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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탄핵’ PD가 말하는 ‘제작자율성’과 공영방송 역할

[인터뷰]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탄핵' PD “공영방송 제작자율성…점차 확산되길” 구보라 기자l승인2017.03.23 10: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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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날 KBS에서 방영된 특집다큐 <제18대 대통령, 탄핵>(연출: 양승동·최진영, 글·구성 신지현, 이하 ‘탄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을 당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KBS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날 KBS에서 방영된 특집다큐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탄핵>(연출: 양승동·최진영, 글·구성 신지현, 이하 ‘탄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을 당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보여줬다. 사실 국민들로부터 “청와대 방송”, “너희도 공범”이라는 말을 듣는 KBS 내부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현 시국을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탄핵>이 방송될 수 있었던 건, 시국을 제대로 반영하고자하는 KBS PD들의 분명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PD저널>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BS PD협회 사무실에서 <탄핵>을 연출한 양승동 PD를 만나 특집다큐를 기획·제작하게 된 배경과 공영방송 PD로서 바라는 점에 대해 들어봤다.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탄핵 관련한 특집다큐 두 편을 기획했어요.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떻게 지지율이 5% 이하까지 떨어지며, 결국 탄핵을 당했는지에 대해 <KBS 스페셜>에서 짚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박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원동력인 ‘촛불’, 박 전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시절부터 정치에 발을 들였던 1998년, 그리고 지난 4년을 짚어봤어요.”

양승동 PD에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KBS에서 대통령의 탄핵을 다루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기획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지난해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난 뒤, KBS 구성원들의 자괴감은 심했다. 특히 PD들도 ‘무력하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PD 총회에서 ‘KBS의 시사 프로그램들이 너무나도 무기력하고 분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쏟아졌고, 이어서 ‘PD협회 비상대책위원회’(12월, 이하 비대위)가 만들어진 게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비대위에서 TV제작본부와 방송본부측에 대토론회를 제안하고, ‘KBS의 시사 프로그램이 지금 현재 벌어지는 현안들에 대해서 제대로 다루지 못함으로써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어요. 대토론회는 열리지 않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중간 간부들도 상당히 동의하는 입장이었지요.

비대위는 공식적인 TF를 요구했지만, 이후 자율적인 TF가 구성됐고, 현재 5명의 PD가 <KBS스페셜>에서 자율적인 TF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어요. 공식적인 TF가 아니다 보니 개개인의 PD들은 이후에 어쩌면 인사상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를 각오하고 함께하고 있어요.”

TF가 구성된 이후, ‘블랙리스트’(2월 11일),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탄핵’(3월 11일) 방송했고, 조만간 ‘광장의 기억’을 방송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는 4월 중순에 방송될 세월호 참사 3주기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지난 12일 방영한 특집다큐 <제18대 대통령, 탄핵>(연출: 양승동·최진영, 글·구성 신지현) ⓒKBS
▲ 지난 12일 방영한 특집다큐 <제18대 대통령, 탄핵>(연출: 양승동·최진영, 글·구성 신지현) ⓒKBS

<탄핵>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장면 그리고 헌법재판소 앞, 서울역 등 곳곳에서 이에 반응하는 여러 시민들의 표정을 담았다. 이후 다큐멘터리는 속도감있게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들에 대해 하나씩 짚어나갔다. 또한 ‘박근혜’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집중하며 ‘박정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최태민에 관한 심층 취재물을 보도했던 언론인들의 증언과 당시 김정렴 전 박정희 대통령 비서실장의 회고록, 선우연 당시 청와대 공보비서관의 비망록, 1980년 김재규의 항소이유보충서에서 언급된 ‘최태민의 실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과의 관계 등을 총 망라해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지난 4년 간 박 전 대통령의 ’불통‘ 정치와 4개월 간의 모습까지 모두 짚었다.

결국 프로그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상을 알 수 있었던 몇 번의 기회조차 덮어버리고 언론조차 외면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다”는 이정미 전 재판관의 발언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됐다.(▷'제18대 대통령 박근혜, 탄핵' 다시보기 링크)

▲ 지난 12일 방영한 특집다큐 <제18대 대통령, 탄핵>(연출: 양승동·최진영, 글·구성 신지현) ⓒKBS

제작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에 관해 묻자 양승동 PD는 “다른 프로그램 제작 과정과 똑같이 중간 간부들의 게이트키핑을 거치는데, 친박 단체나 일부 이사들의 문제제기를 예상한 지적들에 대해 실랑이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지적 이전에 제작 PD 입장에서 무엇보다도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이 고민하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간 3일 뒤였던 지난 15일에는 KBS의 공영노동조합(위원장 성찬경)에서 특집다큐를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지난 3월 11일 방송된 '특집 다큐‘는 한쪽으로 치우친 박근혜 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찬양'밖에 안된다”며 “탄핵과 관련된 프로그램 다수가 심각한 좌편향 프로그램이었다”고 주장했다. (2011년 설립된 KBS 공영노동조합은 설립 당시 보직이 없는 1직급 간부들 위주로 가입한 노동조합으로, 제3노조다. KBS에는 KBS노동조합, 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 KBS공영노조가 있다.)

이에 대해 양승동 PD는 “안창호 재판관이 낸 보충의견에도 적혀있지만, 이번 탄핵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건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는지, 민주주의 기본을 위배했는지 여부”라며 “심지어 공영노조에서는 (최순실 씨가 청와대나 관저로 들어가는 장면 등에서) 애니메이션을 썼다며 ‘조작’이라고까지 하더라. 다큐멘터리에서 현장을 촬영할 수 없거나 자료 화면도 없을 경우 재연 촬영을 하거나 삽화,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한다. 그건 창작과 표현의 자유 영역이다. 문제는 팩트에 근거했느냐인데, 이번 애니메이션 부분은 팩트에 근거해서 제작했다”고 말했다.

방영 예정인 특집다큐 <광장의 기억>편에는 4개월 넘게 이어진 다양한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담길 예정이다. 양승동 PD는 “촛불민심은 과연 어떤 대한민국을 원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광장의 기억>편은 이내규 PD가 연출을 맡았다. 그러나 편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PD저널>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특집다큐 <탄핵>을 연출한 양승동 PD를 만나 다큐를 기획·제작하게 된 배경과 공영방송 PD로서 바라는 점에 대해 들어봤다. ⓒPD저널

마지막으로 양승동 PD에게 “프로그램이 끝나기 직전,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시민들과의 인터뷰 중에서 ‘이제는 시작이다’라고 말하는 시민이 있었는데, KBS에서도 이제 변화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을지” 물었다. 이에 대해 양 PD는 “지난 8년여 동안 KBS는 제작자율성이 많이 위축된 분위기 속에 있었고, 따라서 공영방송으로서 다뤄야 할 프로그램들을 제작하지 못 했다. KBS가 제역할을 하고, 신뢰를 얻으려면 프로그램과 뉴스를 제대로 만들어 한다”고 말했다.

“제작자율성을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절대 양보할 수 없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지점이이에요. 반드시 지켜나가야 합니다. 지금은 5명의 PD가 어찌 보면 실험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분위기가 전체 제작현장으로 확산되겠지요.”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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