간은 시청자들의 쉬운 이해를 도왔다.

 

많은 왜곡이 이뤄지는 역사 드라마와 달리, <한국사기>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으로 하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드라마를 가미한 형태였다. 지난 1월 1일 프롤로그 방송이었던 <우리는 누구인가>를 비롯해 1부 <인간의 조건>,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였던 10부 <하나를 위하여, 문무왕의 꿈>까지 우리가 역사 교과서에서 접했던 역사가 재밌게 쏟아졌다.

 

제작진은 흥미를 높이는 드라마와 정보 제공의 다큐멘터리의 균형을 잘 맞췄다. 넉넉하지 않은 제작비에도 실감나는 전쟁 장면을 구현하고 역동적인 역사의 순간을 드라마로 만든 제작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역사를 드라마로 유연하게 배우며 굳이 외우지 않아도 익히게 되는 ‘공부’가 됐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리고 역사 교육자들이 제작진에게 소장용 VOD 제작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영상 매체 교육의 장점이 <한국사기>에 담겨 있었기 때문일 터다.

 

학생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방송은 아니었다. <한국사기>는 교과서에는 크게 다뤄지지 않는 국제 정세와 흔히 말하는 영웅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했다. 학창 시절 이후 역사와 거리를 두고 살았던 일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태종 무열왕 김춘추가 당나라와 연합해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키고 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약소국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었다는 측면과 지금의 관점과 달리 당시에는 동족 국가라는 일종의 민족 의식이 없었다는 사실을 다루며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키우게 했다. 드라마로 시선을 끌어당긴 후 성우 내레이션과 전문가의 인터뷰로 역사를 바라보는 창을 넓히게 했다. 현재 시점이 아닌 역사가 만들어진 그 당시의 관점에서 폭넓게 바라보는 넓은 시각을 갖게 하는 게 역사 다큐멘터리의 존재 가치이기도 하다.

 

운명에 맞서 처절하게 싸워 난세를 극복한 영웅들의 지도력을 통해 현재의 큰 국가적 혼란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간이 됐다. 진정한 지도자는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기회였다.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방송이 바로 <한국사기>였다. 더불어 역사를 바로 알고 익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가 제작비에 비해 수익이 낮다는 이유로 많은 방송사들이 외면하고 있는 ‘다큐의 위기’ 시대다. 더욱이 오랜 제작 기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역사 다큐멘터리는 사실상 공영방송 중에서도 KBS와 EBS만이 제작하고 있는 현실이다. KBS는 <한국사기>를 비롯해 역사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역사 토크쇼인 <역사저널 그날>을 비롯해 역사 기행 프로그램, 그리고 팩추얼 다큐 드라마를 꾸준히 만들어 시청자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KBS가 벌써 2년째 방송하고 있는 팩추얼 다큐 드라마가 시즌제로 자리잡아 다시 한 번 안방극장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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