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들의 기획사行...방송사·기획사 콘텐츠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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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의 기획사行...방송사·기획사 콘텐츠 힘겨루기?
연예기획사로 이적하는 PD들...세력 균형 달라지나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7.03.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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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서밋’에서 동아시아의 할리우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SM 제공

방송사 간 경쟁에 머물렀던 콘텐츠 제작에 연예기획사들이 가세하고 있다. 기존에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가 콘텐츠 기획, 제작, 편성까지 전권을 쥐고 있었다면, 대형 기획사들이 앞 다퉈 방송 제작 인력 영입에 나서면서 방송사의 독점적인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지분은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이다. 몇 년 전부터 ‘지상파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 채널의 증가와 모바일 콘텐츠 소비 환경에 발맞춰 포털 사이트가 웹 콘텐츠를 내놓는 등 콘텐츠 생산이 급증했다. 여기에 수익의 극대화를 꾀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같은 연예 기획사들이 발 벗고 나서면서 방송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기사를 보면 연예기획사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서밋’에서 동아시아의 할리우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프로듀서는 “아시아 국가의 협력을 통해 전세계 1등 셀러브리티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지난 17일 YG엔터테인먼트와 YG인베스트먼트펀드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네이버 측은 “YG에 대한 투자를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신규 콘텐츠와 서비스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기획사들은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 채널 중심으로 꾸려진 판도에서 변화의 물꼬를 만들어가고 있다. 구체적인 움직임은 방송 제작 인력 유출에서 드러난다. 기획사들이 방송사에서 콘텐츠 기획력을 선보인 연출자를 영입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 올 초 YG엔터테인먼트는 <일밤-진짜 사나이>(MBC)의 김민종 PD, <무한도전>(MBC)의 제영재 PD를 영입했다. 케이블 채널에서는 <음악의 신>(Mnet)의 박준수 PD, <SNL 코리아>의 유성모 PD가 YG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9일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꽃놀이패>(SBS) 제작에 처음 참여했다.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도 MBC에서 JTBC로 이적해 <썰전>, <아는 형님> 등을 기획한 여운혁 JTBC 예능 제작국장을 영입했다.

사실 방송사의 제작 인력 유출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종편 채널 출범 당시 PD들의 이적 행렬로 인해 방송가가 술렁였다. 지상파의 독점적 지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의식이 제기됐다. 급변하는 방송 환경과 달리 연출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깎아먹는 경직된 분위기와 더불어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하는 콘텐츠 제작 흐름으로 인해 제작 인력 유출을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년 간 인력 유출로 인해 타격을 받은 방송사 입장에서 최근 기획사들의 행보는 또 다른 변수이다. 드라마, 예능 PD를 비롯해 방송인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력을 영입하는 데 이어 공격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향후 방송사와 기획사가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계산에 능한 기획사의 행보는 전략적 선택이다. 콘텐츠와 결부된 다양한 주체(제작자, 연출자, 방송인)를 영입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수익을 다각화하려는 시도이다. 그간 소수의 스타 연예인에만 의존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본력, 인적자원을 적극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의 콘텐츠 유통에 따른 부가 수익을 누리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방송사도 콘텐츠 채널로서의 입지를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 SBS는 오는 27일 인기 프로그램을 인도네시아에 방송하는 한류 콘텐츠 전문채널 SBS-in을 개국한다. 또한 CJ E&M은 지난 1월 싱가포르에서 한국 영화만 24시간 방영하는 채널 ‘tvN Movies’를 개국하는 등 한풀 꺾인 한류 열풍을 동남아에서 다시금 불을 지피고 있다. 향후 방송사와 기획사들이 제작 인력 유출과 콘텐츠 수익 극대화 사이 어떤 방식으로 세력균형을 잡아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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